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부지리 느티나무

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경주 부지리 느티나무는 장님도 눈을 뜨게 하는 ‘소원 들어주는 나무’이자 마을사람들의 ‘천년 쉼터’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경주 최씨 집성촌인 내남면 부지리(鳧池里)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대부분 평지인 이 마을에 천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서 있다.

경주 최씨의 시조인 고운(高雲) 최치원 선생의 5세손인 최제안(崔齊顔)이 고려 현종 때 심었다고 한다.

자손 대대로 화평하고 큰 인물이 나오라는 뜻으로 이 느티나무를 ‘씨족들의 표목(標木)’인 문중목으로 심은 것이다.

현종의 재위 기간이 1009년에서 1031년까지이니 그 무렵에 심었다면 부지리 느티나무의 수령은 족히 천년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 성종 때 시중을 지낸 최제안은 '시무28조(時務二十八條)'를 만든 최승로(崔承老)의 손자이자 고려 목종의 시중을 지낸 최숙(崔肅)의 아들이다.

최제안은 천룡사를 중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삼국유사' ‘삼소관음중생사(三所觀音衆生寺)’조에 천룡사 중건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이 이야기는 신라 55대 경애왕 때의 사람으로 최제안의 증조부인 최은성(崔殷誠) 혹은 최은함(崔殷緘)에 얽힌 설화이다.

최제안의 증조부 최은성은 뒤를 이을 자식이 없음을 슬퍼하여 중생사의 관음보살 앞에 지성으로 기도를 올렸다.

지극한 정성에 감응이 있어 최은성의 부인은 아들을 낳았다.

아이가 태어난 지 석 달 만에 후백제의 견훤이 쳐들어와서 큰 전쟁이 벌어졌다.

이때 신라왕은 견훤에게 목숨을 빼앗기고, 이에 최은성은 전쟁에 나가게 되었다.

아이를 사찰의 관세음보살 발아래 두고 나갔다가 보름이 지난 뒤에야 다시 찾아가니 향탁(香卓) 아래서 아기가 처음과 같이 잠자고 있었다.

그렇게 보살펴진 아이가 고려의 통치이념인 '시무28조'를 만든 최승로라고 한다. 

최승로의 손자인 최제안은 1040년(정종 6), 고려의 번영과 왕실의 성수무강(聖壽無疆)을 위하여 조상의 터전인 경주 고위산(일명 수리산)에 있던 고위사(일명 수리사) 터를 수리하여 큰절을 세우고 여러 부처님을 모시니 이 절이 천룡사이다.

최제안은 이 절의 주지를 관에서 임명하지 말고 스님 중에서 가장 덕이 높고 존경받는 이로 하여금 추천하여 분향수도(焚香修道)하게 하라는 당부를 남겼다.

그 후 그는 이 절을 지키는 신이 되었다고 한다.

최씨 가문의 내력을 담고 있는 경주 부지리 느티나무는 엄청난 덩치로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이 노거수의 느티나무 그늘과 정자는 지금도 이 마을사람의 소중한 ‘천년 쉼터’이다.

그동안 온갖 일을 다 겪어온 천년수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이 느티나무에게는 애환도 많았다.

일제강점기에는 목재로 쓰려고 베어가려는 일본인의 수탈을 막아야 했다.

2016년 9월 12일 경주 대지진(진도 5.2) 때는 이 마을이 지진의 중심인 진앙지였다.

다행히 부지리 느티나무는 위기를 잘 넘겼으며, 강진에도 멀쩡했다고 한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이 느티나무에는 최치원의 15세손 우천공(愚川公) 최포(崔包)의 이야기도 전해져 온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효성이 지극한 최포는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

그는 눈이 먼 아버지의 손발이 되었으며, 날마다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해 달라고 이 느티나무를 찾아와 간절히 빌었다.

아버지 또한 이 느티나무에게 아들 최포가 과거시험에 합격하기를 빌고 또 빌었다.

마침내 아들이 과거시험에 붙었는데, 그 사실을 들은 아버지가 놀란 나머지 두 눈을 번쩍 떴다는 전설이다.

그 뒤로부터 마을 사람들은 이 느티나무를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라고 불렀다.

옛날에는 이 느티나무 옆에 제안영세불망비(齊顔永世不忘碑)가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찾을 길이 없다.

느티나무와 가까운 곳에 진사 최포의 묘소, 그의 효를 기리는 정효각과 영사정이 있다.

<경주 부지리 느티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26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10. 29
·나무 종류 느티나무
·나이 1,000년
·나무 높이 20m
·둘레 5.7m
·소재지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 714
·위도 35.767002, 경도 129.19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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