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전기차, SK와 LG는 배터리공장 추진...삼성, 미국에 17조원 파운드리 증설 검토
경쟁사 TSMC는 투자계획 연이어 쏟아내...대만 매체에선 2나노급 미 공장 설립 관측도 나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4대 기업이 오는 21일(현지시간)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40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일단 업계의 관심은 삼성전자의 입에 쏠려 있다.

벌써 두 차례 미 백악관과 상무부가 주재한 반도체 화상 회의에 초대된 삼성전자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바이 아메리칸'에 화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강자인 대만 TSMC까지 초미세공정 투자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의 대응이 주목되는 시점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그룹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투자에 속도로 내고 있다. 이들이 미국에 투자를 하기로 이미 결정했거나, 혹은 검토하고 있는 규모는 약 40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약 2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다.

현재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0조원) 수준의 미국 내 파운드리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미 텍사스주 오스틴 시가 유력한 부지로 거론되고 있다.

이외에 반도체·IT 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른 애리조나와 뉴욕의 주정부와도 인센티브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한미 정상회담 전날 개최되는 미 상무부 주재 반도체 화상 회의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삼성과 같이 두 번의 회의에 초대됐던 TSMC가 또 다른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단행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삼성에게 있어 지금이 투자 계획을 밝힐 적기라는 지적이다.

대만 타이베이타임즈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TSMC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 2nm(나노미터)급 반도체 공장을 향후 10년에서 15년 안에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TSMC는 지난해 하반기 온라인 테크 심포지엄에서 대만 신주 지역에 2나노급 공장 건립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다만 미국 현지에도 2나노급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소식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TSMC는 지난달부터 피닉스시에 짓기로 한 공장을 기존 1곳에서 최대 6곳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 미국 정부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며 삼성전자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여기에 작년부터 공사를 시작한 애리조나 1공장에 이어 피닉스시에 3나노 공장 설립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올 초 초미세 공정에서 TSMC에게 한 차례 밀린 삼성전자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에서 매출 19조원(전년 동기 8%↑), 영업이익 3조3700억원(16%↓)이란 성적을 받은 반면, TSMC는 5nm와 7nm 초미세 공정에 힘입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TSMC의 올 1분기 매출은 129억달러(약 14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53억6000만달러(약 6조원)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이며 전 세계 파운드리 1위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지난 4월 1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전자와 TSMC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참석한 화상 회의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는 기다리지 않는다"라며 "미국이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사진=워싱턴 AP/연합뉴스]

한편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삼성전자를 제외한 국내 주요 기업들도 잇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새로 내놓거나 세부적인 로드맵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3·4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완공된 1공장과 현재 건설 중인 2공장의 설립 금액에 빗대어 볼 때, 신규 투자금은 약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2025년까지 미국 내 2곳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와 별도로 제너럴모터스(GM)와 설립한 합작법인 '얼티엄 셀즈'를 통해 미국 오하이오주에 총 2조7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 계획도 밝혔다.

지난달 미국 현지에서 '아이오닉 5' 생산 방안을 직접 검토한 현대차는 지난 13일 미국 내 전기차 생산 및 설비 확충에 총 74억달러(약 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글로벌 역량을 확장하고자 하는 기업에게 있어 바이든 대통령의 '바이 아메리칸' 계획은 최대 변곡점이 됐다"라며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글로벌 업체들에 맞서 국내 기업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가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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