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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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행동경제학이 진화론이나 생물학, 뇌과학 등의 성과와 궤를 같이 한다는 말은 일전에 한 적이 있다.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자면,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상황이 되었을 때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기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하면 그 원인을 진화한 우리의 마음과 행동에서 찾기도 한다.

우리는 인간이면서 생명의 객체이기도 하여 연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때에 따라 우리 뇌의 어느 부분이 활성화되는지를 측정하여 그 결과를 해석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기원전부터 중요한 논쟁거리인 맹자의 성선설이 맞는지 아니면 순자의 성악설이 맞는지, 바꾸어 말하면 인간은 원래 이기적인지 아니면 이타적인지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게 된다.

당장 최근에 뉴스로 나왔던 사례들만 떠올려 보자.

‘열손가락이 없는 산악인 김홍빈’씨에 대해 최소 15명 이상이 구조요청을 무시하였다는 기사를 생각하면 당장 인간이 원래 이기적이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물에 빠진 어린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내평개치고 강물에 뛰어든 의인을 생각하면 인간은 이타적이구나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헷갈리게 된다.

어떤 사례를 보면 분명히 지긋지긋할 정도로 이기적인데, 어떤 사례를 보면 분명히 사람은 이타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뉴스에서 보는 온갖 범죄에 관한 소식만 보더라도 분명히 이기적인데 무슨 얘기를 하는 거냐고 말이다.

그러나 뉴스에서 나오는 범죄의 양을 가지고 이기적인지 이타적인지 판단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뉴스는 사람들에게 잘 일어나지 않는 놀라운 일들을 전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확률이 희박한 소식들만 전달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가지고 판단하는 편이 인간이기에 이기적인지 이타적인지 판단하고자 하는 우리의 목적에 더 맞다.

진화론 측면에서도 다양한 설이 있으나 아무래도 다윈 다음으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 The Selfish Gene’에서 주장하는 바를 우선 소개한다.

리처드 도킨스에 따르면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들은 유전자가 만들어낸 기계에 불과하다.

그리고 유전자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성질은 ‘비정한 이기주의’이기 때문에 개체들의 행동은 일반적으로 이기성을 가지고 나타난다.

다만, 자신의 이기적인 목표를 잘 달성하기 위해 한정된 이타주의를 보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최근 ‘휴먼카인드’라는 책에서는 이와 반대의 주장을 펼친다.

현생인류를 ‘호모 퍼피’라고 부르면서 인간은 원래 친화적이고 세로토닌과 옥시토닌이 더 많이 분비되며, 표정을 감출 줄 모르긴 하나, 이러한 덕분으로 보다 많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더 많은 자손을 나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이타적인 성향을 가진 인간은 그로 인해 사기도 당하고 동료애, 집단애를 부르짖는 군주들에게 속아 전쟁도 불사하는 단점을 보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인간의 선한 본성은 믿을 만하다.

하나만 더 다른 설명을 살펴보자.

자연환경과 유전자는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에게 당연히 영향을 미치므로 문화적 진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로 문화 또한 유전자로 전해지는 행위의 특징들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유전자와 문화의 공진화’라고 일컫는데, 인간의 선호나 믿음은 유전자가 문화에 영향을 끼치고 문화가 다시 유전자의 진화에 영향을 끼치는 과정의 산물이라는 개념이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반드시 이기적이지는 않다는 개념에서 출발하였다. (경제학에서의 ‘이기적’과 진화론에서의 ‘이기적’이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배경 하에) 따라서, 행동경제학에서의 인간은 어떤 측면에서건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이타적이기도 한 인간을 다룬다.

경북대 최정규 교수의 경우는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 그 자체를 자기의 선호에 반영하는 이른바, ‘타인을 고려하는 선호’를 가졌다고 하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을 돕는 종이라고 말한다.

행동경제학에서 인간이 반드시 이기적이지만 않다고 얘기하면서 항상 드는 예가 최후통첩게임이다.

최후통첩 게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어떤 사람 A에게 만원을 주었다.

A가 다른 B라는 사람에게 만원을 가지고 분배할 때, B가 그 금액을 받아들이면 그대로 나눠 가질 수 있고, B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양쪽 다 어떤 금액도 가질 수 없는 게임이다.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인간이라면 A는 최소한의 금액을 제시할테고, B는 갑자기 공돈이 생기는 상황이므로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

A가 통크게 1000원을 제시하면 A는 9000원을 가지고 가고 B 또한 1000원을 가지고 갈 수 있다. A가 100원을 제시해도 B는 100원이 생기므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 실험은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독일 쾰른 대학에서 한 최초 실험에서는 A라는 제안자 역할을 한 사람들은 평균 37%의 몫을 B에게 건네주는 제안을 하였다.

그리고 50%를 넘겨주고자 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한편 응답자들은 제안된 금액이 30%를 넘지 않으면 아예 제안을 거부했다.

이 실험은 최초에 그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의구심을 가진 여러 학자들이 앞다투어 검증했지만,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최후통첩 게임에서 아예 제안자의 위험을 제거해 버리는 실험도 있는데 이를 독재자 게임이라고 한다.

독재자 게임에서는 금액을 응답자에게 제안한 후 그냥 끝이다.

응답자가 거절했다고 해서 제안자가 한 푼도 못가지고 가는 경우는 없다.

대니얼 카너먼과 리처드 세일러가 진행한 독재자 게임에서는 자신이 18달러를 가지고 상대방에게 2달러를 주는 경우와 두 사람이 10달러씩 똑같이 나눠가지는 경우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선택하라고 했다.

그런데 참가자 중 76%가 10달러씩 나눠가지는 방안을 택했다.

또 다른 독재자 게임에서는 원래대로, 즉 알아서 상대방에게 제시할 금액을 통보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아자는 평균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나눠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위의 게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의 본성이 어떻든지 간에, 이기적이든지 이타적이든지 혹은 최정규 교수의 얘기처럼 집단을 위해 이타적인 ‘집단선택’을 하든지 간에 현재의 우리는 ‘공평성’, ‘공정’, ‘정의’라는 단어가 우리 유전자 속에 각인되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적어도 우리는 지금보다 더 협력할 여지가 남아 있으며, 지금보다 더 평화롭고 정의롭게 살아갈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단, 정치인만 잘하면 된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정태성 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행동경제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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