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사장단회의서 이커머스 강화 논의...11번가 등 유통업체와 동맹구축 가능성
오픈마켓 한계 넘기 위해 독자노선 단행할 수도...'버티컬 플랫폼' 전환 가속화 조짐

지난해 하반기 신동빈 회장 주재로 열린 주요 임원회의 VCM(옛 사장단 회의) 현장. [사진=롯데]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롯데그룹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확실한 '한방'을 모색하면서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온라인 유통사업 부진을 만회하려 했지만 신세계그룹이 새 주인으로 낙점됐고, 네이버와 쿠팡 등 기존 강자들과의 경쟁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롯데가 조만간 열리는 사장단 회의에서 동맹체제 구축과 독자노선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는 전략 짜기를 넘어 '실행'을 보여줄 때가 됐다는 지적이다.

◇ 예년보다 일찍 모이는 사장단...이커머스 향배 논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내달 1일 신동빈 회장 주재로 열리는 하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 온라인 역량 강화 논의를 본격화한다.

롯데의 하반기 VCM은 통상적으로 7월 중순에 진행되지만 이커머스 시장이 격변기를 맞으면서 조기소집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VCM의 화두는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이커머스 통합 플랫폼 '롯데온(ON)'의 향배다.

'신동빈의 야심작'이라고 불리며 출범한 롯데온은 지난해 거래액 7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네이버쇼핑(28조원)과 쿠팡(22조원)을 추격하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보다 41.9% 감소한 매출 280억원이라는 성적표를 받았고, 영업손실은 29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신동빈 회장을 필두로 롯데가 이번 사장단 회의에서 경쟁사를 대상으로 어떤 반격 카드를 꺼낼지 눈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11번가 등 일부 국내 유통업체와의 협력에 주목하고 있다.

11번가를 운영하는 SK텔레콤의 윤풍영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4일 투자 설명회에서 "하반기에 롯데·홈플러스와 여러 협력 방안을 열어두고 이야기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롯데에게 있어 11번가는 매력적인 업체이기도 하다.

11번가는 글로벌 이커머스 1위 기업인 아마존과 협력해 연내 해외직구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을 세우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거래액도 10조원에 달한다.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온라인 통합 플랫폼 '롯데온(롯데ON)' [사진=롯데쇼핑]

◇ '승자독식' 오픈마켓...새로운 플랫폼 통한 '변화' 급선무

롯데가 당분간 독자노선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오픈마켓이란 개인과 소매업체가 자유롭게 상품을 거래하고 플랫폼이 수수료를 가져가는 온라인 중개몰로, 이미 쿠팡과 이베이코리아 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이 자리매김한 영역이다.

롯데 내부에서도 다른 업체와의 협력 및 인수·합병(M&A)보다는 자체 온라인 영역을 확대해 변화를 주는 게 급선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무산된 직후인 지난 18일 "그로서리(신선식품),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된 전문 버티컬 플랫폼을 세워 고객이 (롯데를) 찾아올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하겠다"라고 말했다.

버티컬 플랫폼은 특정 관심사를 가진 고객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 분야별 세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뜻한다.

롯데는 버티컬 플랫폼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신호탄을 쏜 상태다.

앞서 롯데온은 푸드 전문관 '푸드온'과 온라인 패션 전문관 '스타일온'을 운영하며 신선식품과 의류 부문을 세분화했다.

롯데백화점은 국내 백화점 최초로 오프라인 스니커즈 리셀 매장 '아웃오브스탁'을 운영하며 중고 리셀(resell·되팔기) 시장에 매료된 고객을 공략했다.

롯데가 지난 3월 중고나라의 지분을 인수한 것도 같은 연장선으로 이해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1층 아웃오브스탁 쇼룸 [사진=아웃오브스탁 SNS 갈무리]

롯데는 이번 VCM을 계기로 조만간 결단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1월 진행된 상반기 VCM 자리에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 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라며 현 포트폴리오를 빠른 시일 내에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롯데는 VCM 전날인 30일 신동빈 회장과 사업부문(BU) 부문장, 일부 경영진이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컨설팅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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