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근대산업시설 결정문안에서 이례적 '강력한 유감' 표명
1910년대 이후 강제징용 역사 등 명시 안해…추모도 없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군함도 탄광 등에서 한국인 강제노역 사실을 숨기는 일본의 역사 왜곡 행위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카드 뉴스로 알렸다. 사진은 서 교수가 찍은 군함도. [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일본이 나가사키항 인근에 있는 '군함도'(하시마·端島) 등에서 벌어진 조선인 강제노동 역사를 왜곡했다는 사실이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의 조사로 재확인됐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번 조사 등을 토대로 일본에 강력한 유감 표명과 함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는 결정문을 조만간 채택할 예정이어서 일본의 대응이 주목된다. 

12일 외교부에 따르면 유네스코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공동조사단이 지난달 7∼9일 도쿄의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시찰한 내용의 실사 보고서(60쪽)가 이날 오후 세계유산센터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일본이 작년 6월 도쿄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에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군함도 등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그러나 공동조사단 3명이 이 시설을 시찰한 결과 일본이 한국인 등이 강제로 노역한 역사를 제대로 알리라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단의 보고서는 1910년 이후 '전체 역사'에 대한 일본의 해석이 불충분하다고 결론을 냈다.

'전체 역사'는 군함도 등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을 일본의 관점뿐 아니라 한국인 강제징용 노동자 등 피해자의 시각까지 균형 있게 다루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보고서는 1940년대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로 노역한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조치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일본이 작년 6월 도쿄에 개관한 정보센터에 군함도 등의 자료가 전시돼 있지만, 그 전시만으로 강제 노역 사실을 인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보고서는 또 이 정보센터가 실제 산업유산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데다 강제노역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전시가 없는 등 희생자 추모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이와 함께 유사한 역사를 지닌 독일 등 국제 모범사례와 비교해 볼 때 조치가 미흡하고 한국 등 당사국들과의 지속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오는 16일부터 화상으로 진행될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 상정될 '일본 근대산업시설 결정문안'도 세계유산센터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세계유산위는 이미 당사국으로부터 의견 수렴을 한 만큼 21∼23일 토의 절차 없이 이 결정문안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정문안은 일본이 2018년 6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된 결정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강력하게 유감'이라는 표현이 담겼다.

외교부 당국자는 "국제기구 문안에 '강력하게 유감'이란 표현이 들어간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일본 측에서 정보센터를 설립해 충실히 약속했다는 주장이 맞지 않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명시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정문안에는 또 일본에 강제노역 사실과 일본 정부의 징용 정책을 알 수 있게 조치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은 이러한 내용의 권고에 굉장한 부담을 갖게 될 것"이라며 "우리도 계속해서 일본에 약속 이행을 촉구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이러한 이행 요청과 앞으로 보완될 보존현황보고서를 내년 12월1일까지 제출하도록 결정문안은 권고하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5년 7월 징용 피해자를 기억하는 전시시설을 마련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이곳을 포함한 23개 메이지 시대 산업 시설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공개된 일본의 해석전략 이행보고서 등을 보면 한국인 등이 강제로 노역한 역사를 제대로 알리라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를 일본이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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