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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1-09-29 10:32 (수)
[이철형의 와인 인문학⑰] 한국에서 와인 사업하기(2)
[이철형의 와인 인문학⑰] 한국에서 와인 사업하기(2)
  • 이철형 와인소풍(주) 대표/와인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5.21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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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수입 사업 엿보기

【뉴스퀘스트=이철형 와인소풍(주) 대표/와인 칼럼니스트】 와인 수입업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해외 와이너리 투어를 간 사진들을 SNS에 올리거나 와인 디너의 장면들을 올리면 “맨날 좋은 것만 먹고 마시고 살아서 좋겠다.”, “좋은 곳에 다니니 얼마나 좋으냐?” 라는 식의 댓글들이 주루룩 달린다.

이런 식이면 여행사업자들은 매일 국내든 해외를 여행하게 되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음식점 주인들 특히나 미슐랭 등급을 받았거나 맛집으로 소문난 집 주인들과 거기서 일하는 직원들은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매일 그 맛난 것을 먹을 수 있으니.

갤러리 주인들은 또 어떨까? 매일 좋은 작품들을 감상하고 갤러리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나름 예술적 감성도 갖추었을 테니 서로 공감해가며 배우는 것도 많을테니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과연 그럴까? 마냥 행복하기만 할까?

알고 보면 모든 것이 그렇지만 직업이 되면 그것은 일이 되는 것이고 일이 되면 반드시 즐거운 면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오늘 살짝 엿보고자 하는 와인 수입업 역시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겉만 화려하고 속은 극한 직업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와인을 수입하려면 해당 와인을 와인 선별하는 작업이 있다. 이름하여 머천다이징이다.

잘 선별해서 고객의 재구매율이 높아야 사업이 유지될 수 있으니까 수입업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머천다이징이다.

특히나 와인 시장이 성숙 초기 단계로 진입하는 상황에서는 영업 마케팅보다 중요해지는 것이 와인 선별 능력과 구색 갖추기인 것이다.

2000년 초반 와인 문화가 막 도입되던 시기만해도 100~200종 정도만 시음하면 한 품목 정도를 골라 낼 수 있었으나 지금은 300~400종을 테이스팅해야 한 두 품목을 건질 수 있다고들 한다.

와인 인구도 늘었지만 수입사수도 증가해서 이미 좋은 와인들이 많이 선별되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와인 수입업자가 상품을 고르는 길은 해외 와인 박람회에 참관하는 경우, 해외 생산자 혹은 수출업 협회의 소규모 단체 초대에 응하는 경우, 직접 온라인 검색을 통해 해외 공급업자에게 연락하여 샘플을 받아보고 결정하는 경우, 규모가 제법 있는 수입사의 경우에 주로 해당되지만 해외 공급사가 먼저 연락을 해오는 경우(요즈음은 SNS가 있어 소규모업자들도 연락을 받는 경우가 있다.), 지인들의 소개로 해외 공급사를 알게 되어 접촉하는 경우 등등이 있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리는 빈엑스포(VinExpo)나 독일에서 개최되는 프로바인(PROWEIN),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빈이태리(VinItaly) 같은 와인 박람회에 가면 참가 업체 수가 수백 군데나 되다 보니 박람회장의 규모도 넓어서 하룻만에 다 돌아다닌다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다. 최소한 3~4일 정도는 머물러야 그나마 주마간산격으로 둘러볼 수 있다.

다리도 아프고 많은 와인을 시음해야 하니 입안도 얼얼해지고 그것들을 다 기록 정리해서 수입할 만한 것을 결정해야 하니 머리까지 아프다.

아무리 향과 맛만 느껴보고 뱉는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취기가 오른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취기가 들기 시작하면 제대로 상품을 고를 수도 없다.

국제 와인 품평회에 판정관으로 초대되어 가면 기준이 하루에 60종 이내만을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한 시간에 같은 종류의 와인으로 15~17종 정도를 평가하게 하는데 반나절 4시간 정도가 끝이다.

