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제품 탑재한 전기트럭서 연기 발생...LG엔솔·삼성SDI는 이미 수차례 홍역 치러
열에 취약한 리튬이온 사용하는 한 당분간 화재사고 계속...'예방·사후대책' 두 토끼 잡아야

14일 오전 9시 45분경 대구 북구 매천 지하차도를 지나던 전기트럭의 하부 배터리팩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대구서부소방서]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을 휩쓴 국내 배터리 대표주자들이 잦은 화재 사고로 '안전성 확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이미 전기차 화재로 홍역을 치렀고, 그동안 문제가 없었던 SK이노베이션까지 자사 제품에 이상 현상이 발생하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업계는 자동차 시장이 전동화 흐름에 본격 돌입한 만큼 비슷한 사고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예방과 사후 처리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주행·주차·충전' 가리지 않는 배터리 화재

1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45분경 대구 북구 매천 지하차도 일대를 지나가던 한 전기트럭에서 연기가 발생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차량은 현대자동차의 2020년식 포터2 일렉트릭(EV)으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차량 하부 배터리팩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발견하고 약 1시간에 걸쳐 살수작업을 진행했다. 이들은 불꽃이 튀지 않아 화재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유사한 연기와 냄새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에서 화재와 관련된 이상 현상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현대자동차와 대구서부소방서 등은 주행 중 배터리팩에서 연기가 난 원인에 대해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도 자사 배터리가 장착된 현대차 코나EV에서 잇따라 화재가 일어나며 곤혹을 치렀다. 이들 중 다수는 주차된 상태였다.

당시 두 회사는 각각 7 대 3으로 리콜(시정조치) 비용을 부담하기로 결정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5550억원의 리콜 비용을 회계에 반영했다.

삼성SDI도 자사 제품이 들어간 독일 BMW와 미국 포드 등의 자동차 모델에서 화재가 발생하며 리콜 조치를 취한 전례가 있다.

이러한 사고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과 4월 중국에서는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의 G3과 P7 차량이 배터리 발화로 추정되는 화재 피해를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 두 차량은 모두 글로벌 1위 배터리 업체 CATL의 제품을 탑재하고 있었다.

이달 초 미국 버몬트주에서도 제너럴모터스(GM) 쉐보레 볼트 전기차가 고전압 배터리팩에서 불꽃이 튀며 화염에 휩싸이는 일이 발생했다.

구체적인 배터리 공급사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해당 차량은 가정 집 주차장에서 충전기를 장착한 상태였다.

지난해 10월 오전 3시 40분경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주민자치센터 주차장에 세워진 코나 전기차(EV)에서 배터리 충전 중 불이 난 모습. [사진=남양주소방서/연합뉴스]

◇ 원인 찾기도 힘든 리튬이온 화재..."예방·사후 대책 마련해야"

문제는 전기차 화재의 원인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열에 취약해 한 번 불이나면 전기차 자체가 거의 전소될 수밖에 없다"라며 "차량이 전소되면 원인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대중화된 제품이다. 

다만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다 보니 온도 변화로 인한 배터리의 팽창과 외부 충격에 의한 누액 등의 손상이 잦아 위와 같은 화재와 폭발의 위험성 존재한다.

때문에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가 나올 때까지 전기차 화재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4대 소재 중 하나인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형태의 이차전지로, 구조적으로 단단한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의 역할까지 수행해 안전성이 높다.

국내 배터리 삼총사들은 '더 안전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분리막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각개약진을 펼치고 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전고체 배터리를 2030년경 양산할 계획이며, LG에너지솔루션도 최근 양산 목표를 2027년으로 앞당겼다. 삼성SDI도 오는 2027년 양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화재 등 문제가 일어났을 당시 소비자 피해보상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필수 교수는 "우리나라는 자동차 화재가 일어나면 화재의 원인을 운전자 당사자에게 찾으라고 요하는 분위기"라며 "근본적인 예방책뿐만 아니라 소비자 보호 방안에도 신경을 써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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