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추구하는 변화의 기류 속에 여자 선수들 스스로 변화
여성의 성적 매력 강조한 유니폼에 반기 드는 선수들 늘어나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2020도쿄올림픽에 참가한 배드민턴 여자 선수들이 원피스와 짧은 치마, 레깅스, 반바지, 긴바지 등 다양한 복장을 착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리우올림픽 은메달리스트로 이번 올림픽에서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출전한 인도의 푸살라 신두는 28일 배드민턴 예선경기에서 승리한 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입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원피스를 입고 경기하는 인도 신두. [로이터=연합뉴스]
원피스를 입고 경기하는 인도 푸살라 신두. [로이터=연합뉴스]
블리치펠트는 경기 중 짧은 치마를 입었다. [AP=연합뉴스]
블리치펠트는 경기 중 짧은 치마를 입었다. [AP=연합뉴스]

로이터 등 외신들도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여성 배드민턴 선수들의 자유로운 복장을 화제로 다뤘다.

이날 경기를 했던 30명의 여자 배드민턴 선수 중 3분의 1가량이 반바지 외에 레깅스와 치마바지, 치마, 반바지, 원피스 등을 자유롭게 입었다.

이란의 소라야 아게히 하지아가 히잡에 긴팔 상의, 레깅스를 입고 경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의 소라야 아게히 하지아가 히잡에 긴팔 상의, 레깅스를 입고 경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의 소라야 아게히 하지아가는 더운 날씨에도 히잡을 쓰고 긴팔 티셔츠와 레깅스를 입고 출전했다.

배트민턴의 이런 움직임은 내부 비판에 따른 것이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배드민턴의 인기를 높이고 기업 지원을 늘리기 위해 여자 선수들에게 미니 스커트 유니폼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신설했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복장을 자유화하게 됐다.

선수들은 이 같은 변화를 반기고 있다.

전날 여자 배드민턴 단식 예선 L조에서 승리한 커스티 길모어(영국)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려서 좋았다"면서 "우리가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 돼 행운"이라고 말했다.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 선수들도 기존의 '레오타드' 유니폼을 착용하지 않고 올림픽에 참가했다. 그동안 타이트한 수영복 스타일이 일반적인 유니폼으로 인식됐지만 이들은 레깅스 차림으로 경기에 나섰다.

지금까지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체조 선수들은 원피스 수영복에 긴 소매를 덧 댄 레오타드 유니폼을 착용해왔다. 독일 선수들이 레오타드 유니폼을 선택한 건 선수들을 향한 여성 선수의 성적 대상화에 반기를 들기 위해서다. 

독일 체조연맹은 지난 4월 선수들이 몸을 가리는 운동복을 입는 것이 "체조선수의 성적 대상화를 막는 일"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도쿄올림픽 비치발리볼 경기 모습. [AP=연합뉴스]
도쿄올림픽 비치발리볼 경기 모습. [AP=연합뉴스]

한편, 지난 18일 불가리아에서 열린 유럽 비치핸드볼 선수권 대회에서는 여자 선수들의 복장을 놓고 잡음이 빚어졌다.

당시 노르웨이 비치핸드볼 여자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반바지를 입고 출전했다.

이에 국제핸드볼연맹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어야 하는 규정을 위반했다며 벌금을 부과하자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반바지를 입고 뛴 노르웨이 선수단. [Tradia 소셜 미디어 사진=연합뉴스]
반바지를 입고 뛴 노르웨이 선수단. [Tradia 소셜 미디어=연합뉴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핸드볼연맹(EHF)은 노르웨이 비치핸드볼 여자대표팀이 지난 18일 불가리아에서 열린 유럽 비치핸드볼 선수권대회에서 비키니 대신 반바지를 입은 것에 대해 선수 한 명당 150유로(약 20만원)씩 총 1500유로(약 203만원)의 벌금을 내렸다.

그러자 노르웨이 핸드볼협회가 선수들에게 벌금이 부과될 경우 이를 대신 낼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이 편하게 느끼는 유니폼을 입을 수 있어야 한다”며 “어느 정도 선수들이 유니폼을 선택할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양성과 성평등을 추구하는 변화의 기류 속에 여자 선수들 스스로도 변화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여성의 성적 매력을 강조한 유니폼에 반기를 드는 선수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같은 기류를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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