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 '무릉도원도' 등 행방 묘연 작품들도 포함...모네·피카소·샤갈도 세상에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들의 기증미술품 세부 내용을 7일 공개했다.
이번에 기증된 작품 중에는 이중섭의 '흰 소'(1953~54), 청전 이상범의 '무릉도원도'(1922) 등 행방이 묘연했던 작품들도 포함됐다.
특히 현존하는 이중섭의 '흰 소'는 약 5점뿐으로, 이번에 기증된 작품은 1972년 개인전과 1975년 출판물에 등장했으나 자취를 감췄다가 이번 기회에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이상범이 25세에 그린 청록산수화 '무릉도원도'는 안중식의 '도원문진도'의 전통을 잇는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존재만이 알려진 작품이었으나 이번 기증으로 약 100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역시 1980년대 이후 실제로 보기 어려웠지만, 다시 감상할 기회가 마련됐다.
모네, 고갱, 피카소, 호안 미로, 살바도르 달리, 마르크 샤갈 등의 해외 거장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처음 소장하게 됐다.
기증품은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 238명의 작품 1369점, 외국 근대작가 8명의 작품 119점 등 총 1488점(1226건)이다.
회화 412점, 판화 371점, 한국화 296점, 드로잉 161점, 공예 136점, 조각 104점 순으로 다양한 장르 작품이 포함됐다.
제작연대별로는 195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이 320여 점으로 전체 기증품의 약 22%를 차지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건희 컬렉션은 한국 고미술부터 서양 현대미술까지 동서고금을 망라한 다양성이 특징"이라며 "오랜 시간 열정과 전문성을 가미한 컬렉션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고가이고 시장에서 구하기도 어려운 김환기, 이중섭, 박수근 등의 대표작 100점만 와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약 1500점 기증으로 이어졌다"라며 "엄청난 컬렉션이 미술관에 오게 돼 감사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작가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하면 1930년 이전 출생해 근대작가 범주에 들어가는 작가 작품이 약 860점으로 약 58%를 차지했다.
작가별로는 유영국이 187점(회화 20점, 판화 167점)으로 가장 많고, 이중섭 작품이 104점(회화 19점, 엽서화 43점, 은지화 27점 등), 유강열 68점, 장욱진 60점, 이응노 56점, 박수근 33점, 변관식 25점, 권진규 24점 순으로 집계됐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품 중 1950년대 이전 제작된 작품은 960여 점에 불과했는데 이번 기증이 근대미술 컬렉션의 질과 양을 비약적으로 도약시켰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은 7월 덕수궁관에서 개최되는 '한국미, 어제와 오늘' 전에서 도상봉의 회화 등 일부 작품이 첫선을 보인다.
본격적인 공개는 8월부터 서울관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1부: 근대명품'(가제) 전에서 이뤄진다. 한국 근현대 작품 40여 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12월 '이건희 컬렉션 2부: 해외거장'(가제) 전에서는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 등의 작품을, 내년 3월 '이건희 컬렉션 3부: 이중섭 특별전'에서는 이중섭의 회화, 드로잉, 엽서화 104점을 선보인다.
올해 11월 박수근 회고전과 내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뮤지엄(LACMA)에서 열리는 한국 근대미술전에도 기증 작품이 소개된다.
과천관, 청주관에서도 다양한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지역 미술관과 연계한 특별 순회전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