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 등 4곳
'반려' 권고 딛고 두 단계 올려 세계유산으로 등재 '쾌거'

순천만 갯벌. [문화재청 제공=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철새를 비롯해 약 2000종 이상의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어 14년 만에 두 번째로 등재한 유네스코 자연유산(Natural Heritage)이다.

자연유산이 된 갯벌은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 등 4곳이다. 이 중 신안 갯벌이 1100㎢로 가장 넓고, 나머지 갯벌 면적은 각각 60㎢ 안팎이다. 모두 습지보호지역이고, 일부가 람사르 습지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하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26일 중국 푸저우(福州)에서 온라인과 병행해 진행 중인 제44차 회의에서 한국의 갯벌을 만장일치로 세계유산 중 자연유산으로 등재했다.

지난 5월 세계자연유산 자문·심사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네 단계 평가 체계 중 세 번째인 '반려'(Defer) 권고를 받은 한국의 갯벌은 이번에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두 단계를 올려 등재에 성공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가 당초 '반려'를 권고했음에도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건 우리나라가 세계유산 등재를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순천만 갯벌. [문화재청 제공=연합뉴스]
순천만 갯벌. [문화재청 제공=연합뉴스]

◆'동아시아와 대양주 철새 이동로의 핵심 기착지' 평가

한국의 갯벌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물새 22종과 해양 무척추동물 5종이 서식하며, 범게를 포함해 고유종 47종이 있다.

대표적 멸종위기종은 검은머리물떼새, 황새, 흑두루미, 작은 돌고래인 상괭이 등이다. 특히 동아시아와 대양주 철새 이동로에서 한국의 갯벌은 핵심 기착지이기도 하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가치가 크므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신안 갯벌. [문화재청 제공=연합뉴스]
신안 갯벌의 가을풍경. [문화재청 제공=연합뉴스]

한국의 갯벌은 '보편적 가치가 탁월하고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포함한 생물학적 다양성의 현장 보존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의미가 큰 자연 서식지를 포괄한다'는 등재 기준을 충족했다.

앞서 IUCN은 한국 갯벌의 세계유산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신안 갯벌 외에는 지형학적·생태학적 과정을 나타낼 수 있을 만큼 범위가 넓지 못하고,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핵심 지역을 포함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반려' 권고를 했다. 또 세계유산을 둘러싼 완충지역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21개 위원국을 대상으로 한국의 갯벌이 세계유산 등재 기준을 충족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향후 유산 구역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설득했다. 또 '동아시아 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과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 등 국제기구, NGO도 세계유산 등재를 지지했다.

◆문화재청, 외교부, 해수부, 지자체 등의 협업이 이룬 성과

김현모 문화재청장은 "위원국을 대상으로 갯벌의 가치를 부각하며 적극적으로 설득한 전략이 이뤄낸 쾌거"라며 "세계에서 인정한 갯벌의 가치를 지키고 홍보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갯벌 자연유산 등재로 우리나라가 보유한 세계유산은 15건으로 늘었다.

세계유산 가운데 문화유산은 △석굴암·불국사(1995년) △해인사 장경판전(1995년) △종묘(1995년) △창덕궁(1997년) △화성(1997년) △경주역사유적지구(2000년)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2000년) △조선왕릉(2009년)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2010년) △남한산성(2014년) △백제역사유적지구(2015년) △산사·한국의 산지승원(2018년) △한국의 서원(2019년) 등 13건이다.

자연유산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2007년) △한국의 갯벌(2021년) 등 2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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