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G마켓·옥션과 비슷한 오픈마켓 운영...'차별성' 부족해 낮은 인수가 제시
이베이코리아 경쟁력에 의문부호 있고 추가투자비용도 고려한 듯
쿠팡 네이버에 맞설 전자상거래 부문 과감한 체질 개선 나설 전망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온라인 통합 플랫폼 '롯데온'(롯데ON) [사진=롯데쇼핑]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롯데는 보수적인 접근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베이코리아가 자사와 비슷한 형식의 온라인 유통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당초 기대보다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업계는 롯데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 초 사장단회의에서 '혁신과 실행'을 주문한 만큼 쿠팡과 네이버 등 경쟁사에 맞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의 과감한 체질 개선은 불가피하다.

◇ 발 뺀 롯데의 속내, '차별성' 없는 오픈마켓은 의미 없어

롯데는 지난 7일 진행된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서 3조원(추정) 안팎의 인수가를 써내며 인수전 막판에 힘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는 인수·합병(M&A)의 귀재로 알려진 신동빈 회장을 필두로 그동안 공격적인 투자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차별성'에 의문을 가지며 신세계보다 보수적인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인수에 성공할 경우 국내 이커머스 3위 자리를 공고히 해온 이베이코리아의 영향력을 흡수할 수는 있지만 이미 운영하고 있는 단순 오픈마켓 형식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도 있었다.

롯데쇼핑은 지난 2018년 8월 롯데닷컴 흡수합병 이후 온라인 통합 플랫폼 롯데온(롯데ON) 운영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이나 옥션 등과 큰 차별점이 없는 상황이다.

애초에 이베이코리아의 경쟁력에 의문점을 갖는 목소리도 컸다.

이베이코리아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마일클럽과 같은 유료화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1980~2000년대 초 출생 MZ세대를 사로잡을 만한 록인(lock-in) 전략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커머스 특성상 쿠팡과 네이버 등 승자독식 구조가 뚜렷하다는 점도 공격적인 투자를 망설이게 한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내부에서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승자의 저주란 경쟁에서 이겼지만 비용 등의 후유증을 치르는 역설적인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검토 결과 당초 기대보다 시너지가 크지 않고, 인수 이후 추가 투자 및 시장 경쟁 비용도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보수적 관점에서 인수 적정 금액을 산정했다"라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사장단회의에서 롯데온의 부진과 관련해 "롯데의 잠재력이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질책했다. [사진=롯데그룹/연합뉴스]

◇ 자체 '콘텐츠' 필요...중고나라 활용 여부도 관심

롯데는 중복되는 여러 유통채널을 확보하는 대신 기존에 운영하던 이커머스 사업인 롯데온의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은 올 초 "생존에만 급급하거나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는 기업에게는 미래도 존재 의의도 없다"라며 "혁신적으로 변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과감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롯데온은 최근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출신인 나영호 체제로 새로 출발하면서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아직 뚜렷한 실적 개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롯데가 콘텐츠 강화 등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쟁사 신세계 이마트의 PB '노브랜드'는 지난해 영업이익 198억원을 기록하며 이마트 전체 매출을 끌어올렸다. 간판보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낸 결과다.

롯데쇼핑 내 사업 주체들은 PB사업 혹은 서비스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최근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에 PB 이름을 딴 '하이메이드 섬'을 개설하며 홍보에 나섰고, 롯데백화점도 롯데TOPS를 운영하며 해외 유명브랜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반면 롯데온은 아직 이렇다 할 콘텐츠가 없다.

일각에서는 롯데쇼핑이 지난 3월 지분을 인수한 중고나라를 활용해 리셀(resell·되팔기)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국내 백화점 최초로 오프라인 스니커즈 리셀 매장 '아웃오브스탁'을 운영했던 노하우를 반영해 온라인에도 거점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업계는 롯데가 사업 다각화를 위해 배달 플랫폼 요기요의 인수를 다시 검토할 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경쟁 대열에 참전했던 신세계가 이베이 건으로 금전적인 부담이 큰 상황인 만큼 승부수를 걸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