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대야리 느티나무

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김천 대야리 느티나무는 최근 고사한 전나무에 이어 마을의 상징이 된 큰 나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보호수 11-26-32호인 김천 대야리 느티나무는 마을로 들어서는 길목에 전나무 고사목과 함께 마을의 상징으로 서 있는  정자나무다.

‘대야리’는 주위에 큰 산이 둘러 있어 마치 대야를 닮은 지형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얼마 전까지 마을을 대표하는 큰 나무는 마을 어귀에 있는 500년 넘은 전나무였다.

대야리는 원래 천지동(天地洞)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그러나 신라 경순왕이 백성들의 마을을 천지(天地)라 부르는 건 가당치 않다고 하여, 하늘 천(天)에서 지붕에 해당하는 한 획을 떼어내고, 땅 지(地)에서 흙 토(土)변을 떼어내 대야리(大也里)로 마을 이름을 바꾸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아름다운 마을을 긴 세월 동안 지켜온 건 전나무였다.

전나무는 사철 푸른 바늘잎을 가지는 나무로, 추위에 강한 나무여서 우리나라의 높은 산에서 잘 자란다.

홀로 서 있든 무리를 지어 서 있든 전나무는 곧은줄기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치솟아 오르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겨울 눈이 소복이 쌓인 숲에서도 푸른 잎을 달고 늠름하게 서 있는 전나무는 생김새가 아름다워 크리스마스트리로 많이 쓰인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전나무의 다른 이름은 젓나무다.

전나무의 줄기를 자르면 하얀색의 액이 나오는데, 이 유액을 ‘젓’이라 부른다.

‘잣’이 열리는 나무가 잣나무이듯, ‘젓’이 맺히는 나무는 젓나무라고 해야 맞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대부분 전나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써서 그냥 전나무로 굳어졌다.

또 다른 이름으로는 전나무의 줄기에 흰빛이 돈다는 이유로 ‘백송’ 또는 ‘회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김천 대야리 전나무는 마을의 자랑이었다.

1999년 12월에 펴낸 '김천시사'에서도 대야리의 상징으로 이 전나무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대야리 전나무는 지난 세기가 끝나던 즈음부터 건강이 악화되어 2020년 현재 고사목이 되었다.

곧게 솟구쳐 오른 굵은 줄기 곁으로 무성하게 뻗었던 가지에 푸르게 돋아났던 잎들은 하나둘 떨어졌고, 마침내 나뭇가지까지 모두 부러졌다.

어두운 갈색이던 줄기 껍질은 하얗게 바뀌었고 더 이상 생명의 흔적이 남지 않았다.

전나무가 줄기만 남기고 고사하자 느티나무에 환한 햇살이 쏟아졌다.

그동안 앞의 전나무에 가려졌던 햇살까지 느티나무에 비쳐들었다. 한 생명의 죽음이 다른 생명의 번성으로 이어졌다.

느티나무는 빠르게 몸피를 키웠고 전나무에 이어 마을을 지키는 나무가 되었다.

백화(白化)한 전나무 줄기 뒤에서 푸르고 싱싱한 기운을 내뿜는 느티나무는 단연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가 됐다.

느티나무는 하늘로 높이 솟구치는 전나무와 달리 주변의 다른 나무들을 품으며 사방으로 넓게 가지를 펼치는 특징을 가졌다.

김천 대야리 느티나무는 300년이 넘은 나무다.

긴 세월 동안 나무는 20m 높이까지 키를 키웠고, 가슴높이 둘레도 5m를 넘는 큰 규모로 자랐다.

마을을 대표하는 큰 느티나무로 손색이 없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비탈진 언덕에서의 삶이 고단하지 않도록 사람들은 느티나무 뿌리 근처에 돌을 쌓아 단을 만들었다.

살아있는 느티나무와 죽은 전나무 사이에는 지나는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정자도 한 채 지어졌다.

마을 어귀라고는 했지만, 김천 대야리 느티나무 근처에서는 마을이 보이지 않는다.

멀리 해발 1242m의 민주지산 봉우리를 바라보며 고개를 하나 넘으면 사방이 높고 낮은 산으로 둘러싸인 평화로운 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은 소백산맥 아래 경상도의 첫 마을이다.

풍광이 수려하고 청정한 오지 마을이다.

대야리의 느티나무와 전나무는 삶과 죽음의 극적인 교차를 보여준다.

죽음은 삶으로 이어지고 그 삶은 번성하였다가 다시 죽음에 들어 새로운 삶을 싹틔우는 자연의 거대한 순환을 보여준다.

<김천 대야리 느티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26-32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10. 29.
·나무 종류 느티나무
·나이 300년
·나무 높이 20m
·둘레 5m
·소재지 김천시 부항면 대야리 879
·위도 36.019198, 경도 127.918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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