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로 제한하려는 인류의 목표 흔들려
당초 2052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2040년으로 당겨져

8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 북부 에비아섬에서 한 주민이 화재 진압 중 물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화재 현장에는 수백명의 그리스 소방대원들이 투입됐고, 주민들과 관광객들은 페리를 타고 현장을 대피했다. [사진=AF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올해 전 세계가 맞이한 여름은 산불과 폭염, 홍수, 가뭄 등 각종 악재에 얼룩이 졌다.

환경 전문가들과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대부분의 재앙이 기후변화 영향으로 일어났고, 환경 피해도 나날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유엔은 기후 보고서를 발간해 20년 안에 지구의 평균 온도가 온난화 기준치를 넘겨 향후 수백 년 동안 상황이 반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가디언은 "유엔이 피할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주요 기후변화에 엄중한 경고를 표했다"라며 이 보고서가 지구의 파괴를 막는 '죽음의 종소리'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했다.

◇ 해수면 오르고 온실가스 뿜고...지구의 수난시대

9일(현지시간)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7년마다 발간하는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발간해 2040년 이전에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전보다 1.5도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PCC의 보고서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기반으로 작용해왔다. 앞서 IPCC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해당 내용은 협약에 그대로 반영됐다.

때문에 이번 보고서 내용은 협약에 합의한 200개국과 더불어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들에게 당황스러운 소식이다. 당초 IPCC는 지구 온도가 2052년쯤 1.5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이번 분석의 근거로 해수면과 온실가스 농도의 수치를 제시했다.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1901년 부터 2018년까지 0.20m 올랐고, 상승 속도는 1901~1971년 연간 1.3mm에서 2006~2018년 연간 3.7mm로 상승했다.

2019년 온실가스 농도 중 이산화탄소는 410ppm, 메탄 1866ppb, 이산화질소 332ppb로 집계됐고, 이중 이산화탄소는 전례 없는 수치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됐다.

폭염과 산불 등 여러 악재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이어졌다.

실제 유럽과 북미 지역은 이달에도 고온·건조한 기후와 강풍으로 10년간 최악의 산불을 겪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최근 2주간 산불이 이어지면서 입원치료 환자가 수십 명 발생했다.

해당 사안을 집중 보도한 영국 가디언은 태평양 섬나라들이 해수면 상승과 지하수 염분 증가, 열대성저기압 빈발 등의 타격을 받아 농작물 재배가 어려워지고 저지대가 침수되는 상황이 빈번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IPCC는 홈페이지를 통해 "기후변화는 이미 여러 방식으로 지구의 모든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단순 온도 문제를 넘어 습도, 바람, 눈과 얼음 등의 변화를 의미한다"라고 강조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현 상황을 '코드 레드'(경고)라고 표현했다. 그는 "(기후변화) 경보 알림이 귀를 찢을 것 같다"라며 "지체할 시간도 변명할 여지도 없다"라고 밝혔다.

지난 7월 21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서 한 남성과 여성이 홍수 피해 지역에서 벗어나고 있다. 당시 정저우는 사흘 만에 약 1년 치 비가 한꺼번에 내리면서 침수 대란에 빠졌다. [사진=EPA/연합뉴스]

◇ 온실가스 감축부터 시작...개도국 자금지원 목소리도

이러한 소식에 주요국 정상들은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엔기후변화협약 196개국과 유럽연합(EU)은 오는 11월 영국에서 개최되는 당사국 총회 'COP26'에서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각국은 COP26가 개최되는 날까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중간목표 차원에서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할 예정이다.

한국도 날짜에 맞춰 2030년 기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실제 단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IPCC는 보고서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의 주원인인 석탄을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기업들이 현실적으로 석탄 사용을 아예 배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앞서 주요 20개국(G20)의 환경 및 에너지 장관들이 지난 7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회의에서 석탄화력 발전을 중단하는 사안에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당시 석탄화력 발전을 배제하라는 유럽의 요구에도 관련 로드맵을 마련하지 못했다.

영국 BBC방송 등 외신들은 "COP26는 기후변화 통제를 위한 중대한 행사"라면서도 "이 자리에서 각국이 석탄화력 발전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 큰 성과겠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선진국들이 전 지구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자금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기후 변화 대응에 투입한 자금은 789억달러(약 90조원) 수준이었다.

이에 선진국들은 2025년까지 연간 1천억달러 이상을 투입하고 이후에 자금 지원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G7 정상회의에서도 이 의지를 재확인했다.

가디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세계 지도자들은 (기후변화를) 시급한 문제로 보고 새로운 정책을 단행해 세계 경제를 저탄소 기반으로 전환해야 한다"라며 "인간의 활동이 수천 년 또는 수십만 년 동안 전례 없는 방식으로 기후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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