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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1-09-29 10:15 (수)
'미슐랭 스타' 박무현 "다이닝 셰프는 돈보다 명예를 선택한 장인들"
'미슐랭 스타' 박무현 "다이닝 셰프는 돈보다 명예를 선택한 장인들"
  • 이무현 기자
  • 승인 2021.07.14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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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내 '파인 다이닝'계의 샛별 박무현

"미슐랭 1스타 명예는 20대의 나를 요리에 바친 결과"
"돈을 바라본다면 파인 다이닝은 절대 운영하지 못해"
"새로운 판에서 새로운 것을 배운 젊은 셰프들 필요"
박무현 셰프. [사진=이무현 기자]
박무현 셰프. [사진=이무현 기자]

【뉴스퀘스트=이무현 기자】 품격과 맛, 여기에 멋이 조화를 이룬 식당을 흔히 ‘파인 다이닝’이라 부른다. 파인 다이닝을 순수예술에 비유하는 까닭이다.

재료 본연의 맛에 음식의 스토리텔링까지 셰프의 섬세함이 오롯이 전해지는 테이블을 마주할 때 느껴지는 오감은 파인(fine) 그 자체다.

파인 다이닝은 아주 특별한 감성적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장소로 손색 없다. 좋은 분위기와 예술 작품을 연상시키는 음식이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품격의 식당'이기도 하다.

한 통계에 따르면 120조원 규모의 국내 외식 시장 중 파인 다이닝이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하다. 

이렇듯 미미하지만 차별화한 0.1%의 영역에서 4년째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운영 중인 셰프 박무현을 만났다. 

그는 음식이 좋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영국의 ‘팻 덕’, 호주의 ‘키’ 등을 거쳐 세계 20위권의 레스토랑 ‘더 테스트 키친’에서 부주방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해비치 호텔 총주방장을 거쳐 자신만의 음식세계를 펼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로 업장을 오픈했고, 1년 만에 '미슐랭 1스타'를 획득하며 국내 파인 다이닝 시장의 중심에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코로나19로 외식 시장이 재편되는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는 2021년 여름, 꿋꿋이 자신의 길을 걷는 셰프 박무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박무현 셰프와 일문일답. 

요리를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기계공고를 다녔었다. 당시 전일제 클럽이라는 방과 후 활동이 있었는데, 남학교의 특성상 요리 수업에는 참여율이 적었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과 같은 수업을 듣고 싶은 마음에 경쟁률이 적은 요리 수업을 듣게 됐다. 

첫날부터 지각하는 바람에 반장이 됐고, 선생님을 도와 재료 준비, 메뉴 선정, 자료 정리 등을 하게 됐는데 이상하게 너무 재밌었다. 나중에는 수업 후에 게임방에 가는 것 보다 요리 수업이 더 기대될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께서 내게 요리학원에 다녀보는 것을 추천해주셨고, 그렇게 요리에 입문하게 됐다. 

처음 요리에 입문했던 당시의 박무현은? 

-요리가 너무 하고 싶어 고등학교 재학 중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요리학원에 다녔었다. 그렇게 2개의 수업을 들었는데, 현실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원비를 충당한다는 게 무리였다. 

그러던 차에 요리에 대한 열정을 이해해주신 학원 원장께서 지금 돈으로 500만원 정도의 수업을 공짜로 듣게해주셨다. 그렇게 취득한 5개의 자격증을 바탕으로 조리학과에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조리학과에 진학을 해보니 모든 교수님이 나를 주목하셨다. 자격증을 5개 가진 학생이 입학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하시더라.(웃음) 그렇게 셰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유학을 가게 된 계기는? 

-군 입대 후 이라크 파병을 갔었다. 당시 전우들에게 외국의 셰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됐는데, 적잖은 충격이었다. 

대학에 재학하며 호텔에서 실습도 해봤지만 당시 총주방장들은 대부분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이었다. 그런데 외국 호텔의 총주방장은 30대 중반, 적게는 30대 초반 셰프도 있다는 것이었다. 

믿기지 않아 인터넷을 찾아보니 한국은 호텔 수에 비해 요리사들이 많아 경쟁이 치열한 반면, 외국에는 호텔이 워낙 많다 보니 한국에 비해 경쟁이 덜 치열하고 진급도 빨랐다. 

뿐만 아니라 TV를 틀어보니 에드워드 권 셰프님이 나오셔서 “외국은 한국에 비해 셰프에 대한 대우도 좋고, 그에 맞는 몇 배 높은 연봉을 준다”고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나의 꿈인 총주방장이 되기 위해 외국행을 결심했다. 

외국에서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면?

-처음 미국에 도착해 호텔에서 일할 때만 해도 버틸만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파인 다이닝에 대해 알게 된 후 나의 유학 생활은 180도 바뀌었다. 

당시 ‘다이닝’의 개념이 없었던 한국에서 온 내게 파인 다이닝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다. 매일 미슐랭 3스타 식당들을 구글에 검색해서 보고 책도 구매해서 읽다가 무작정 식당에 찾아갔다.