오후까지 연속적으로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각이 무디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나마 1시간 정도 테이스팅하고 나면 한 10~15분 정도 혀와 코를 쉬게 해서 감각이 원상복구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일주일 내내 와인 박람회에 가 있다고 해도 실제로는 300종 이상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된다.

집중적으로 15~17종을 테이스팅하면 입안이 얼얼해진다. 특히나 레드 와인일 경우에는 더 심하다. 그래서 입가심겸 감각 기능 회복을 위해 바게트 빵과 물을 준비해준다.

유사한 종류끼리만 시음해도 이 정도인데 박람회의 경우에는 한 와인 생산자의 여러 제품을 한꺼번에 테이스팅 해야 하니 들쑥날쑥하여 나름의 절대적 기준이 없으면 향과 맛의 늪에서 방황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맛있는 것, 가격대비 좋은 것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의 취향을 거슬러서 선택해야 하는 점도 고통이라면 고통이다. 자신의 입맛에는 맞지 않지만 시장성이 있는 와인도 있으니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수입업을 꽤 오래 해온 경우에는 박람회에서 거래선을 만나야 하는데 이 자리에서는 독점 수입권 유지를 위해 다음 해의 수입량이나 마케팅 전략 등을 논의해야 하고 공급사의 새로운 와인까지 테이스팅하기도 해야 한다.

해외 생산자 협회의 초대를 받고 가는 경우는 해외 현지 와이너리 투어도 겸할 수 있어서 좋기는 하지만 그 일정이 거의 매일 하루 종일 시음회와 와이너리 방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육체적 피로감이 만만치가 않다.

이 경우 현지에서 현지 와이너리를 보면서 와이너리 오너와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다는 현장감과 새로운 환경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은 좋기는 하나 초대자 입장에서는 초대한 김에 보다 많은 와이너리의 와인들을 테이스팅 시켜야 하기에 일정이 빡빡할 수 밖에 없다.

와인 수입업을 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하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다.

요건만 맞추면 면허가 나와서 신고제에 가깝다고는 하지만 그 과정과 소요 시간이 만만치가 않다.

제도적으로는 많이 완화되었다고는 하나 실제로 들여다보면 현장을 모르거나 담당 부처간의 관할이 달라서 해제되지 않은 불합리한 규정들이 여전히 많다.

담당 공무원별로 해석의 범위가 다른 경우도 있어서 더욱 난감하고 답답해지기도 한다.

우선 현재 수입면허를 내려면 최소 창고 면적을 22평방미터 이상 확보해야 하고 법인 대표나 사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사람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한다. 법인이든 개인 사업자든 상관은 없다.

하나 국세청의 관할 세무서에서 수입면허를 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최대 40일이다. 수입면허를 받고 사업자 등록 신청을 하고, 수입 등 식품 판매업 신고를 별도로 관할 관청에 하고 위생교육까지 받다 보면 최소 두 달은 훌쩍 지나간다.

게다가 주류 수입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니 당연히 각 세무서에서 이 수입면허를 담당하는 직원이 한 명이다.

문제는 이 직원이 휴가를 가거나 교육을 가게 되면 그만큼 지연될 수도 있다. 그런데 창고 임대 계약은 이미 체결해놓았으니 임대료는 그냥 나가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MB 정권 말기에 주류수입업자가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소매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허용은 되었지만 이것도 별도의 소매 면허를 취득한 사업장을 두어야 하니 추가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

주류 수입업 면허 신청이 인터넷으로도 가능하다고는 안내가 되어 있으나 막상 인터넷에서 하려고 해보면 아직은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아 불가능하다.

주류이다 보니 다른 상품에 비해 까다롭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면서도 막상 직접 진행하다 보면 관료주의의 레드 테이프가 아직도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주류의 3자 물류를 허용해 놓고도 수입회사가 자기 창고 면적 22평방미터를 별도로 가져야 한다는 규정이다.

와인의 경우 보세창고를 거쳐 통관을 마치면 일반 창고로 옮겨서 보관하게 되는데 이 경우 대부분 물류를 전문으로 하는 물류회사에 맡겨 놓는 것이 대부분이다.

