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충전 효율성에 환경보호까지 '1석3조'...상용차 99% 친환경 전환 안 해 '미래먹거리' 낙점
다임러·볼보, 2025년까지 수소전지 양산...현대차도 '엑시언트' 잇는 수소연료 모델 출시 예고

다임러트럭의 수소연료전지 트럭 'GenH2'(젠H2) [사진=다임러 제공]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자동차 시장은 요즘 그야말로 '격변기'를 맞이했다.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친환경 기조에 따라 관련 업체들은 내연기관 차량을 대체할 수 있는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는 데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이중 국내 자동차 선두주자인 현대자동차가 주목하는 틈새시장이 있다. 아직까지 뚜렷한 강자가 없는 '수소 트럭'이다.

통상적으로 트럭과 같은 상용차는 무거운 물건을 장거리로 나르는 데 쓰이는 유용하지만, 운행 과정에서 여러 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도 해 친환경 시대의 '악동'으로 꼽힌다.

지난해 환경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중·대형 상용차는 지난 11월 기준 약 85대로 전체 차량의 3.5% 수준이지만, 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정부가 공개한 '제4차 친환경차 기본계획'에서도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중 트럭이 차지하는 비중은 승용차 대비 2.5배로 분석됐다.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진정한 탄소중립(탄소배출을 '0'으로 만드는 목표)을 실현하기 위해 트럭에 사용되는 화석 연료를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분야는 단연 수소연료 전지를 활용한 트럭 제품을 양산하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0일(현지시간)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하며 "다른 지역을 가로지르며 여러 목적지로 물품을 배달하는 장거리 대형 트럭에 '수소'는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수소는 전기 등 기타 대체 에너지보다 효율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 트럭 용량에 맞는 배터리의 무게보다 수소차의 연료전지와 수소탱크를 합한 무게가 더 가볍기 때문이다.

독일 다임러 트럭 AG의 마틴 다움(Martin Daum) 이사회 회장 겸 다임러 AG 이사회 위원은 "언덕 위로 40톤을 이동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라며 "디젤 다음으로 이러한 (수송) 작업에 가장 효율적인 연료는 수소"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트럭은 주로 수송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수소 충전 인프라를 정해진 이동 노선에 설치하기만 하면 된다.

업계에 따르면 전기 트럭의 경우 충전 시간이 최소 15분에서 최대 4시간이 걸리는 반면 수소 트럭은 5~10분 정도가 소요된다.

지난 3월 다임러 트럭 AG와 볼보트럭은 중장비 차량용 연료전지시스템 개발과 생산, 판매 등을 담당할 합작회사 셀센트릭을 설립했다. [사진=다임러 제공]

이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수소 트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해외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다임러 AG와 볼보다.

앞서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와 상용차 강자인 스웨덴 볼보트럭과 수소전기트럭에 필요한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을 위한 합작사를 출범했다.

양사는 지난 3월 1일 설립한 합작사 '셀센트릭'을 통해 오는 2025부터 화물차용 수소 연료전지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는 경쟁사이지만 친환경 상용차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맞손을 잡은 것이다.

다임러는 자체적인 수소 트럭 개발로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된 수소연료전지 콘셉트카 'GenH2'(젠H2)는 조만간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임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단거리 및 중거리용 배터리 구동트럭인 메르세데스 벤츠 'e악트로스 롱홀(LongHaul)'도 오는 2024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볼보는 최근 전기 트럭 상용화에 성공한 이후 앞으로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한 대형 트럭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의 굴기가 거세다. 지난달 13일 현대차는 새로운 다목적차량(MPV) '스타리아'를 공개하며 수소연료전지 모델 출시 계획을 밝혔다.

현재 현대차는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양산에 성공한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퓨얼셀'의 해외 진출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현대차는 10대의 엑시언트를 스위스 현지 고객사들에게 인도하며 유럽 상용차 공략에 나섰고, 이를 시작으로 총 1600대의 수소 트럭을 스위스에 수출할 예정이다.

이어 2030년까지 유럽 전역에 약 2만5000대의 수소전기트럭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도 세운 상태다.

현대차는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 트럭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사진은 현대차의 '엑시언트 퓨얼셀'을 점검하는 직원의 모습. [사진=현대차 HMG저널]

시장 전망도 나쁘지 않다.

세계 상용차 시장(2437만대)의 99.2%는 아직 친환경차로 전환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수소 트럭 분야는 완성차 업계에 있어 '노다지'나 다름 없다.

이와 관련해 마틴 다움 이사회 회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디젤 트럭이 향후 3~4년 동안 판매를 장악할 것이지만, 수소 트럭은 2027년에서 2030년 사이에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틴 룬스테트 볼보 최고경영자(CEO)도 "2025년 이후 (수소 트럭 수요에 대한) 더 가파른 상승세가 있을 것"이라며 "연료 전지와 수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현대차와 다임러뿐만 아니라 벤츠, 토요타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수소 상용차 개발에 본격 돌입한 상태다.

다만 업계는 앞으로 수소 트럭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모델 다양성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소비자 구매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측은 특히 국내 친환경 상용차 현주소와 관련해 "완성차 기업은 1톤급 트럭, 중소·중견기업은 초소형·경형 전기차에만 집중하고 있어 친환경 화물 운송용 밴 및 중대형 트럭 등의 수요가 높은 주요국으로의 수출이 제한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친환경 상용차 공용 부품의 가격 저감 및 신뢰성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중소·중견기업이 다양한 친환경 상용차 개발에 도전할 수 있도록 연관업체 집적화가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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