이후 영국에 가게 됐는데, 정말 힘들었다. 하루 17시간씩 근무했고, 업무 강도도 너무 강했다. 현지 셰프들과 매일 경쟁하며 선배 셰프들의 따가운 눈초리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모두 힘들었고 경제적인 여유도 좋지 못했다. 그렇게 9년을 정말 이 악물고 버텼었다.(웃음) 

다이닝의 업무 강도에 대한 생각은?

-당시에는 ‘이게 사람이 할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그렇게 일했기 때문에 그들이 앞서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냉정히 말해 요리사는 기술직이고, 많이 할수록 잘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배운 것을 얼마나 많이 반복해서 실전(요리)에 활용하느냐 여부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의 근로 시스템은 실력을 향상하는 데에 최적화된 구조다. 세계 최고의 요리를 다루는 곳에서 남들에 2배 이상 빠르게 기술을 쌓아간다고 생각해보자. 우리가 흔히 아는 8~9시간을 근무하는 식당보다 최소 4배 이상은 빠르게 성장할 거다. 

지금도 외국에 미슐랭 3스타에서 5년만 근무해도 한국에서는 서로 스카우트하려고 난리다. 그 정도로 차이가 난다. 

내가 30대 중반에 미슐랭 1스타 셰프가 된 것도 어쩌면 내 20대를 모두 바친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다이닝의 근무 여건은 바뀌지 않는가?
 
-국가마다 다르다. 우선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여전히 하루 17시간 이상 근무를 한다. 

최근 호주에서 다이닝 식당을 대상으로 국가적인 점검을 나섰던 적이 있는데, 당시 밀린 임금을 해결하지 못해 폐업 처리된 다이닝들도 꽤 많았다. 

사실 다이닝의 구조상 돈을 많이 벌지 못하고, 모두 합법적으로 운영하기에는 무리가 많다. 그래도 최대한 법을 준수하려고 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인 것 같다. 

다이닝은 돈이 되지 않는다?  

-대략 4년 전, 한 매체에서 국내 외식업계 전체의 수익률을 조사한 적이 있다. 프랜차이즈 식당은 25%, 캐주얼은 15%, 파인다이닝은 7%였다. 

당시 쿡방 열풍 속 스타 셰프들의 레스토랑도 포함돼 있음을 고려하면 대충 어느 정도인지 감이 올 것이다.

나도 오픈과 동시에 정말 많은 조명을 받았지만, 미슐랭을 받기 전까지 1년 정도는 완전히 적자였다. 지금도 매일 90% 이상의 손님을 받고 있음에도 여전히 순 이익률은 한 자릿수다.

우리 레스토랑의 경우 만석일 때 고객 수가 16명인데, 지금 근무 중인 정직원만 13명이다. 최근 52시간 근무제로 2명의 직원을 더 채용할 예정이니 실습생들까지 포함하면 손님 수보다 직원이 더 많은 매장이 돼버렸다. 

물론 다이닝의 특성상 비싼 금액을 받지만, 손님 수보다 직원이 많은 식당에서 이윤이 좋게 생길 리는 없다. 

다이닝 셰프들 사이에서 가장 흔히 하는 이야기가 “레스토랑에서 이익을 기대하지 말자”는 거다. 

안타깝지만 레스토랑의 브랜드를 걸고 밀키트를 제작하거나 캐주얼 식당을 오픈하는 등 다른 일을 병행해야 버틸 수 있는 수익구조다. 

나의 경우는 기업강의나 외식 컨설팅, 광고 등을 통해 수익을 보충한다. 다이닝으로 돈 버는 게 어려워서다. 

박무현 셰프[사진=이무현 기자]
박무현 셰프[사진=이무현 기자]

근무자 수를 줄이는 건 힘든가?

-물론 음식을 심플하게 하면 당연히 적은 수의 직원을 채용해도 된다. 작업량도 적어지고 이윤도 올라간다.

그런데 그렇게 요리하고 싶지는 않다. 다이닝 셰프들은 예술가다. 예술가에게 작품이 1순위인 것처럼 나 역시도 더 공들이고 섬세한 요리를 선뵈고 싶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한 거다. 

대부분의 다이닝 식당은 항상 위험한 상태에 있다. 당장 한달 만 장사가 안되더라도 15명의 임금이 밀리게 된다. 조금만 휘청거려도 모든 게 무너질 수 있는 구조다. 

다시 한번 이야기 하지만 돈을 바라본다면 파인 다이닝은 절대 운영하지 못한다. 

외국 다이닝의 경우는 어떤가?

-외국의 경우도 비슷하다. 그래도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외국에는 돈이 많은 자본가나 기업 차원에서 다이닝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수익구조는 비슷해 외국 역시 다이닝을 운영하며 그 브랜드 가치를 이용해 캐주얼 식당을 열거나 HMR(간편식) 등을 론칭한다.