자신이 소유한 건물이 아닌 다음에야 굳이 자신의 임대 창고로 옮겨서 보관할 필요가 없다.

그 물류 창고에서 거래선으로 직접 납품하면 물류비도 절감되고 와인도 이동을 한 번이라도 덜 하게 되어 품질 관리나 파손위험도 줄일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도 22평방미터의 요건이 과거보다는 완화되었으나 없어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전문 물류회사와의 보관 계약서만으로도 창고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해도 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새로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최소 한 달에서 2달 길게는 3달의 임대료를 그냥 지불해야 한다면 시작부터 사업하는 사람으로서는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면허가 나오지 않으면 발주도 할 수 없으니 면허받는데 최소 1~3개월, 발주내서 국내에 와인이 도착하는데 2~3개월을 감안하면 와인 수입업을 하고자 하여 면허 신청부터 최초 매출이 발생하는 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3~6개월이나 되니 그동안 임대료와 직원 급여는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

이미 와인 수입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시작했을 것이다.

아마 이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와인 수입업을 선뜻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다행히 수입면허가 빨리 나와서 와인 수입을 시작했다고 해도 와인이 다품종 소량 판매사업이다 보니 상품 구색을 갖추다보면 어느새 취급 품목수가 1년 사이에 최소 20~30여개는 순식간에 넘게 되고 모든 상품이 다 잘 판매되는 것은 아니다 보니 사업을 오래할수록 취급 품목수와 재고수량이 증가하게 되어 이에 따른 관리비용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연간 10억 정도의 매출을 하는 수입업자가 취급하는 품목 수가 최소 100종에 달하게 되는데 이것은 한 품목당 연간 판매액이 일천만 원 정도라는 의미가 된다.

물론 매출액의 기여도가 높은 소수의 품목이 있기는 하지만 이 말은 뒤집어서 보면 연간 이삼백만 원의 매출도 일으키지 못하는 품목도 있다는 것이 된다.

패션 장사가 재고 때문에 망한다고 하듯이 와인도 재고 때문에 망할 소지가 크다.

매년 일정액 이상을 판매해야 독점 수입권을 유지할 수 있으니 이를 위해 적체 재고 떨이 행사를 하다 보면 매년 해당 품목의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투자 대금 회수의 기간도 다른 상품의 유통 사업에 비해 긴 편이다.

와인 수입업은 기본적으로 대금 회수까지의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대개 사업 초기에는 와인 수입시에 선불 조건이라서 대금을 먼저 송금해야 하는데 와인이 국내 도착할 때까지 최소 1.5~3개월이 걸리는 데다가 이 상품이 들어와서 판매되기까지 다시 시간이 걸리다 보니 사업 초기에는 투자 대금 회수 기간이 통상 최소 5~6개월이 걸린다.

대형 유통기업과 거래하지 않는 이상 목돈을 일시에 투자하고 푼돈으로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 사업이니 일정 규모에 이르러 수익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매출이 신장될수록 부채도 덩달아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의 사업이기도 하다.

주류는 다른 상품과 혼적이 안되고 주류만 이송해야 한다는 점과 주류 전용 배송차량으로 운송해야 한다는 것도 수입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샵이나 음식점 등의 거래처에 납품할 때 원칙적으로 택배는 안되고 주류 운반 면허를 가진 차량으로 납품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주류 수입면허를 가지고 수입업을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어려운 극한 상황(?)을 이겨내고 그 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니 대단하다는 생각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와인은 이동 횟수가 적을수록 품질이 유지되고 파손이나 도난 등의 위험도 줄어드는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정부의 관계 부서가 좀더 세밀하게 주류 수입업을 분석하여 굳이 필요 없는 규제는 대폭 완화하여 초기 사업 비용도 절감하게 해주고 물류나 운송 사업자들과 더 긴밀하게 협조할 수 있게 해주면 지속적인 비용 절감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심지어는 이동횟수가 줄어드는 것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탄소 배출량도 감소하게 되는 것이니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