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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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박민수 대표이사】 아쉬운 대목이다. 좋은 기회를 놓쳤다.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 GF(글로벌 파운드리)가 인텔에 인수된다는 소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인텔이 반도체 제조 능력 확대를 위해 GF 인수 협상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거래 규모는 300억달러(약 34조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GF는 WSJ 보도에 “인텔 측과 어떤 협상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공식 부인했다.

엉뚱한 가정이지만 이 부회장이 감옥에 안 갔다면 인텔이 GF를 순순히 먹을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진작에 삼성이 GF를 인수했어야 했는데 '실기'했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있어 인텔의 GF 인수 소식은  ‘이 부회장의 부재’에 따른 악재다.

인텔은 지난 3월 '파운드리 시장 진출'을 전격 선언한 바 있다.

인텔은 당시 200억달러를 투자, 미국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 두 곳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인텔은 GF 인수에 나서는 등 파운드리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이다.

파운드리는 고객사의 주문 요구에 맞춰 반도체 칩을 생산 납품하는 회사를 말한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100조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파운드리 시장은 성장성이 높은 분야다.

GF는 미국 반도체업체 AMD의 생산 사업부로 있다가 지난 2008년 AMD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로 전환하면서 분사됐다.

현재는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인베스트가 대주주다.

GF는 대만의 UMC와 함께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3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GF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7%다.

대만 TSMC(55%),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17%)에 이어 대만 UMC(7%)와 비슷한 수준이다

인텔이 GF를 인수하려는 배경은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시장 점유율 확보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TSMC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인텔은 이번 GF 인수로 파운드리 시장 세계 1·2위 업체인 TSMC와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가 가능해졌다.

당연히 삼성전자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은 지난 30~40년 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패권을 휘둘러왔다.

특히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여기에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까지 넘보면서 삼성으로서는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선두주자인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온 힘을 쏟고있는 삼성전자로서는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4월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비전 2030'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파운드리 분야는 TSMC와 격차가 더 벌어졌고 시스템 반도체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18%에서 올해 1분기 17%로 오히려 떨어졌다.

당연히 몸집을 불려야 하는 삼성전자로서는 인텔에 앞서 GF 인수를 위해 간을 본적이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2월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를 만났었다.

당연히 이 둘의 만남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업계에서는 이 둘의 회동이 UAE가 대주주인 GF의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경영에 전념할 수 없었고 또 재수감됨에 따라 GF 인수합병 건은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기술 선점으로 경쟁 우위를 갖추고 있지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

삼성전자가 만약 GF를 먹었다면 파운드리 시장에서 25%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 TSMC의 뒤를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는데 물 건너 간 셈이다.

삼성으로서는 GF 인수 무산으로 TSMC와 버거운 싸움을 펼쳐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 부회장은 수감 되기 전 강력한 M&A를 통해 삼성전자의 경쟁력 확보에 나선 바 있다.

이 부회장 주도로 지난 2014년 스마트싱스와 미국의 공조회사 콰이어드사이드, 서버용 SSD 소프트업체인 프록시멀데이터를 인수했다.

이후 심프레스, 루프페이, 조이언트, 비브랩스, 하만 등을 연이어 품는 등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 장악력을 키우는 한편 글로벌 전략을 전개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다시 재수감되면서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전략은 올 스톱 상태다.

항간에는 총수의 부재로 오히려 회사의 실적이 더 좋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총수 부재의 회사는 이처럼 굵직한 M&A를 책임지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기업들은 시장에서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무한경쟁이다.

박민수 뉴스퀘스트 대표이사.
박민수 뉴스퀘스트 대표이사.

수장이 없는 기업은 이러한 죽기 살기식 경쟁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해  벼랑 끝에 놓일 수 밖에 없다.

한때 강하게 거론되던 이 부회장의 8월 사면과 특사 이야기가 대선 정국에 파묻히는 듯한 모습이다.

회사 경영이든 한 국가의 정책이든 타이밍이 중요하다.

이 부회장이 경영일선에 하루빨리 복귀해야 삼성도 글로벌 경쟁에 참전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는 비단 삼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정부는 코로나 백신 확보에 실기했던 잘못을 또다시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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