르노삼성 노조, 무기한 파업 돌입...쌍용차·한국GM 노조도 구조조정·부당해고 등 주장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기업과 판매 격차 계속...중견 3사 올해 전망도 '안갯속'

지난달 17일 열린 르노삼성차 노조 파업 집회 모습. [사진=르노삼성차 노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현대차·기아의 질주가 계속되는 가운데 노사갈등까지 붉어진 중견사들의 고민이 깊다.

우선 6일 르노삼성차 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앞서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이 "지금 시기를 놓치면 회사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것"이라며 설득전에 나섰지만, 회사와 노조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이는 비단 르노삼성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GM 노조는 부당해고자 복직 등의 내용을 담은 '단체교섭 특별 요구'를, 쌍용차 노조는 임금 삭감 및 구조조정 반대 등을 주장하며 전면 대치를 예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견 3사에 도래한 노사 갈등이 자칫하면 완성차 업계에 드리운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함께 싸우고 다 같이 살자!"...팽팽히 맞서는 노조

르노삼성 노사는 국내 완성차 업계 중 유일하게 지난해 7월부터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아직까지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당시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주장했고, 사측은 기본급 동결과 격려금 500만원을 제안했다.

노조 측은 기본급 인상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계약직 모집, 희망퇴직 실시, 근무 체계 변경, 강제 순환휴직 등 최근 여러 변화를 고려했을 때 회사 측이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사측은 '직장 폐쇄'라는 초강수를 뒀다.

4일 공개된 입장문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파업을 반복하며 회사가 사활을 걸고 있는 아르카나(XM3 유럽 수출명) 선적에 심각한 차질을 주고 있다"라며 "공장 점거 집회로 불법 업무 방해 행위까지 벌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조는 폐쇄 철회를 단행하며 회사가 교섭 태도를 바꿀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하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아직 올해 노사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쌍용차와 한국GM도 비슷한 악재에 휩싸였다.

먼저 쌍용차 노조는 사측이 최근 임원 수를 줄이고 조직을 통폐합하며 기업 회생 절차를 밟는 것을 두고, '구조조정 절차에 착수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한국GM도 식당 개선 및 식대 인상, 부당해고자 원직 복직 등 '단체교섭 특별 요구'를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달 중순 임금 협상 테이블에 관련 요구안을 올릴 예정이다.

앞서 한국GM은 지난해 계속됐던 교섭 과정에서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2만5000여대의 생산 손실을 봤다.

지난달 26일 정일권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쌍용차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펼쳤다. 쌍용차 노조는 회사 측에 '강제 인적 구조조정을 멈춰라'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내 양극화 현상 심각..."신차 계획 없어 올해 전망도 깜깜"

때문에 업계에서는 중견 3사의 노사 리스크가 현재 완성차 업계에 도래한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르노삼성차의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28.6% 줄었고 쌍용차는 35.7%, 한국GM은 25.4%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와 기아가 전 세계 시장에서 각각 106%과 78%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중견 3사의 상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공장 가동이 줄고 전 세계 자동차 수요가 급감했던 작년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대란까지 겹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5월 보릿고개'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중견 3사의 올해 전망은 이러한 악재를 제외해도 어둡다는 점이다.

르노삼성차와 한국GM은 올해 수익을 끌어올릴 마땅한 신차가 없고, 쌍용차는 자금난 등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에서 신차 개발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서 제너럴모터스(GM)가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한국GM은 미래차 배정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라며 "미래 먹거리에 대해 이야기해도 부족한데 중견 3사가 올해에도 노사 갈등에 휩싸인 모습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어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분명 국내에서 철수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담화문을 통해 "과거라면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라며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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