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7일 파업 찬반투표...공장 셧다운 위기에도 "기본급·성과급·정년연장" 요구
'감산' 한국GM 노조, 이번주 파업 가시화...르노삼성도 신차 계획 없이 노조리스크 시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야적장에 대기하고 있는 완성차. [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국내 완성차 기업이 '코로나19 확산'과 '반도체 공급 부족' 2중고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엔 '파업'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 쉽사리 진화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노동조합과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까지 삐거덕거리면서 하반기 파업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는 올해도 노조와의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현대차 노조는 오는 7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 달 30일 노사가 제13차 임단협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에 따른 결과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금 9만9000원 인상(정기호봉 승급분 제외)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연장 최장 만64세 연장 ▲국내 공장 일자리 유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사측은 ▲기본급 5만원 인상에 경영성과급 100%+300만원 지급 ▲품질향상 격려금 200만원 ▲주간연속 2교대 포인트 1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통 큰 결단이 부족하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 측은 "사측의 제시안은 노측 교섭위원과 5만 조합원의 기대치와 거리가 한참 멀다"라며 "더 이상의 협상은 무의미하다고 판단하여 교섭 결렬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이틀 뒤 진행되는 투표에서 찬성 표가 압도적으로 나온다면 현대차는 본격적으로 파업 수순에 돌입하게 된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취임한 이래 첫 분규 사태로, 회사가 집중하고 있는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노조 리스크는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 심화되고 있는 와중에 불거져 사측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반도체 부족 사태로 지난 6월에도 아산공장과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 가동을 멈춰야 했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최근 담화문을 내고 "(사측 제시안은) 작년 영업익 33.6% 감소, 반도체 대란으로 7만대 생산 차질 등의 한계가 있었는데도 전향적으로 나온 것"라며 "회사가 최고 수준의 임금·성과급을 제시했는데도 노조가 파업 수순을 되풀이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17일 열린 르노삼성 노조 파업 집회 모습 [사진=르노삼성 노조]

한국GM 사정도 다를 게 없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1일부터 파업권 확보를 위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 5일 마무리 짓고 바로 개표 작업에 돌입한다. 6일에는 확대간부합동회의를 소집해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 ▲통상임금의 150% 성과급 ▲코로나19 극복 및 생계비 보전을 위한 격려금 400만원 등 내용을 담은 2021년 임금투쟁 요구안을 확정한 후 사측에 맞서고 있다.

한국GM은 올 초부터 반도체 부족으로 감산에 돌입한 대표적인 국내 완성차 기업이다.

지난 4월에는 트레일블레이저와 쉐보레 등 인기 모델을 생산하는 부평1·2공장에 셧다운 조치를 내린 이래 실적 복구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판매 부진까지 겹치며 회사의 추가적인 임금 지급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국GM은 올 상반기 내수 시장에서 19.3% 감소한 3만3160대를 판매했고, 수출 시장에서 2.7% 줄어든 12만1623대를 판매하는 등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임단협 내용을 두고 아직도 노사 간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오는 9일 기업노조와 민주노총 금속노조 르노삼성자치회, 새미래노조, 영업서비스노조 등 4개 노조 중 교섭 대표를 확정하고, 12일 임시 총대의원대회를 개최해 쟁의권 확보에 나선다.

사측이 지난 5월 부분 직장폐쇄까지 단행하며 노조의 태도에 강경한 입장을 보인 만큼 올해에도 노사가 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직 올해 임단협에도 돌입하지 못한 상태다.

르노삼성의 경우 부품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멈추지는 않았지만, 반도체 대란이 하반기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만큼 생산 차질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특히 한국GM과 르노삼성이 현대차와 달리 하반기에 수익을 끌어올릴 신차 계획이 없어 올해 전망이 어둡다고 보는 분위기다.

앞서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도 담화문을 통해 "과거라면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라며 "노조의 쟁의행위가 멈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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