영국이나 스페인의 최상급 식당들은 국가 관광사업의 일환으로 인정돼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런 식당들은 일부러 적자를 보는 구조를 만든다. 수입을 남기려는 의도가 아닌 세계 최고임을 증명하기 위한 식당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정말 최상급의 식당들만 가능한 일이고, 대부분의 다이닝 셰프들은 비슷한 사정에 있는 것 같다.

수익을 높이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가?

-다이닝 수익의 대부분은 음료에서 나온다. 음식으로 판을 깔아두고 와인으로 돈을 번다고 보면 된다. 

진짜 미식가들은 좋은 와인부터 시킨다. 음료와 함께 즐기는 문화가 활성화돼야 다이닝을 더 즐길 수 있고 레스토랑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웃음) 

그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편의점에 와인이 없었던 걸 생각하면 정말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최근 내추럴 와인바 등의 열풍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두 번째로는 더 적극적인 소비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외국의 경우 의식주 중 ‘식’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월세에 살면서도 다이닝을 정기적으로 다닌다던가, 오늘은 배달음식을 먹고 내일은 미슐랭 스타 식당에 가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국내에서 요리하며 느낀 게 미식가라는 사람은 많은데, 수입 대비 먹는 금액이 큰 것 같지는 않다. 

보다 더 적극적인 소비를 부탁드린다. 뮤지컬을 즐기는 것처럼 다이닝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한국에서 다이닝을 오픈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외국에서 일하던 중 제주도에 있는 호텔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한국에 왔다. 

그 뒤로 2년간 틈틈이 서울에 올라가 고객층이나 트렌드, 쓰는 식재료 등을 분석하고 공부했다. 

호텔에서 나오게 되며 언젠가는 (미슐랭)별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식당을 열게 됐는데, 정말 힘들었다. 

돈이 많이 필요했지만, 나는 담보도 없고 돈을 갚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대략 마흔 명에게 부탁을 드렸는데 말을 꺼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말 감사하게도 그중 여섯 분께서 돈을 빌려주셨고, 오피스텔 보증금과 여윳돈 100만원을 제외하고 모두 투자해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다행히 오픈 1년 만에 미슐랭 1스타를 받았고 순항하고 있다. 대출은 아직 갚는 중이다(웃음)

미슐랭 1스타를 받았을 때의 기분은?

-단순 별을 받았다기보다 다이닝 시장에서 인정 받았다는 게 뜻깊었다.

외국에서 근무하던 시절 SNS를 통해 주방에서 일하며 느낀 점들을 기록했었는데, 내 의도와 달리 많은 팔로워가 생기며 주변에서 시기와 질투도 받았다. 

특히 선배 셰프님들로부터 ‘네가 얼마나 유명한 곳에서 일하길래’, ‘글 쓸 시간에 요리를 더해라’ 등의 쪽지가 올 때 너무 속상했다. 

그래서 미슐랭 별이 더 의미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의 설움을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와 비교해 국내 파인다이닝 시장은 얼마나 변했나?

-역사가 짧은 만큼 급격히 변하는 것 같다. 우선 오픈 때를 생각해보면 레스토랑의 인지도는 있었지만, 손님은 없었다. 당연히 다이닝 식당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너무 많은 식당이 생겼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고급 음식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났고 다이닝의 입지도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넓어졌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가 시작되며 다이닝들이 오히려 호황을 맞기도 했다. 평일 점심이 아닌 이상 기본 한 달 정도는 대기가 필요했던 적도 있었다.

국내 파인 다이닝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하다 보니 부작용도 있는 것 같다. 우선 다이닝을 흡수할 수 있는 수요에 비해 카테고리가 너무 많다.

당연히 이탈리안, 한식, 일식, 중식 등은 이해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분들이 고기 구워주는 한우 오마카세까지 ‘파인 다이닝’이라 인식하더라. 

그렇다 보니 정작 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렌치 다이닝이 국내에서는 힘이 없다. 프렌치가 곧 파인 다이닝이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카테고리가 너무 넓어 수요가 분산돼 실력대비 보여줄 수 있는 게 한정되는 점이 매번 아쉽다. 

그럼에도 파인다이닝을 계속하는 이유가 있다면?

-내가 살아온 인생의 목표고 평생 하고 싶은 일이기 떄문이다. 

돈이 많이 되면 당연히 좋지만, 돈을 못 벌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슐랭 셰프들을 보면 방송에 나가지 않는다. 나 역시도 방송국에서 많은 제안을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방송에 출연하면 레스토랑을 비워야 하고 그만큼 음식의 퀄리티가 떨어질 텐데, 그걸 용납할 수 없었다. 

다이닝 셰프들은 돈보다는 명예를 선택한 장인들이다. 그리고 장인은 변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한결같은 요리를 할 계획이다. 

국내 다이닝이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젊은 셰프들이 계속 나와야 한다. 지금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려면 세대교체가 필수라 생각한다. 

셰프는 경력이 길어질수록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늦어진다. 이를 바꾸려면 완전히 새로운 판에서 새로운 것을 배운 젊은 셰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대교체만 잘 이뤄진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세계를 대표하는 레스토랑이 나올 수 있고, 충분히 세계적인 미식(美食) 국가 반열에도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