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 삼성전자·TSMC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에 '대미투자' 압박
로이터 "삼성전자, 2024년까지 오스틴 증설"...21일 한미 정상회담 맞춰 발표할 수도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삼성전자의 '대미 반도체 투자'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행정부로부터 또다시 조속한 파운드리(위탁생산) 투자 압박을 받고 있는데다 반도체 공급망을 확대하고자 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 화답할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삼성전자를 비롯해 글로벌 반도체 및 자동차 기업들을 불러 제2차 화상 회의를 가졌다.

이는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열린 첫 화상 회의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미국 주도 반도체 서밋으로, 당시에도 삼성전자는 핵심 참석자로 초대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자동차 기업뿐만 아니라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도 참석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그동안 반도체 투자를 강조해온 인물로 잘 알려진 만큼 또다시 삼성을 향한 압박이 가해졌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러몬도 장관은 지난 9일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난 수십년 동안 충분한 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는 우리가 공격적으로 다뤄야 할 중요한 사항"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연구개발 지원과 민간 투자가 맞물리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러몬도 장관은 바이든의 인프라 법안에 포함된 반도체 연구개발 지원금 500억달러(약 56조원)과 민간 투자인 500억~1000억달러(56조원~112조)가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외신들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 계획이 사실상 윤곽이 잡혀있고 조만간 공식적인 발표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 상무부 회의가 진행되던 시점에 "삼성전자가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기로 결정했다"라며 "투자 규모는 170억달러(약 20조원)라고 보도했다.

유력한 공장 후보지로 거론되던 애리조나주에서는 부지 선정이 표류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주력 파운드리 설비가 운영되고 있는 오스틴시가 낙점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군다나 19일에 진행된 미 애리조나주 토지국의 굿이어와 퀸크리크 지역의 2차 부지 경매가 지난달에 이어 다시 한 번 유찰되면서 삼성전자의 애리조나 투자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는 분석이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있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외신들은 인센티브 등의 내용을 담은 삼성전자와 텍사스 주정부 간의 세부 협상이 구체화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삼성전자는 오스틴시에 20년간 세금 8억547달러(약 9017억원) 감면을 요청하는 투자 의향서를 제출해 현재 주정부 담당자들과 세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로이터는 삼성전자가 신규 설비를 통해 주요 경쟁사인 TSMC와의 미세공정 초격차를 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았다.

로이터는 "삼성전자가 오스틴에 5nm(나노미터) 수준의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라인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5nm 이하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을 활용이 가능한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앞서 TSMC는 최대 120억달러(약 13조 5200억원)를 투자해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 5nm 공정 생산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만큼, 삼성도 경쟁력 및 고객사 확보 차원에서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회장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길에 동행한 가운데, 바이든과 문재인 대통령이 대면하는 21일(현지시간)에 관련 투자 계획을 공식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서 미국의 영향력과 정책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는 대미 투자를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상회담이 미국 투자 가속화의 주요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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