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공장 매각 후 친환경차 공장 설립 추진..."미래차 경쟁에서 차별화 나설 필요"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새 주인 찾기에 한창인 쌍용자동차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친환경차'를 승부수로 내걸었다.

이번 결단은 전 세계가 전동화에 돌입한 가운데 쌍용차 또한 미래 사업에서 도태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과 같다. 성장 동력이 부족하다는 시장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완성차기업이 친환경차를 만드는 것이 이제 '당연한 일'이 된 만큼, 잠재 인수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차별화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 마지막 희망, '친환경차'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42년간 사용했던 평택공장 부지를 매각하고 새로운 곳에 친환경차 생산을 위한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쌍용차는 "평택시와 평택공장 이전 및 공장 건설을 위한 공동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라며 "친환경차로의 사업 전환을 촉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쌍용차는 향후 5년간 회사의 모든 연구 인력과 자원을 신차 개발에 투입하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 모델을 포함해 6종의 친환경차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 같은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잠재 인수자를 설득하려는 속내가 깔려있다.

친환경차는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주류에 속했지만, 테슬라를 선두로 포드·폭스바겐·현대차 등 완성차기업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급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쌍용차는 인수·합병(M&A)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다른 업체에 비해 성장 동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기업의 체질이 여전히 '내연 기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는 쌍용차의 결단이 일부 인수 후보자들에게 매력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인수전에 뛰어든 에디슨모터스는 전기버스 제조업체이고, 케이팝모터스도 전기차 제조업체인 만큼 인수가 타결된다면 친환경차 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쌍용차 내부에서는 친환경차 승부수가 통해야 한다는 절실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은 "친환경차 전용공장 건설은 쌍용차 미래를 위한 중장기 경쟁력 확보 방안의 일환"이라며 "친환경차·자율주행차 등 자동차 산업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쌍용차는 잠재 인수후보자들로부터 인수의향서와 비밀유지 확약서를 제출받고 있다. 기한은 이달 30일까지다.

지난 9일 경기 평택시청에서 열린 공동협력 업무 협약식에서 정장선 시장(앞줄 왼쪽)과 정용원 쌍용차 관리인(가운데), 정일권 쌍용차 노동조합 위원장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쌍용차/연합뉴스]

◇ 후발주자에게 놓인 '차별화' 숙제

문제는 쌍용차가 잠재 인수자들에게 차별화된 친환경차 사업을 펼칠 것이라는 신뢰를 쌓아야한다는 점이다.

미래차 시장은 각축전의 연속이다. 이는 국내 시장으로만 시야를 좁혀봐도 알 수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6월)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 승용차는 2만6632대다.

그중 수입 승용 전기차는 1만4295대로 전년 동기보다 64.7% 증가했고, 국산 승용 전기차는 1만2337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2.0% 늘어났다.

국산차 중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아이오닉5와 EV6를 선보이면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G80 전동화 모델을 출시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후발주자인 쌍용차에게는 너도나도 뛰어든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묘수가 필요한 상태다.

앞서 쌍용차는 오는 10월 브랜드 최초 전기차 '코란도 이모션'을 유럽에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이를 계기로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전기차 픽업 모델 등으로 라인업을 다양화할 예정이다.

자동차업계는 코란도 이모션의 경쟁력에 아직 물음표를 지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코란도 이모션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300킬로미터(km) 수준이다.

선두주자인 테슬라의 모델Y가 500km, 아이오닉5와 EV6가 400km 중후반대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성능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원가 절감을 통해 경쟁사 제품 대비 낮은 가격대로 승부를 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란도 이모션의 출시가가 4000만원 중후반에서 5000만원 초반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쌍용차 코란도 이모션 [사진=쌍용차/연합뉴스]

한편 쌍용차는 12일 노사 간 합의한 자구안을 실행하며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쌍용차는 "쌍용차 자구 방안 이행을 위해 경기지방 노동위원회에 신청한 무급휴업 신청 건이 승인됐다"라며 "오늘부터 1년간 무급휴업을 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주간 연속 2교대로 운영하던 평택공장 생산라인은 오늘부터 1교대로 전환되며 전체 기술직은 50%씩 2개조, 사무직은 30% 3개 조로 편성돼 매월 1개조씩 순환 휴업을 할 예정이다.

다만 금융 지원의 키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이 자구안 시행이 잠재 인수자를 설득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점을 고려했을 때, 실제 M&A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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