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안정발전위 21일 가상화폐 거래 중지에 이어 채굴행위도 금지

중국 국무원은 21일 금융안전발전위원회 회의를 열고 가상화폐 거래는 물론 채굴 행위까지 단속해야 한다고 강력 경고했다. 사진은 시진핑주석(오른쪽)과 경제책사 류허 부총리[사진=EPA/연합뉴스]
중국 국무원은 21일 금융안전발전위원회 회의를 열고 가상화폐 거래는 물론 채굴 행위까지 단속해야 한다고 강력 경고했다. 사진은 시진핑주석(오른쪽)과 경제책사 류허 부총리[사진=EPA/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중국이 비트코인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가운데 전 세계 가상 화폐 시가총액이 지난 2주 동안 1100조원 넘게 증발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21일 밤 류허(劉鶴) 부총리 주재로 금융안정발전위원회 회의를 열고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행위를 타격함으로써 개인의 위험이 사회 전체 영역으로 전이되는 것을 단호히 틀어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그간 자국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를 못 하게 했는데 한발 더 나아가 비트코인 '채굴' 행위까지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안팎에 천명한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진 지 10분 만에 비트코인 가격은 5%(2000달러) 이상 급락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중국이 전국 채굴장을 모두 문 닫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경제 책사로 알려져 있는 류 부총리는 중국 안팎에서는 경제 수장인 리커창(李克强) 총리보다 경제 분야에서는 더욱더 실세라고 보는 시각이 많아 가상화폐규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확인케 한다.

이번 발표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거래 금지보다는 채굴 금지에 관한 언급이다.

중앙정부인 국무원 차원에서 비트코인 채굴 제한 원칙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 2017년 9월부터 가상화폐 신규 발행과 거래를 전면 금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비트코인 채굴에 대해서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해왔다.

석탄 화력발전 비중이 높은 네이멍구자치구 등 일부 지방정부는 전력 과잉 소비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비트코인 채굴장을 강력히 단속했다.

이에 비해 수력·풍력 등 친환경 전력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신장위구르자치구나 쓰촨성 등 다른 지방정부들은 비트코인 채굴장 단속에 다소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국무원이 '비트코인 채굴 타격'을 국가 차원의 통일 원칙으로 제시함으로써 현재 네이멍구자치구에서 진행 중인 가상화폐 채굴장 단속이 중국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리이 상하이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국무원) 성명 표현은 가상화폐 채굴업에 큰 여지를 남겨두지 않았다"며 "법 집행 분야를 포함한 관계 기관들이 조만간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하는 구체적인 조처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대형 채굴장들은 사실상 세계 비트코인 거래를 떠받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중국 비트코인 채굴장 퇴출이 향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화폐 생태계에 비교적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센터(CCAF)에 따르면 작년 4월을 기준으로 세계 비트코인 채굴 중 65.08%가 중국에서 이뤄졌다.

중국 쓰촨성의 비트코인 채굴장 모습[사진=EPA/연합뉴스]
중국 쓰촨성의 비트코인 채굴장 모습[사진=EPA/연합뉴스]

중국 내 비트코인 채굴장들은 기후가 서늘하고 전기 요금이 상대적으로 싼 신장위구르자치구와 네이멍구자치구, 쓰촨성 등지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리 연구원은 "중국에서 채굴 활동이 금지되면 (비트코인 거래) 처리 능력의 상당 부분이 사라지게 된다"며 "비트코인의 운명의 전환점이 찾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국무원의 '비트코인 타격' 언급은 채굴뿐만 아니라 거래에 관해서도 새로운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가상 화폐 전체 시총이 지난 2주간 42%나 추락했지만, 지난 2018년 대폭락 당시보다 하락률은 낮은 상태다.

2018년의 경우 1월 7일 780조원 수준이던 가상 화폐 시장 규모가 한 달 뒤인 2월 5일 325조원으로 58.2%(455조원) 감소했다.

2020년에도 2월 14일 340조원이던 가상 화폐 시총이 3월 12일 153조원으로 한 달 새 55% 줄어든 적이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의 변동성은 언제나 널뛰듯 해왔다, 늘 있는 일이라고 봐야 한다”며 “오히려 이 시기에 비트코인을 사모으는 세력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가상 화폐에 거품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거품은 이미 끝났을 수도 있고 지금부터 몇 달 후일 수도 있는데,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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