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배터리 품귀대란 가시화...주요국 내연기관 퇴출 기조에 더 심화될 전망
전기차 인기에 원자재 값도 급증...탄산리튬 103% 니켈·코발트 32% 씩 상승

리프(LEAF) 등 주요 전기차 모델을 생산하는 닛산 영국 공장. [사진=AF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전동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각광받는 산업이 있다. 전기자동차의 심장부인 '배터리'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총력전을 다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경 배터리 시장 규모가 현재의 8배인 3500억달러(약 402조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장밋빛 전망 일변도는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배터리 품귀 현상과 가격 인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늘어난 수요에 배터리 '귀하신 몸'

배터리가 품귀 사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는 이전부터 제기됐다.

국내에서 전기차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지난 2017년 일부 완성차 기업들은 배터리를 제 때 수급하지 못해 신차 인도를 늦추는 사태를 일으켰다. 늘어난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탓이다.

이후 대대적인 배터리 공급난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글로벌 전문가들은 악재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대형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전기차 배터리 공급-수요 모델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5년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품귀 대란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시기에 가면 세계 배터리 생산 가동률은 85%에 달할 예정이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모든 차종 라인을 친환경으로 전환하면서, 충분한 물량을 만들기에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26년 이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내연기관차에서 배출되는 탄소 규제를 본격 강화하면서 전기차 생산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전동화시스템 개발기업 ATS의 우도 파넨카 사장은 21일 "자동차 회사들은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확고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라며 "(전기차) 프로젝트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공급업체가 충분한 배터리를 생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배터리 개발업체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의 리튬메탈 배터리 제품. SES는 지난 5월 현대차·기아와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을 위한 제휴개발계약(JDA)을 체결하기도 했다.  [사진=SES/연합뉴스]

◇ 원자재 가격도 급등...배터리 값 더 비싸지나

배터리 가격이 더 비싸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리튬·코발트 등 주요 원자재의 가격이 전기차 수요에 따라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V 배터리는 높은 상품 가격의 다음 희생자"라고 말했고 로이터통신도 "배터리의 코발트 함량은 최근 몇년 간 크게 줄었지만 EV 판매가 급증하면서 사용량은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지난해 1월 1일과 이달 22일 주요 원자재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탄산리튬은 103%, 니켈은 32%, 코발트메탈은 32% 급증했다.

이외 페로망간의 가격은 25%, 구리는 50%, 알루미늄은 35% 상승세를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경제 회복이 이어지면서 수급 불균형 사태가 가격 상승을 촉발시켰다는 분석이다.

SNE리서치는 이 상황이 계속된다면 다른 소재에서도 가격 급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전기차 전환을 위한 성장통이라고 생각되며,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시장을 예의주시 해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한편 현재 100% 전동화를 예고한 글로벌 기업은 제너럴모터스(GM), 볼보, 포드 등이다. 볼보와 포드는 2030년, GM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를 퇴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 사업에 470억달러(약 54조원)를 투자해 2025년까지 3개의 순수 전기차 플랫폼을 갖추고 새 모델을 모두 전기차로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라 샬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경영자(CEO)는 22일(현지시간) 전동화 목표에 대해 "회사는 빠른 변화에 대응하면서 지속적인 성공을 보장할 것"이라며 "우리는 우수한 자격과 의욕적인 인력과 함께 성공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올라 샬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경영자(CEO)는 22일(현지시간) 전동화 목표에 대해 "회사는 빠른 변화에 대응하면서 지속적인 성공을 보장할 것"이라며 "우리는 우수한 자격과 의욕적인 인력과 함께 성공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사진=메르세데스-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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