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준 BGF 사장, 강호동과 딱지치기...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도 '라방'으로 직원소통
유튜브는 총수 마케팅 '노다지'...신세계·BBQ 등 경영인 등판에 수익창출 효과까지 톡톡

이건준 BGF리테일 사장은 23일 카카오TV 웹예능 '머선129'에 출연해 딱지치기 신동이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BGF리테일 제공]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대기업 대표가 딱지치는 거 봄? 심지어 잘 치심." (카카오TV '머선129' 영상 中)

단순히 물건을 모아서 파는 '잡화점'으로 여겨졌던 유통업계에 신(新)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와 회장, 사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기업의 수장들이 웹 예능과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에 친숙한 모습으로 등판하며 직접 브랜드 고객 및 직원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격식 없는 '총수 마케팅'을 통해 그동안 그룹 경영진의 전형적인 색깔로 꼽혔던 엄하고 무거운 이미지를 벗는 데 종횡무진을 펼치고 있다.

◇ 사장님이 사무실 바닥에서 딱지를 친다

최근 종합 동영상 플랫폼의 웹 예능과 자사 라이브 방송은 총수들의 단골 마케팅 터로 자리 잡고 있다.

24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이건준 대표이사 사장이 카카오TV의 예능 프로그램 '머선129'에 등장해 대규모 경품이 걸린 딱지치기 대결을 펼쳤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에서 이건준 사장은 격식 있는 모습 대신 '승부사' 이미지를 부각하며 강호동과 가수 전소미 등의 연기자들과 대규모 경품을 걸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이 사장은 "승부욕? 그거 없으면 안 되죠", "사진보다 실물이 낫지 않습니까?" 등의 발언뿐만 아니라 직원을 사무실로 1초 만에 부르는 퍼포먼스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해당 영상은 23일 오후 5시 처음으로 공개된 이후 하루 만에 조회수 143만6000(16시 48분 기준)을 돌파했다.

댓글에는 "CU 흥해라"(정**), "사장님 엄청 호탕하다"(김**), "화끈하면서 귀엽다"(종**) 등 BGF리테일과 이건준 사장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에 이건준 사장은 "승패와 상관없이 CU를 사랑해 주는 고객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아 흔쾌히 출연을 결심하게 되었다"라며 "앞으로도 고객의 가장 가까이에서 좋은 친구 같은 편의점이 되기 위해 트렌디한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창립기념식과 같이 기업의 중요 행사에서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한 경영인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21일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는 자사 창립 20주년을 맞아 CEO 유튜브 소통 방송인 '완신(완전 신박한) 라이브'에 출연해 사내 부부 인터뷰, 게임, 블라인드 오디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홈쇼핑 업계가 20~30대의 젊은 직원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수평적인 조직 분위기와 맞춤 소통 채널을 확대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진행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최경호 대표이사와 방송인 장영란이 '네고왕' 시즌 2에서 고객 대상 할인 이벤트가 적힌 종이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달라스튜디오 네고왕 유튜브 캡처]

◇ '유튜브'는 선택 아닌 필수...'수익 창출' 효과까지 톡톡

총수를 내세운 마케팅은 유튜브에서 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착한 기업을 상징하는 일명 '갓뚜기'라 불리는 오뚜기의 함영준 회장은 장녀 함연지의 유튜브 채널 '햄연지'에 등장해 오뚜기 제품을 활용한 레시피 음식을 직접 먹어보거나 딸과 데이트를 하는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스타벅스코리아' 유튜브 홍보 영상에 'YJ 고객'이라는 캐릭터로 등장해 직접 자신의 사회관계망(SNS) 게시물을 소개하거나 스타벅스 식품을 구별해내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해당 영상에서 정 부회장은 "항상 마시는 음료가 딱 세 가지가 있다"라며 "자몽 허니 블랙 티, 제주 유기농 말차 라떼, 그리고 나이트로 콜드브루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정 부회장의 발언은 음료 판매 증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해당 영상이 나온 직후 '나이트로 콜드브루'는 영상 게시 2주 만에 판매량이 3배 급증했다. 

한편 달라스튜디오의 네고왕은 총수들 등판이 많은 유튜브 채널이다.

네고왕은 직접 기업체 경영인을 찾아가 고객을 대상으로 한 할인 및 프로모션 계획을 구성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즌 1에는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과 조윤성 GS25 사장, 시즌 2에는 최경호 세븐일레븐 대표이사와 김하경 이삭토스트 대표 등이 출연했다.

BBQ는 방송이 나간 이후인 지난해 8~9월 경 자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수가 기존 30만명에서 255만명으로 대폭 늘었다고 밝혔다. 당시 8월 매출액은 370억원을 달성했다.

친구 같은 이미지를 앞세운 총수들의 변신이 앞으로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주요 타깃 소비층이 MZ세대로 좁혀지고 있고, 기업 내부에서도 젊은 직원과의 원활한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TV 토크 쇼 문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그룹 경영진들이 친숙한 모습을 보여줄 창구가 많지만 국내는 그렇지 않았다"라며 "유튜브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이 우리에게 그 대체재인 셈"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유통업계 흐름이 모두 온라인·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총수 마케팅도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사회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를 잡아야만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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