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4만원에 거래 마감...시총 22조, 엔씨 제치고 게임대장주 등극
공모가 고평가 논란, 유통 주식물량, 중국 게임 리스크 등이 발목 잡아

역대 2위의 공모 규모에도 청약 흥행에서 참패한 게임업체 크래프톤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크래프톤 상장 축하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게임업체 크래프톤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크래프톤 상장 축하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주목을 받았던 게임업체 크래프톤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첫날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낮게 형성된 것은 물론 종가 역시 공모가에 미치지 못한 것.

'공모가 고평가' 논란 속에서 중국발 게임 리스크 등이 크래프톤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0일 오전 9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상장한 크래프톤의 시초가는 44만850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공모가인 49만8000원보다 약 11%가량 낮은 수준이다.

시초가는 상장일 오전 8시 30분부터 9시 사이 공모가의 90∼200% 사이에서 호가를 접수해 결정되는데, 최저가인 90% 수준에서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시초가는 최저가가 아니었다.

이날 장중 크래프톤의 주가는 40만500원까지 떨어지며 40만원선도 위협받았다.

이후 주가는 반등에 성공하며 시초가보다 5500원(1.23%) 오른 4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종가 역시 공모가를 8.84% 밑도는 수준이다.

종가 기준 크래프톤의 시가총액은 22조1997억원으로, 엔씨소프트(17조8925억원)보다 4조원 가량 앞서며 새로운 게임 대장주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향후 성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IP)이 하나밖에 없는 이른바 '원게임 리스크'와 중국 게임 규제 리스크를 안고 있어 게임 대장주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크래프톤의 공모주 일반 청약 첫날인 지난 2일 오후 서울의 한 증권사 창구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크래프톤의 공모주 일반 청약 첫날인 지난 2일 오후 서울의 한 증권사 창구에서 투자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크래프톤이 상장 첫날 기대 이하의 결과를 낸 것은 아직 '공모가 고평가' 인식을 전부 털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크래프톤은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각각 243.15대 1, 7.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실패했다.

일반 청약 증거금도 5조358억원에 그쳤다.

이는 중복 청약이 가능했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약 80조9000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약 63조6000억원)는 물론 중복 청약이 막힌 카카오뱅크(약 58조3000억원)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심지어 비슷한 시기 청약을 받은 원티드랩(5조5291억원), 플래티어(6조1846억원) 등 중소형 공모주보다 부진한 성적이다.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주식 비율이 높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크래프톤의 전체 주식 4889만8070주 가운데 최대주주 보유분과 기관 의무보유 확약분, 우리사주조합 배정분 등을 제외하면 39.05%(1909만3426주)가 시장에 풀린 것.

이는 SK아이티테크놀로지(15.04%), SK바이오사이언스(1.63%), 카카오뱅크(22.6%) 등보다 훨씬 높다.

의무보유 확약 비율도 44.91%로 다른 대형 공모주보다 낮다.

의무보유 확약이란 기관투자자가 공모주를 배정받는 조건으로 일정 기간 팔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의무보유 확약 비율이 낮을수록 장 시작 직후 매도 물량이 풀릴 수 있어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여기에 중국 규제 당국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발목을 잡았다.

최근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이 발간하는 `경제참고보`가 온라인 게임을 `정신적 아편`으로 규정·비판하며 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신화통신은 크래프톤의 2대주주인 중국의 텐센트를 지적했다.

크래프톤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중국 시장에서 텐센트가 개발하고 서비스하고 있는 `화평정영`에 대해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 배분구조에 따라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향후 중국 내 게임 관련 규제가 확대되거나 중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등의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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