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관장 출신들이 '정권 교체' 기치 내걸어...인사 검증 실패 방증
부동산 정책, 소주성, 탈원전 등 문 정부 핵심 정책 비판 뼈아파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사진=연합뉴스TV 제공]

【뉴스퀘스트=김동호 부장】 내년 3월 치러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김두관 의원, 박용진 의원 등이 2차 경선을 앞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야권에서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 전 대표 등 중진 의원들이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히면서 본격적인 선거 모드에 들어가고 있다.

특히 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행보가 눈에 띈다.

이들은 모두 현 문재인 정권에서 요직을 거친 인사로 상대 진영인 야권에 합류해 강력한 대권 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정치권 일부에서는 현 정부 사정기관의 수장들이 곧 바로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양승조 충남지사는 사정기관 고위공직자들이 해당 직무 수행 기간만큼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하는 '윤석열·최재형 방지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본격적으로 정치무대에 들어섬과 동시에 현 정권의 부동산 등 각종 정책에 대한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어 향후 선거판에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정권이 저지른 무도한 행태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렵다"면서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 한다. 그래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며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최 전 원장도 15일 국민의힘 입당을 선언하면서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명제인 '정권교체'를 이루는 중심은 역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돼야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 청년들이 이제는 희망을 품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런 나라를 만드는 데 앞으로 제 모든 걸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정치무대 등장의 원인으로는 현 정권의 각종 실정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윤 전 총장은 출마 선언 당시 "(현 정부의) 경제상식을 무시한 소주성, 시장과 싸우는 주택정책, 법을 무시하고 세계 일류 기술을 사장시킨 탈원전, 매표에 가까운 포퓰리즘 정책으로 수많은 청년·자영업자·중소기업인·저임금근로자들이 고통을 받았다"며 "변변한 일자리도 찾지 못한 청년세대들이 엄청난 미래 부채를 떠안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년들이 겨우 일자리를 구해도 폭등하는 집값을 바라보며 한숨만 쉬고 있다. 청년들의 좌절은 대한민국을 인구절벽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현 정권은)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상식과 공정, 법치를 내팽개쳐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최 전 원장도 "나라가 너무 분열돼 있다. 여러 가지 정책들이 선한 뜻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되고, 특히 어려운 분들에게 피해가 간다"며 "국민들은 우리나라 장래가 어떻게 갈지 우려한다. 현재 정부가 수행하는 정책들이 지속 가능한가에 대해 많은 의문이 있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이들 모두 자신들이 발탁한 인사라는 점에서 가장 뼈 아프게 다가오고 있다.

윤 전 총장의 경우 인사청문회 당시 야당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이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이에 이들의 등장이 문재인 정부의 철저한 인사정책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정기관인 검찰과 감사원의 수장이 자신을 발탁한 정권을 외면하고 상대방 진영에 선 데는 임명 전 철저한 검증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결국 제 발등을 본인이 찎은 격이다.

실제로 과거 정부에서 이 같은 사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한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이들의 정치행보를 두고 "배신"이라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은) 파격적으로 승진해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발탁돼 은혜를 입었다”며 “그런데 이를 배신하고 야당 대선 후보가 된다는 것은 도의상 맞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최 전 원장과 관련해서도 "최 원장은 사법연수원 13기로 1981년도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분이다. 1980년 광주 시민을 학살하고 등장한 전두환 정부에서 사시에 합격해 판사가 된 분"이라며 "그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군사독재에 저항하던 민주화 인사에 대해 판사로서 단 한번의 양심적 판결이나 발언을 했는지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감사원장은 어떠한 국가조직보다 정치적 독립성이 요구되는 자리인데 현직 감사원장이 임기 중에 사표를 내고 대통령 선거에, 그것도 야당 후보로 나가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감사원법 취지에 맞지 않다"며 "본인이 감사원장을 그만두고 야권 대선후보로 나온다는 것은 너무나 말이 맞지 않는 '내로남불' 아니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송 대표의 말 조차도 현 정부의 인사 검증 실패라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렵다.

아무튼 이번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의 정치무대 등장에는 현 문재인 정부의 공로(?)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내년 대선에서 이들 중 차기 대통령이 탄생한다면 제 1공로자로 현 정부의 실정과 함께 이들을 발탁한 인사정책이 꼽히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들이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더라도 문재인 정부는 역대 최악의 인사를 단행했다는 오명을 벗어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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