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제 MBC 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회식과 남자 축구 중계 등에서 벌어진 그래픽과 자막 사고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MBC 제공/연합뉴스]
박성제 MBC 사장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회식과 남자 축구 중계 등에서 벌어진 그래픽과 자막 사고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MBC 제공/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도 제32회 도쿄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진행 중인 가운데 이를 중계하고 있는 국내 공영 방송사에서 잇따라 부적절한 화면을 송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 논란의 주인공은 MBC.

MBC는 지난 23일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당시 그래픽에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송출해 논란의 시작이 됐다.

지난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공식 집계한 사망자만 3500여명에 이르는 우크라이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사고로, 인류 대축제인 올림픽 개막식에서 이를 소개 사진으로 공개한 것으로 상당히 부적절한 일로 지적 받고 있다.

또한 MBC는 아이티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과 지난 7일 사저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진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엘살바도르 선수단을 소개하는 자료 화면에서도 비트코인 사진을 삽입해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엘살바도르는 전 세계 국가 중 최빈국 중 하나로 최근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채택해 이를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국내 언론과 네티즌 뿐 아니라 주요 외신에서 MBC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비판이 이어졌다.

MBC의 논란은 여기서 그치치 않았다.

MBC는 지난 25일 치러진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대한민국과 루마니아 경기 중계에서도 자책골을 기록한 루마니아의 마리우스 마린 선수에게 비아냥 거리는 듯하게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자막을 노출해 논란이 이어졌다.

이에 MBC는 박성제 사장까지 나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사장은 26일 마포구 상암동 MBC 경영센터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전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며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들께 MBC 콘텐츠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전했다.

박 사장은 특히 "지난 주말은 MBC 사장 취임 후 가장 고통스럽고 참담한 시간이었다"며 "급하게 1차 경위를 파악해보니 특정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으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 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파악하고 대대적인 쇄신 작업을 하겠다"며 "방송강령과 사규, 내부 심의규정을 강화하고 윤리위원회, 콘텐츠 적정성 심사 시스템도 만들어 사고 재발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콘텐츠 제작 때 인류 보편적 가치와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권과 성평등 인식을 중요시하는 전사적 의식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MBC는 우크라이나·루마니아 대사관에 이번 방송 물의와 관련한 사과 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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