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악재 불러온 폐쇄적 경영문화...회사는 매각되고 직원들은 고용불안에 노출

지난 5월 4일 '불가리스 사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고객 숙여 인사하는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남양유업이 창업 57주년 만에 오너 경영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국내 재계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종을 울렸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G) 개선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거셌다. 오너가 중심의 폐쇄적인 경영 문화가 결국 회사와 직원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이러한 우려를 방증하는 사례가 됐다. 회사는 매각 수순을 밟고 있고, 직원들은 새로운 주인이 구조조정을 통해 고강도 쇄신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최대주주인 홍원식 전 회장 외 2명이 남양유업 보유 지분 전량인 53.08%를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 유한회사에 매각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결정으로 남양유업은 1964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창업자 일가의 손을 떠나게 됐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부터 대리점 갑질,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씨의 마약 파문, 경쟁사 비방글 작성, 불가리스 사태까지 끊임없이 논란을 빚었다.

그만큼 경영 쇄신의 필요성이 점증했지만 폐쇄적인 기업문화 탓에 기회를 놓쳐버렸고 결국 매각에 이르게 됐다.

지배구조 개선을 택하지 않았던 고질적인 오너 중심 문화가 근본적인 문제였다는 해석이다.

남양유업 이사회만 해도 작년 연말 기준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2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됐는데, 홍 전 회장과 어머니 지송죽 여사, 첫째 아들 홍진석 상무 등 가족 3명이 이사회 절반을 장악했다.

외부 의견을 제대로 수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결여됐던 것이다.

결국 회사는 한앤코의 품에 안기게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양측의 거래는 8월 말 이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한앤코 측은 향후 경영 방향과 관련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통한 기업 가치 제고를 추진하겠다"라며 경영 쇄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회사 매각 소식이 밝혀진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입구. [사진=연합뉴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한앤코가 추락한 남양유업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앤코가 지난 2013년 웅진식품을 인수했을 당시에도 인력 감축과 조직 축소 등 대규모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남양유업의 경우에는 안팎으로 지적받은 폐쇄적인 조직문화 개선이 최우선 과제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웅진식품보다 더 강력한 경영 쇄신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만난 남양유업 직원 A씨는 "이미 회사의 과도한 비용 절감, 빈약한 복지 등으로 불만이 많았던 가운데 구조조정까지 걱정이 늘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직원 B씨는 "회사에 근무한지 10년 이상이 된 직원들은 외부에서 지적하는 '닫힌 조직문화'에 익숙한 이들이기 때문에 더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한앤코는 일단 남양유업의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사회와 별도로 '집행임원제도'를 적용해 전문 업무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남양유업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 기업들이 ESG경영의 핵심 축인 지배구조 개선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기업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는 "독자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일수록 최대주주를 견제하고 투명한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이사회 구성을 전문성 등을 가진 비(非) 오너가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로 다수 구성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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