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퍼·금속소재 가격인상 영향...ASUS·HP 등 글로벌기업, 소비자 판매가 잇따라 상향
업계 "공급 대란은 일시적 현상 아닐 가능성 높아...당분간 관련 업계 몸살 계속될 것"

반도체 부족 사태가 노트북 등 전자기기 분야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아수스의 게이밍 기기 'ROG Flow X13'으로 본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음. [사진=ASUS]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자동차 산업에서 시작된 반도체 부족 사태가 노트북, 프린터, 스마트폰 분야로 번지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글로벌 반도체 부족은 노트북과 프린터 등의 가격을 높이고 있다"라며 "스마트폰을 포함한 다른 기기에도 똑같은 영향이 가해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일제히 생산량을 늘리면서 실리콘 웨이퍼와 각종 금속 소재 등 반도체 재료 가격이 오르자 디지털 기기들의 가격도 덩달아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판매된 반도체 칩의 수는 지난해 1월 730억개에서 올해 1000억개로 큰 폭으로 늘었다. 

이러한 현상은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가격추적 사이트 키파에 따르면 대만 컴퓨터 제조업체 아수스(ASUS)의 게이밍 노트북 가격은 기존 900달러에서 한 달만에 950달러로 올랐다.

미국 HP 주력 시리즈 크롬북의 가격도 같은 기간 220달러에서 250달러로 올랐다. 이는 컴퓨터 메모리 칩의 가격이 지난해 초 대비 현재 34% 오른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HP는 PC뿐만 아니라 프린터의 판매 가격도 올리고 있다.

투자은행 번스테인리서치에 따르면 HP의 PC 가격은 작년 대비 약 8% 오른 반면 프린터 가격은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상승했다.

엔리케 로레스 HP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 가격 상승은 반도체 부족 때문"이라며 "회사는 가격을 추가로 조정할 수도 있다"라고 말해 추후 가격 상승의 여지를 남겼다.

다른 업체들도 상황은 비슷한 실정이다.

델 테크놀로지스의 토마스 스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부품 비용 증가에 대해 생각할 때 적절하게 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WSJ는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아직 소비자 가격 상승 움직임이 뚜렷하게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생산 지연 등의 여파로 조만간 비슷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국내에서는 중국 정보기술(IT) 매체 기즈모차이나가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 S21FE 출시 일정이 연기됐다고 보도와 관련, 한국 스마트폰 기업들도 반도체 부족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경제가 회복하고 있지만 반도체 공급망 병목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셔터스톡/연합뉴스]

반도체 제조사들은 칩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한다.

반도체 제조업체 아날로그 디바이시스의 빈센트 로세 CEO는 "반도체 부족 현상을 틈타 가격을 올려 이익을 보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생산에 드는 비용이 늘었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애플과 삼성전자에 무선통선회선을 판매하는 반도체업체 브로드컴의 호크 탠 CEO도 "비용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다"라며 "고객들은 상황을 이해하고 더 높은 가격을 기꺼이 감내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반도체 부족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온라인 부품 거래업체 소스엔진의 젠스 갬펄 CEO는 "(공급 대란은) 이제 우리 왼쪽과 오른쪽, 그 어느 쪽을 봐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당분간 관련 업계들이 몸살을 앓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일리 포드 전자부품업협회(ECIA) 수석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제조 비용 증가로 인한 소비자 가격 상승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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