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밸런스 2030' 목표로 배터리·정유 부문 각개약진...핵심은 '선순환 체계' 수립
배터리사업에 '5R' 도입...책임있는 광물 구입부터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까지 패러다임 전환
유럽연합의 정유사업 탄소배출 감축 프로젝트 참여...석유화학단지서 LNG에너지로 전면 교체

[사진=SK이노베이션]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현재 전기차 배터리와 정유 시장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다.

전 세계 친환경 기조가 강화되면서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고, 경기 회복세에 돌입하면서 정유 업계가 호황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생산뿐만 아니라 전후방 밸류체인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선두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본지에게 올해 경영의 핵심 목표인 '그린밸런스 2030'를 달성하기 위해 전 사업을 포괄할 수 있는 선순환 체계를 확립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 관계자는 "ESG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말에 공감한다"라며 "그간 쌓아온 역량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겠다"라고 강조했다.

◇ 전기차 배터리, 다섯 개의 'R'로 승부

SK이노베이션의 올해 최대 방향키는 '그린밸런스 2030'이다. 이는 10년 안에 환경에 끼치는 '긍정 영향'이 '부정 영향'을 넘어서도록 사업구조를 혁신한다는 전략이다.

해당 목표를 향해 단연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배터리 사업이다.

SK이노는 단순히 배터리를 생산을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원재료 채굴부터 폐배터리 처리까지 전 주기를 포괄할 수 있는 가치 사슬을 만들고 있다.

현재 회사가 목표로 삼고 있는 '5R' 밸류체인은 ▲Rental(대여) ▲Recharge(재충전) ▲Repair(수리) ▲Reuse(재사용) ▲Recycle(재활용) 등의 핵심 가치로 꾸려져 있다.

우선 SK이노는 2020년 2월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핵심 광물을 윤리적으로 구매하기 위해 'RMI(책임 있는 광물 공급 연합)'에 가입했다.

채굴 과정에서 노동 착취 등의 문제가 없는 원재료만 구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 4월에는 기아와 함께 '사용 후 배터리'를 다시 사용하는 MOU(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상태가 우수한 폐배터리는 모듈 또는 팩 단위로 나눠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활용, 그렇지 않은 배터리는 셀 단위로 분해돼 금속자원을 회수한 후 다시 배터리용 양극재 제조에 활용된다.

이러한 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미국 에너지성(DOE) 산하 아르곤 국립연구소에서 배터리 생애 주기 평가(LCA)를 통해 친환경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는만큼 폐배터리 양도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SK이노와 같은 선제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0년 약 4700개 발생한 폐배터리는 2025년 1만3000개, 2029년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 배출량은 약 8만 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SK이노 관계자는 "배터리 밸류체인은 무엇보다도 토양·해양 오염 등 심각한 환경 문제를 줄일 수 있다"라며 "그린밸런스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핵심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조경목 SK에너지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이 '그린밸런스 2030' 전략에 대한 의지를 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정유사업'도 친환경...탄소 배출 줄여줄 '선순환 체계' 구상

여기에 SK이노는 정유 사업에서 가치사슬의 시발점인 '탄소 저감'에 대한 해법을 찾는 데 앞장서고 있다.

최근 SK이노와 SK에너지는 유럽연합(EU)의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S)을 위한 연구 협력의 일환인 'REALISE(리얼라이스)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는 정유 산업에서 CCS에 대한 검증 및 경제성 평가를 할 수 있는 툴을 개발하고, 액상 흡수제 기술 개발에 협력하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SK이노 관계자는 "CCS는 화석연료가 많이 쓰이는 산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것을 방지해 준다"라며 "실질적인 탄소배출 절감이 가능해 공정 에너지 소모가 높은 정유사업의 유일한 방안으로 전 세계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SK이노는 2023년 4월까지 노르웨이 국책연구소(SINTEF), 에퀴노르, TNO, 에딘버러 대학교 등 EU 14개 산학연 기관과 칭화대, 둔화오일(Dunhua Oil) 등 중국 기관과 함께 탄소배출 저감에 앞장설 계획이다.

여기에 SK이노의 울산CLX 석유화학단지는 최근 50년간 가동됐던 8기의 동력보일러를 친환경 연료인 LNG(액화천연가스)로 전환했다.

동력보일러는 울산CLX의 전체 공정 가동을 위해 시간당 500~1000톤의 스팀을 공급하는 주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탄소 배출 등의 문제가 가시회 되면서 에너지원이 전면 교체됐다.

SK이노 측은 "LNG 연료 전환에 따라 연간 이산화탄소 16만톤과 질소산화물 858톤을 줄일 수 있게 됐다"라며 "또한 기존에 발생하던 황산화물 1010톤 및 미세먼지(PM10) 12톤을 저감하는 효과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탄소 저감 등의 ESG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지난해 12월 SK이노는 SV(사회적가치) 담당 조직을 ESG 전략실로 확대했고, 기술혁신연구원을 '환경과학기술원'으로 개편했다.

[사진=SK이노베이션]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올해에도 각 부문 별 친환경 행보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 관계자는 "한때 사회공헌 활동으로 오해받기도 했던 ESG 경영으로 산업의 축이 이동하고 있다"라며 "이를 기업의 위협 요인으로 보는 순간 변화의 물결에서 낙오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ESG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회사의 경쟁력을 입증해내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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