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금 완납 후 종합 레저·관광기업 재탄생 목표...투자자 유치 없이 자체 자금으로 100% 부담
'日 관광객 유치 목표' 세웠지만 국제선 업황 다시 악화...LCC 출혈경쟁으로 '승자의 저주' 우려도

인천공항에 계류 중인 이스타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인천공항에 계류 중인 이스타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이스타항공이 2019년 9월 비상 경영체제에 들어서며 매각을 추진한 지 1년9개월 만에 ㈜성정의 품에 안겼다.

이스타항공의 날개를 달게 된 성정은 골프장 관리·부동산임대 등 건설업을 주력으로 한 중견기업으로, 이번 인수를 통해 종합 레저·관광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미래 청사진의 완성을 향한 첫 걸음을 뗐다.

성정과 이스타항공은 지난 24일 서울회생법원에서 김유상·정재섭 이스타항공 공동관리인, 형남순 성정 회장, 형동훈 성정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수·합병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대금은 1087억원이며, 이날 110억원의 계약금을 이스타항공에 선지급했다. 향후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시행에 맞춰 잔금을 치루면 인수가 마무리된다.

25일 성정 관계자에 따르면 회생 계획안을 결의하는 관계인 집회가 열리는 8월 전까지 나머지 대금을 조기 납부할 방침이다.

◆ 5년 안에 경영 정상화 자신감... 향후 2000억원대 추가자금 마련이 관건

업계에서는 성정이 5년 내 경영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된 항공업계 환경과 정상화를 위한 운항증명서(AOC) 재취득, 신규 항공기 리스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 여러 고비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자금력이다.

이스타항공은 인수가 외에 2000억원대의 추가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1850억원 가량의 회생 채권이 있고 이중 체불임금 등 공익채권 규모만도 800억원에 달한다. 채무 탕감을 통해 일부를 털어낸다 해도 규모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인수전이 본격화되기 전 매각한 700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형남순 회장과 아들 형동훈 대표의 개인 재산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성정의 자금력이 관계사까지 다 합쳐서 총 매출이 4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이전 매출 5000억원 대를 기록했던 이스타항공의 인수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형 회장은 출자 등 개인자산을 투입해 자금 마련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형 회장은 외부 투자 유치 없이 보유한 부동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형 회장은 "2000여명이나 되는 회생채권자들과 원만한 합의를 이끌겠다"며 "현재 정리해고로 직원이 600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인수가 확정되면 직원을 1000명까지 늘릴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빠른 시간 안에 이스타항공 로고가 다시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게 하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형남순 성정 회장(오른쪽)과 정재섭 이스타항공 공동관리인이 24일 오후 이스타항공과 성정의 인수합병 투자계약 체결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형남순 성정 회장(오른쪽)과 정재섭 이스타항공 공동관리인이 24일 이스타항공과 성정의 인수합병 투자계약 체결을 위해 서울회생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상 궤도 진입까지는 산 넘어 산... LCC업계 출혈경쟁도 부담

이스타항공이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까지는 만만치 않은 현실이 가로놓여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가 셧다운에 가까운 위기에 처해 있고, 정부가 트래블 버블(격리면제 여행) 체결을 본격 추진한 데 따라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최근 인도 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며 상황이 다시 악화되는 것도 악재가 되고 있다.

성정은 일본 골프 관광객 유치 등 레저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항공여객 거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이처럼 국제선 운항이 더디게 재개되면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때문에 성정은 당분간 국내선 여객 시장에서 다른 저가항공사(LCC)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5개사와 신생 항공사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 3곳이 국내 여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포털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적 항공사의 국내선 운항 편수는 1만9821편, 여객 수는 314만1565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심화되던 지난해 국내선 운항 수와 여객 수가 각각 1만3564편과 190만3446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약 1년 만에 업황이 소폭 개선된 것이다.

다만 이러한 수치는 출혈 경쟁의 산물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실제 국내 LCC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수백억원 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최악의 불황에서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인수가 '승자의 저주'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업으로 잔뼈가 굵은 성정이 야심차게 뛰어든 항공업계에서 어떻게 뿌리내리고 날아오를 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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