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손곡동 종오정 향나무

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손곡동 종오정 향나무는 세속정치에 나아가지 않은 자희옹 최치덕의 선비정신을 보여주는 노거수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정원인 종오정(從吾亭)은 문효공(文孝公) 최치덕(崔致德:1699~1770)이 1747년에 지은 정자로 경상북도기념물 제85호이다.

이 종오정 입구에 수령 330년의 향나무와 수령 280년의 측백나무가 나란히 서 있다.

경주 손곡동 종오정 향나무는 온몸이 우람하고 기운이 넘치는데, 가슴높이 둘레가 무려 3.8m인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수령 330년을 훨씬 넘긴 것으로 보인다.   

조선 영조 때의 학자인 최치덕의 자는 성능(聖能), 호는 자희옹(自喜翁), 본관은 경주(慶州)이다.

5세에 글을 배워 13세 무렵에 중국의 7가지 병서인 무경칠서(武經七書)를 다 뗄 정도로 학문에 능했다.

그는 양동의 매호(梅湖) 손덕승(孫德升:1659~1725)과 중리의 송국재(松菊齋), 이순상(李舜相)의 문하에서 배워 학문이 깊었으나 아예 과거를 보지 않고 유유자적하며 부모 봉양을 우선하였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호를 자희(自喜)라 짓고 자신의 즐거움에 대하여 “첫째, 세상일에 아는 척하지 않고 둘째, 선조의 묘를 돌보는 즐거움으로 효를 실천하며 셋째, 자연을 벗 삼아 처사로서 평생을 사는 것”이라 했다.

1745년 부모가 돌아가시자 묘 곁에 집을 짓고 ‘일성실(日省室)’이라 이름하고 아침저녁으로 성묘하며 삼년상을 지냈다.

그의 명성을 듣고 찾아와 학문을 구하는 이들을 위하여 모고암(慕古巖)을 짓고, 연당을 파고 정자를 지어 문인들과 교유하였다.

정자의 이름을 종오정으로 한 것은 그의 철학과도 관계가 깊다.

논어의 ‘종오소호(從吾所好)’에 “공자께서 이르기를, 부를 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내 비록 채찍을 잡는 천한 일이라도 하겠지만, 구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닐지니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바를 좇으리라(子曰 富而可求也 雖執鞭之士 吾亦爲之 如不可求 從吾所好)” 라는 구절이 있는데 거기에서 따온 것이다.

그는 “오직 좋아하는 것을 따름일세. 물에 닿으면 낚시질하고 산에 오르면 고사리 캐며 버들에 물어보고 꽃 찾아 음풍농월 한다네” 라며 처사적인 삶을 지향했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1770년(영조 46) 72세로 죽기까지 70여 명의 제자를 육성하였다.

문하생 가운데 진사 9명과 등과해 벼슬에 오른 사람이 10여 명에 이르렀으나 본인은 끝내 벼슬길에 오르지 않았다. 

종오정(從吾亭)은 모고암 또는 손곡서당으로 불리다 1928년에 귀산서사(龜山書社)로 명명되었다.

종오정 왼쪽 방의 현판은 지간헌(持竿軒)으로 낚싯대를 드리운 은둔자의 집, 오른쪽 방은 무송와(撫松窩)로 소나무를 어루만지는 집이라는 뜻이다.

종오정 정자와 연못까지 아울러 종오정일원(從吾亭一圓)이라 부른다.

정원 유적지로는 그 아름다움이 빼어난 곳이다. 자희옹 최치덕은 연당과 종오정의 풍경을 읊은 ‘지정(池亭)’이란 시(詩)를 남겼다.

못 위에 정자 짓고(有亭池上起)
손님을 맞아 함께 올라(邀客共登臨)  
난간에 기대니 물결이 작게 일고(憑檻波紋細) 
창문을 여니 냉기 스며드네(開牕冷氣侵). 
매화 소나무 좌우에 무성한데(松梅森左右) 
물고기와 새가 희롱하며 날다가 자맥질하네(魚鳥戱飛沈).   
밤늦도록 글 논함을 좋아해서(最愛論文夜) 
은근히 밝은 달빛 찾아보았네(慇懃霽月尋).    

최치덕은 평생 학문 연구에 몰두하여 '역대시도통인(歷代詩道統引)', '심경집(心經集)' 등 많은 저서를 남겼다.

그가 죽은 지 3년 후인 1773년(영조 49)에 학행으로 천거되어 호조참판(戶曹參判)에 추증되었으며, 시호는 문효(文孝)이다. 

<경주 손곡동 종오정 향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2-20-2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10. 9
·나무 종류 향나무
·나이 300년
·나무 높이 8m
·둘레 3.1m
·소재지 경주시 손곡동 376
·위도 35.861645, 경도 129.293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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