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투자·M&A 결정 이 부회장만 내릴 수 있어"..."가석방이라 제약 있을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 1월 4일 평택공장에서 EUV(극자외선) 전용라인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이 의결되면서 미국과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외신들이 앞다퉈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결정이 사실상 삼성 총수가 한국의 경제에 미치는 지배력을 보여준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사법 리스크 불씨가 남아있어 투자·인수합병(M&A) 계획이 가속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9일(현지시간) AP·로이터·AFP 등 주요 통신사들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가석방을 공식화한 즉시 이 부회장의 재판 과정과 판결 내용, 수감 상황, 가석방 결정 등을 소개하는 속보 기사를 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낳은 타격이다.

로이터통신은 "가석방에 대한 정치·경제계와 대중의 지지는 한국의 거대 기술 기업에서 주요 전략적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다는 불안 속에서 커졌다"라며 "회사 소식통에 따르면 주요 투자와 M&A 프로젝트에 대한 결정은 오직 이 부회장만이 내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업계는 삼성이 대만 TSMC와 미국 인텔 등 경쟁사와의 초격차 싸움에서 흔들리고 있는 이유로 대규모 투자가 단행되지 않는 점을 꼽았다.

실제 삼성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의 반도체 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했지만 유력 후보지만 떠오를 뿐 아직 부지를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이 부회장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말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부회장이 한국의 거대 기업 전반에 행사하는 지배력은 가석방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을 모두 가열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과 이 부회장의 관계를 조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가석방 조치가) 내년 초 대통령 선거를 앞둔 한국 정치·기업 풍경에 극적인 반전을 일으켰다"라며 "정치적인 유산을 지키는 것과 차기 대선을 앞둔 여당을 돕는 것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딜레마가 일어난 사례"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부회장의 석방을 통해 한국 최대 기업과 정부의 관계가 이목을 끌고 있다"라며 "가족 경영 기반의 대기업을 제압하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정부와 한국 재벌과의 관계가 주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국민의 60~70%가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찬성했다는 각종 여론조사가 있다"라며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를 내린 반기업 정서가 바뀌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8년 2월 5일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선고 뒤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편 외신들은 이번 결정을 통해 삼성이 총수 부재에서 벗어나 한시름을 놓게 됐지만, 실제 경영 복귀까지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 주요 일간지 르몽드는 "한국의 정치인과 재계 지도자들은 이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면서도 "이 부회장은 여전히 법원과의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 부회장은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려 했다는 것과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의료 목적 외로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때문에 투자와 M&A 등 큼직한 결정들은 업계의 예상만큼  빨리 단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졌다.

CNN방송은 이 부회장이 한국 법에 따라 가석방 이후에도 취업에 제한을 받는다며 "이 부회장은 업무로 복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라고 전망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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