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쿠팡 탈퇴·불매 인증' 게시물 속출...노동자에 대한 쿠팡의 안일한 태도 지적
김범석 창업자 향한 비난 여론도 계속...쿠팡 "안전한 사업장 위해 투자·노력 계속할 것"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20일 오전 뼈대를 드러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지난 17일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일어난 화재가 닷새째 진화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쿠팡의 안전불감증을 비판하는 소비자들의 쿠팡 탈퇴·불매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쿠팡을 질타하며 온라인 홈페이지 탈퇴를 인증하는 게시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왜 소비자의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가", "무너져버린 건물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소방관님께 애도를 표한다", "쿠팡이 책임있는 기업이 되기를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쿠팡 탈퇴' 키워드는 한 때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1위에 올랐고, 관련 트윗은 10만 건 이상 게재되었다.

일부 이용자는 탈퇴 방법을 설명하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은 쿠팡이 수익 극대화에 주력하느라 노동자의 안전을 등한시했다고 주장한다.

로켓배송과 새벽배송 등 자사의 유통 경쟁력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걸었지만, 수년간 계속되온 노동자 처우와 환경 개선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화재와 관련해서는 스프링클러 오작동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측이 스프링클러(자동 소화장치)를 수동으로 꺼둔 것이 화근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8일 서울 송파쿠 쿠팡 본사 앞에서 "물류센터에는 수많은 전기장치가 설치된 데다 먼지까지 쌓여 화재 위험이 높은데도 쿠팡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거나 실행된 적이 없다"라며 "화재와 노동자 안전에 대한 쿠팡의 안일한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라고 강조했다.

이상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은 지난 20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면담에서 "최종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소방이 조사한 바로는 스프링클러 작동이 8분 정도 지체됐다"라며 "원칙적으로 (스프링클러를) 폐쇄하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SNS) 인스타그램에 '쿠팡 탈퇴' 키워드를 검색하자 노동자 처우 개선에 분노한 소비자들의 탈퇴 및 불매 인증 게시글이 쏟아졌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소비자들은 휴대전화 반입 금지와 같은 쿠팡의 근무 규정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쿠팡은 기밀 보안과 업무 방해 등을 이유로 물류센터 내 현장 근로자들의 휴대폰 소지를 금지하고 있다. 

한 이용자는 인스타그램 게시글에 '노(NO) 쿠팡'을 선언하며 "(이러한 규정 때문에) 최초 화재 발견재가 신고를 하지 못한 것"이라며 "소방서 지원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앞서 쿠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과 택배기사 과로사 등 노동자 근무 환경과 관련해 이미 수차례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2018년에는 물류센터 내부에서 화재가 의심되는 연기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을 대피시키기 보다 근무지에서 이탈하지 말라고 현장 관리자가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사측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비난 여론은 커져왔다.

현재 물류센터 노조는 ▲연 최소 2회 이상 물류센터 전 직원 화재대응 훈련 실시 ▲재난안전 대비 인원 증원 ▲전체 안전 점검 등의 대책 우선 시행 등을 요구하며 쿠팡이 노동자의 안전에 앞장 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화재 발생 당일 김범석 창업자가 국내법인 책임자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 '책임지지 않는 경영자'라는 비난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쿠팡은 "김 전 의장의 사임은 5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된 사안"이라며 "화재 당일 이 사실을 공개한 건 초기 진압에 성공한 상황이어서 불이 다시 커질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김범석 창업자의 이사회 의장 및 등기이사 사임과 이번 화재가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다.

김 창업자는 19일 오후 6시 30분 경 경기도 하남시 마루공원 장례식장을 방문해 인명 수색 중 순직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의 유가족을 위로했다.

지난 20일 경기도 하남시 마루공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 빈소에서 동료 소방관이 조문하고 있다. 김동식 구조대장은 인명 수색을 위해 화재가 난 물류센터에 진입했으나 빠져나오지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쿠팡은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투자와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화재로 소중한 일터를 잃은 1700명의 상시직 직원들에게 근무할 수 없는 기간에도 급여를 정상적으로 지급하겠다"라며 "단기직을 포함해 모든 직원분들이 희망하는 다른 쿠팡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전환 배치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순직한 김동식 구조대장의 유족을 평생 지원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유족과 협의해 순직 소방관 자녀를 위한 '김동식 소방령 장학기금'도 세울 방침이다.

쿠팡 관계자는 "화재 원인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조사 결과를 통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적극 개선하도록 하겠다"라며 "화재 예방을 위해 쿠팡의 모든 물류센터와 사업장을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진행해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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