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1Q 영업익 7.1% 상승으로 유일하게 '흑자'...미주·유럽 화물 운송 확대가 핵심
진에어·티웨이·제주항공, 중대형 항공기 부족으로 여객 수송에만 집중...2분기 전망도 먹구름

올해 1분기 국내 항공업계 실적이 '화물 수송'으로 크게 갈렸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대한항공 직원들이 좌석이 장탈된 보잉 777-300ER에 화물을 적재하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난항을 겪고 있는 항공업계가 올해 1분기 실적에서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화물 사업을 대폭 강화한 대한항공은 4분기 연속 흑자를 냈지만, 저비용항공사(LCC)와 아시아나항공은 올 초에도 승객 감소 등 코로나19 악재의 직격탄을 맞으며 적자의 늪에서 나오지 못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국내 항공사 공시 실적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 1분기 유일하게 흑자 성적표를 받는 쾌거를 이뤘다.

대한항공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매출 1조7498억원, 영업이익 124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2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7.1% 상승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당기순손실도 지난해 1분기 6920억원에서 올해 288억원으로 대폭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러한 호재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화물 사업'이 있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현재 회사는 화물기 23대를 100% 가동하는 한편, 여객기를 화물 전용기로 개조해 국내외 화물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

올해 1분기 화물기 운항 횟수는 전년 대비 평균 7% 증가한 주간 143회로, 미주(전년대비 132%↑)와 유럽(113%↑) 등을 대상으로 한 공급 및 수송 사례가 전년 동기보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측은 "감염 재확산과 변이 바이러스 발생 등으로 여객기 공급 회복세가 지연되고 있다"라며 "항공 화물 시장에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행 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화물 운송 사업에 뛰어든 항공업체 간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진=연합뉴스]

LCC 항공사들은 화물 사업에 뛰어들지 못하면서 올 초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진에어는 올해 1분기 매출 439억원, 영업손실 60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9.5%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313억원에서 92% 증가했다.

당기순손실도 지난해 1분기 458억원에서 올 초 721억원으로 늘어났다.

티웨이항공도 올 1분기 티웨이의 매출은 352억69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4%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454억1900만원을 기록하며, 222억9900만원의 영업손실을 낸 지난해 1분기보다 손실이 103.7% 확대됐다.

제주항공의 1분기 매출은 41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2292억원을 기록했던 것보다 쪼그라들었고, 영업손실도 32.8% 늘어난 873억원을 찍었다.

에어부산도 320억원의 매출에 영업손실 472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838.7%에서 올해 1분기 1750.4%까지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적자 릴레이가 사실상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처럼 중대형 화물기를 보유하지 않아 대규모로 화물을 운송을 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여객 수송에만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소형 화물기가 있다 하더라도 대형 항공사보다 화물 톤(t) 당 수익이 낮고 장거리 노선을 운행하기가 어렵다는 제약도 있다.

실제 화물기 12대를 보유한 아시아나항공은 LCC 3사에 비해 올 초 성적표가 나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의 올해 1분기 매출은 7834억원, 영업손실은 11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2082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화물 사업 확대를 통해 손실을 대폭 줄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아시아나는 동남아·미주·유럽을 중심으로 화물 운송을 확대해 화물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한 610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월까지 개조된 화물기들은 편당 최대 46t의 수송력을 지니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월 A350-900 여객기 2대를 추가 개조해 아시아와 북미, 유럽 등 글로벌 화물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LCC가 당장 화물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만한 여건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 당분간 대한항공의 독주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일부 업체들은 정부 차원의 조속한 금융 지원을 촉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자금 지원을 위한 실사 작업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부가 항공사들에게 지급해온 고용유지지원금도 다음 달 말에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에 LCC 업계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코로나19 등으로 기업의 경영 상황이 악화된 시기에 인원 감축 대신 고용 유지를 장려하는 차원에서, 정부가 근로자의 휴업 및 휴직 수당에 지급하는 보조금 제도다.

LCC업계에서 지난 2월까지 종사했다는 한 관계자는 "저가 항공사들은 2분기에도 큰 차이 없이 국내선 운항으로만 생존하는 데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제선 확대도 어려운 마당에 화물 운송까지 가능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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