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가마솥에 밥을 짓는 김소봉 세프의 밥 사랑은 진심이다.
매일 가마솥에 밥을 짓는 김소봉 세프의 밥 사랑은 진심이다.

【뉴스퀘스트=이해열 더피엠파트너스 대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인기를 끈 김소봉 셰프.

그 이후 SBS의 ‘셰프끼리’, Olive의 ‘올리브쇼’,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진심 깃든 음식철학과 맛난 솜씨를 선보였다.

그는 이제 제주살이 7년 차로 산방산이 바라보이는 서귀포의 안덕면 사계리에서 일본 가정식을 차려내는 ‘소봉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소담하고 깔끔한 음식을 먹고 싶던 참에 제주 사는 지인의 소개로 소봉식당을 찾았다.

삼방산이 바라보이는 서귀포 사계리에 자리잡은 일본식 가정요리 식당 소봉식당.
삼방산이 바라보이는 서귀포 사계리에 자리잡은 일본식 가정요리 식당 소봉식당.

사전 지식 없이 없었던 터라 어디선가 본 듯한 유명 세프의 등장에 ‘살짝’ 놀랐다.

연이어 소봉식당의 오픈 키친 앞쪽에 자리한 무쇠 밥솥 3개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큼직한 가마솥을 인테리어로 사용했나 싶었는데 김소봉 세프는 매일 여기에 밥을 한단다.

소봉식당의 주메뉴가 가정식 한상차림이다 보니 밥맛에 진심을 담는 것은 당연하고 무쇠솥에서 막 퍼낸 하얀 쌀밥은 고바찌, 시루모노 등 일식 밑반찬과 잘 어울리는 맛이다.

씻기도 힘든 가마솥에 매일 밥을 짓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밥에 큰 가치를 두는 만큼 가마솥 밥을 포기할 수 없다는 김소봉 세프다.

김소봉 세프는 매년 20여 가지가 넘는 쌀을 테스트한다.

해마다 생육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품종이이라도 맛의 차이가 있다.

올해는 쌀알이 크고 찰진 맛을 내는 신동진미를 사용하고 있다.

정미소에서 갓 도정된 쌀만 사용하고, 가마솥으로 밥을 지어 밥의 향과 찰진 식감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가족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건강한 가정식을 차녀래는 소봉식당의 주 메뉴들.
가족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건강한 가정식을 차려내는 소봉식당의 주 메뉴들.

소봉식당에서 제공되는 쌀은 옛 선조부터 100년째 대대로 이어져 온 충남 공주의 선광정미소에서 한 알 한 알 정성껏 공정한 쌀이라고 하니 김소봉 세프의 밥에 들이는 공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정성껏 지은 밥에 나오는 일본 가정식 기본 구성은 츠케모노와 시루모노, 니모노, 메인요리다. 여기에 고바찌와 샐러드를 곁들여 가성비를 높였다.

츠케모노는 일본 가정식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반찬으로 다양한 채소를 소금, 쌀겨, 미소(일본식 된장), 간장, 술지게미 등에 절인 음식이다.

매실 절임인 우메보시, 락교 등이 대표적이다.

시루모노는 국물이 있는 일본요리를 칭하는 말로 우리나라의 국에 해당한다.

소봉식당에서는 맛있는 육수로 끓인 미소 장국이 나온다. 니모노는 조림요리를 말한다.

갖은양념을 한 다음 만드는 우리나라 조림과는 달리 설탕, 청추, 맛술, 간장으로 다소 심플하게 조린다.

적은 양념으로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기본이다.

고바찌는 작은 접시에 한 가지 음식을 적게 담아서 내는 것을 말한다.

계절에 따라 나오는 채소와 야채, 요리사가 정한 한 가지 요리 등 그날의 별식 반찬이다.

스무 살부터 요리를 시작한 김소봉 세프는 양식 공부를 위해 일본으로 갔다. 5년 반을 머무는 동안 정작 그의 관심을 끈 것을 일식이었다.

한국을 방문해 집으로 놀러 온 일본 친구를 위해 찾은 이자카야에서 국적 없는 일식 안주를 접했다.

스시와 사시미 정도로만 알고 있는 일본요리를 제대로 해석한 한국의 일본요리 식문화를 알리고 싶었다.

일본요리를 더욱 깊이 있게 공부한 다음 이태원에 이자카야를 열었다.

일본의 스모선수들이 시합 전에 몸보신으로 먹는다는, 큼직하게 토막 낸 생선과 닭고기에 채소를 넣어 끓이는 창고나베를 처음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제주도로 내려와 성산 쪽에 처음 자리를 잡을 때도 이자카야를 차렸다.

하지만 연령대가 다양한 가족이 오기 힘들다는 생각에 ‘패밀리 식당’을 차리고 싶어졌다.

누구에게나 벽이 없고 차별 없이 맛있는 밥 한 그릇 먹을 수 있는 정다운 식당을 열고 싶어 지금의 자리로 옮겨 소봉식당을 만들었다.

단순히 음식을 파는 식당이 아니라 정성스레 만들어내는 음식과 손님이 불편하지 않게 살피는 세심한 배려를 통해 행복해지는 식당을 꾸려가고 있다.

그래서 소봉식당의 단골 중에는 가족을 모두 데리고 오는 중년의 남자 손님이 큰 비율을 차지한다.

소봉식당의 메뉴는 크게 밥소봉과 술소봉으로 나뉜다.

식사가 기본인 밥소봉의 시그니처 메뉴는 친할머니의 레서피로 탄생한 간장 게살장 정식이다. 간장게장은 일본의 대표 음식인데 여기에 어려서부터 맛있게 먹어온 할머니의 손맛에 소봉 세프의 감각이 가미됐다.

