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입찰에 쌍방울그룹 컨소시엄 단독입찰...우선매수권자도 중견사 '성정'으로 드러나
관건은 부채부담 감당 여부...쌍방울, 성정보다 몸집 크나 '시너지 효과'에 물음표

지난 5월 17일 이스타항공 본사가 있었던 강서구 사무실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이스타항공의 매각 작업이 쌍방울그룹과 성정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이스타항공 매각주관사는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던 희망자로부터 인수금액과 고용승계 조건이 담긴 입찰서류를 받았다.

이날 쌍방울그룹만 입찰에 단독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하림과 사모펀드 등 10개 기업들이 인수의향서를 받아 갔지만 2000억원에 달하는 이스타항공의 부채와 인수 후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으로 본입찰 당일 발을 빼게된 것이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예비 우선매수권자의 정체도 중견 건설사 '성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정은 지반공사와 같은 토공사업과 골프장 관리업, 부동산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종합건설 회사로, 이스타항공은 성정과 입찰 공고 이전에 '인수·합병을 위한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는 인수전이 쌍방울과 성정 간 2파전으로 좁혀지면서 두 회사의 자금력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매각 및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우선매수권자를 미리 정해놓고 공개경쟁 입찰을 진행한 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인수의향자에게 최종 매수권을 주는 방식이다.

쌍방울이 성정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했을 경우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이 쌍방울로 낙점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업계는 성정이 800억원대의 인수금액을 제시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두 회사가 지금의 인수 의지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먼저 성정은 이스타항공의 부채를 감당하는 데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스타항공이 법원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회사의 부채는 약 1881억원 규모다. 이중 회생 채권은 1300억원, 공익채권은 581억원에 달한다.

성정이 운영하는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의 연 매출이 각각 300억원, 140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1000억원 이상의 부채를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쌍방울은 아직 적자 경영에서 탈출하지 못했지만 성정보다 몸집이 큰 만큼 부채부담이 비교적 낮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 해 쌍방울그룹의 매출은 97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 성장했다.

현재 쌍방울은 계열사인 광림, 엔터테인먼트사 아이오케이(IOK)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에 나선 상태다. 이를 통해 종합물류기업으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다만 속옷 시장에 주력해온 쌍방울이 항공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지금의 의지가 실제 인수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또한 저가항공사(LCC)의 특성상 사업 모델이 물류보다 여객에 쏠려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쌍방울이 추진하고자 하는 신사업이 예상대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관측도 우세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회생법원은 쌍방울이 적어낸 입찰 금액과 성정의 인수희망 금액을 비교해 오는 21일쯤 최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최종 인수자는 이스타항공에 대한 정밀 실사와 계약금 예치, 회생계획서 제출 등의 절차를 끝내 새로운 주인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