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베이조스 시대 저물고 앤디 재시 신임 CEO 등극...'지구 최고의 고용주' 원칙 실현
노동자 처우 개선 이끌지 주목...인종차별 등 내부 업무환경 관련 소신발언 이어와

 [사진=아마존]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수장이 27년 만에 바뀌는 가운데 회사가 노동자 처우라는 고질적인 경영 리스크를 풀어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이날부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회사가 온라인 서점으로 출범한 지 꼭 27년 만이다.

신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는 앤디 재시 AWS(아마존웹서비스) CEO가 이름을 올렸다.

앤디 재시는 지난 1997년 마케팅 매니저로 아마존에 입사한 이래 신규 사업과 사업 전략에 공을 세우며 '베이조스의 그림자'라고 불린 인물이다.

그는 앞으로 베이조스가 정의한 16개 리더십 원칙에 따라 아마존을 이끌게 된다.

그동안 아마존은 고객을 향한 집착, 높은 기준, 절약 등 14개 리더십 원칙을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

여기에 베이조스는 퇴임 직전 ▲성공·확장의 광범위한 책임 ▲지구 최고의 고용주 등 2가지 원칙을 더하며 사실상 차기 CEO에게 새로운 미션을 안겨준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업계에서는 앤디 재시 CEO가 신규 원칙을 이행하기 위해 아마존의 취약점이었던 노동자 근무환경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새로 선임된 아마존 CEO는 회사의 노동 문제를 물려 받게 됐다"라며 "노동자들의 불안과 씨름하는 것이 앤디 재시의 주요 과제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재시 CEO가 임기 내 넘어야 할 가장 큰 관련 리스크는 노동조합(노조) 설립 여부다.

현재 아마존의 물류센터 및 택배 배달 노동자들은 미국 최대 노조인 팀스터스(전미트럭운전자조합)과 함께 회사의 '무노조 경영'을 깨고 연내 노조를 설립할 방침이다.

이들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결의안 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결의안에는 팀스터스가 아마존 전담 부서를 결성해 노조 형성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동자 처우 문제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후 급격히 불거지는 모습이다.

미 위스콘신주의 마크 포칸 민주당 하원의원에 따르면 아마존의 물류센터·택배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여파로 배달량이 급증하면서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노동자들은 화장실을 마음대로 갈 수 없어 병에 소변을 보는 등 격무에 시달리고 있고, 물류 차량에 탑재된 인공지능 감시 카메라로부터 일거수일투족을 녹화 당하며 사생활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측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이를 전면 부인했지만, 잇따른 제보와 아마존의 노동조건을 고발한 책이 발간되자 "우리는 아직 해결 방법을 알지 못하지만 해법을 찾을 것"이라며 꼬리를 내린 상태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왼쪽)과 앤디 재시 아마존 신임 최고경영자(CEO) [사진=아마존]

재시 CEO는 이러한 노동자 처우를 개선할 주춧돌이 될 전망이다.

영국 가디언지는 최근 '그림자에서 벗어난 앤디 재시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재시 CEO는 베이조스보다 정치 및 사회 문제에 발언할 준비가 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베이조스 창업자는 아마존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노동자의 처우를 외면한 리더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물류센터 직원들이 수차례 노조 설립에 도전했지만 불발된 배경에도 베이조스의 회유책이 있었다는 비판도 거세다.

다른 업계보다 높은 임금을 주며 일부 노동자들의 반대표를 이끌어냈다는 지적이다.

이와 달리 재시 CEO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게시글과 공개 발언을 통해 사회적 이슈에 소신 발언을 이어왔다.

올해 3월에는 AWS 내부에서 인종 차별이 일어났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아마존의 어느 누구도 이와 같은 경험을 해서는 안 된다"라며 단호한 입장을 표했다.

지난해 3월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응급의료 요원으로 일하다 경찰의 무리한 체포로 총에 맞아 숨진 브레오나 테일러 사건과 관련해서도 "만약 흑인을 살해한 것에 대해 경찰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정의와 변화를 가질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재시 CEO가 내부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재시 CEO가 베이조스로부터 한 가지 배운 점이 있다면 그것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것"이라며 "아마존은 (신임 CEO와 함께) 훌륭한 기업시민이 될 준비가 될 준비가 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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