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 전 대통령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가 폭동으로 번져
대형 쇼핑센터 약탈과 방화로 초토화...현재까지 6명 사망
폭력 사태 수도권까지 번지면서 군부대 긴급 투입

남아프리카 항구도시 더반에서 12일(현지시간)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상점을 약탈하고 바리케이드에 불을 붙여 시커먼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경찰은 시위가 폭동과 약탈, 방화로 번지면서 6명이 숨졌으며, 20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남아프리카 항구도시 더반에서 12일(현지시간)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상점을 약탈하고 바리케이드에 불을 붙여 시커먼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경찰은 시위가 폭동과 약탈, 방화로 번지면서 6명이 숨졌으며, 20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제이콥 주마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로 촉발된 대규모 폭동과 약탈이 남아공 전체로 번지는 양상이다. 

곳곳에서 폭동과 약탈이 자행되는 와중에 동남부 항구도시 더반에 있는 LG전자 공장이 불에 타는 등 우리 기업도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12일(현지시간) eNCA방송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걷잡을 수 없는 폭력 사태가 수도권까지 번지자 급기야 군부대가 긴급 배치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시위는 나흘 전부터 주로 주마 전 대통령의 고향인 콰줄루나탈주를 중심으로 벌어지다가 지난 주말 경제 중심도시 요하네스버그로도 확산했다. 이번 시위로 요하네스버그가 있는 하우텡에서 4명, 콰줄루나탈에서 2명 등 6명이 사망했다.

주마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2009∼2018) 자신의 부패혐의 조사를 위한 사법위원회에 출석하라는 헌재의 명령을 거부하다가 구금됐다.

남아공 국방군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성명을 통해 "(경찰 등) 사법 집행 기관을 보조하고 소요를 진압하기 위해 하우텡과 콰줄루나탈에 병력을 배치하는 관련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 있는 LG전자 공장이 불에 타는 등 우리 기업도 큰 피해를 봤다. 12일 시위 군중에 의해 불타고 약탈당하는 더반 LG전자 공장을 교민이 촬영했다. [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 있는 LG전자 공장이 불에 타는 등 우리 기업도 큰 피해를 봤다. 12일 시위 군중에 의해 불타고 약탈당하는 더반 LG전자 공장을 교민이 촬영했다. [연합뉴스]

AFP 통신 등은 현재 치안 상황이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것으로 보도했다. 

상점 수십 곳이 폭도들에게 털린 가운데 콰줄루나탈주의 주도인 피터마리츠버그에선 한 대형 쇼핑몰의 지붕이 큰 화염에 휩싸이고, 요하네스버그에서도 한 대형마트가 약탈당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방영됐다.

교민 피해도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반 산업단지에 위치한 LG 공장은 이날 새벽 무장 폭도들이 습격해 전자제품들을 약탈해간 데 이어 오후에는 공장에 방화로 추정되는 불까지 일어나 전소되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LG 관계자는 "대사관에 사건 발생을 알리고 현지 정부, 경찰, 소방 당국까지 연락해 경력 투입과 함께 진화를 요청했지만, 시위대가 현장에 있는 관계로 소방대 투입이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교민은 "피해 집계도 아직 못하고 있다"며 "현지인 얘기로는 경찰력이 거의 와해된 지경이라고도 한다"고 전했다.

더반에 있는 한인 업체도 이날 오전 8시께 약탈 피해를 보는 등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요하네스버그 시위대는 버스와 철도 서비스도 중단시키고 도심에 바리케이드를 쳐서 통근자 수만명의 발이 묶인 상태다.

마트 등에 대한 약탈도 남서부 휴양도시 케이프타운 외곽까지 번지고 있다. 소요 지역을 중심으로 은행, 상점 등 다수의 사업장들이 영업을 중단했다.

지난 주말 요하네스버그와 콰줄루나탈에서는 수십 대의 차가 전소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제2의 항구도시 더반에서 12일(현지시간)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상점을 약탈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시위가 폭동과 약탈, 방화로 번지면서 6명이 숨졌으며, 20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제2의 항구도시 더반에서 12일(현지시간)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의 구금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상점을 약탈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시위가 폭동과 약탈, 방화로 번지면서 6명이 숨졌으며, 200명 이상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경찰은 지금까지 폭동, 방화, 약탈 등에 참가한 21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11일 대국민 담화에서 델타 변이에 따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제3차 확산에 따라 제4단계 봉쇄령을 2주간 추가 연장하면서 폭력 시위자에 대해 엄중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번 약탈 사태는 봉쇄령 장기화에 따른 주민 생활고의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아공의 실업률은 32.6%에 달한다.

한편, 이번 폭동의 원인이 된 주마 전 대통령은 최고 법정인 헌법재판소에서 법정모독 혐의로 15개월 형을 받고 지난 2일 수감됐으며, 현재 헌재에 판결을 취소해달라고 낸 신청에 대한 심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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