또 한우 사태를 정성껏 푹 고아낸 비프 스튜 정식, 닭고기의 살만 부드럽게 튀겨낸 치킨 남반 정식, 제주 백 돼지 삼겹살과 생강 간장 소스를 곁들여 구운 쇼가 야끼 정식, 일본 나고야 명물로 생등심 돈카츠에 적된장 소스가 올라간 튀김 요리인 미소가츠 정식도 즐길 수 있다.

오늘의 정식은 소봉식당의 스태프들과 김소봉 세프가 매달 새롭게 선보이는 특별한 일본 가정요리다.

고등어를 곁들인 카레 맛 우동, 명란 크림 우동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다.

가격은 어떤 요리냐에 따라 달라지는 재미가 있다.

가족을 위한 식당인 만큼 아이를 위한 어린이 정식도 준비되어 있다.

하이라이스와 샐러드, 튀김류를 곁들여 아이들이 좋아하는 한상차림으로 마련했다.

옥수수알 프라이, 미소 부라타치즈, 아보카도 딥과 바케트, 도쿠베츠 고로케, 바지락 크림 술찜, 닭 가라아케 등 다양한 사이드 메뉴가 있어 곁들여 먹기 좋다.

소봉식당에서는 요리 외에도 다양한 일본식 술을 만날 수 있다.

소봉식당에서만 즐길 수 있는 소봉주, 제주사와는 현지 스타일의 특별한 칵테일이다.

제주를 느낄 수 있는 특색 있는 에일 맥주, 소봉식당에서 엄선한 사케와 소주도 마실 수 있는 술소봉 메뉴는 10여 가지가 있다.

평소 일본 술에 관심이 있었다면 흥미가 돋는 식당이다.

소봉식당에서는 식사와 술 외에도 차, 커피, 디저트도 함께 즐길 수 있는데 봉챠라는 카페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식당 곳곳에 마련한 굿즈 스페이스에는 컵, 다기, 식기, 젓가락 받침대 등 다양한 소품을 만날 수 있다. 자리가 나거나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아기자기한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 또한 여행의 즐거움이다.

유명 세프라는 이름을 내건 많은 식당에서 정작 세프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또 재료보다는 보여 주기식 마케팅과 조리 기술만 보여 실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체인점 사업과 유니세프 홍보대사 등 다양한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주방을 지키고 직접 서빙도 하는 김소봉 세프.

기본 맛을 잃지 않고 제대로 맛있는 밥 한 상 차려내고 싶은 그의 초심을 느낄 수 있어 기분 좋은 제주도의 소봉식당이다.

미소가츠 정식

바삭하게 튀겨 적된장 소스를 올린 미소가츠 정식. 고기 두께가 도톰하지만 소스가 스며들어 촉촉하고 부드럽다. 고기 잡내를 잘 잡았고 기름에 튀겨져 나왔는데도 무겁지 않은 맛이다. 달짝지근한 소스는 돈카츠와 잘 어울려 남녀노소 누구든 좋아할 맛이다. 밥과 곁들여 먹기에 좋다.

생등심 돈카즈에 적된장 소스를 올린 미소가츠 정식.
생등심 돈카즈에 적된장 소스를 올린 미소가츠 정식.

닭 가라아게

사이드 메뉴인 닭 가라아게는 일본식 닭 다리 살 튀김이다. 보통 일본식 닭 가라아게는 튀김옷에 양념을 하는데 소봉식당 가라아게는 양념이 되어 있지 않아 색다르다. 튀김옷에 양념을 하지 않는 대신 닭 다리살에 맛 간장 마리에이드로 자연스러운 단맛과 향을 끌어올렸다. 얇은 튀김옷의 질감을 잘 살려 사이드로 가볍게 즐기기 좋다.

일본식 닭 다리 살 튀김인 닭 가라아게. 맛 간장 마리에이드로 맛과 향을 냈다.
일본식 닭 다리 살 튀김인 닭 가라아게. 맛 간장 마리에이드로 맛과 향을 냈다.

치킨 남반 정식

치킨 남반 정식은 닭고기를 저온의 기름에서 오랜 시간 부드럽게 튀겨낸 일본 미야자키현의 명물 요리다. 소봉식당의 치킨 남반은 닭 비린내 없이 촉촉하고 부드럽다. 다른 정식과 다르게 반찬 하나가 빠지고 소스가 나온다. 유자 향이 살짝 나면서 부드럽고 상큼해서 치킨이랑 잘 어울린다. 남반요리는 일본에 서양문물이 들어오면서 발달한 요리로 서양요리와 접목한 일본요리를 말한다.

닭고기 살만 저온의 기름에 오래 튀겨내 촉촉하고 부드러운 치킨 남반 정식.
닭고기 살만 저온의 기름에 오래 튀겨내 촉촉하고 부드러운 치킨 남반 정식.

미소 부라타치즈

부라타치즈와 궁합이 잘 맞는 토마토와 올리브에 미소와 설탕, 청주 소스를 곁들인 부라타치즈 샐러드. 부라타치즈의 크리미하고 부드러운 맛에 단맛을 중화시킨 미소 소스의 구수한 맛이 어울려 입맛을 돋우는 전채요리 역할을 한다. 

미소 된장의 단맛을 중화시켜 크리미한 부라타 치즈의 맛을 끌어올린 사이드 메뉴인 미소 부라타치즈.
미소 된장의 단맛을 중화시켜 크리미한 부라타 치즈의 맛을 끌어올린 사이드 메뉴인 미소 부라타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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