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중국은 사교육(과외) 시장이 엄청나다. 비공식 통계에 의하면 무려 1조 위안(元. 18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대로 놔둘 경우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을 노리고 관련 기업들이 벌떼처럼 달려드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으로 그럴 수 없게 됐다. 중국 정부가 지난 달 말 예체능을 제외한 초, 중등학교의 사교육을 사실상 전면 금지한 탓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교사가 방과 후 과외 같은 행위를 할 경우 처벌받게 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할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정부의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학부모나 교사, 학생들이 적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당국이 출산율 제고라는 지상과제의 실현을 위해 고심 끝에 내렸다는 이번 조치로 후폭풍이 예사롭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있다.

그것도 하나둘이 아니다. 시장 붕괴에 실업대란까지의 부작용이 그야말로 차고도 넘친다.

중국 최대의 사교육 업체 신둥팡의 교실에서 교사가 강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이들의 모습은 공식적으로는 볼 수 없게 됐다./제공=신징바오.

신징바오(新京報)를 비롯한 언론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조치는 출산율 제고 의도 자체만 보면 상당히 좋다고 할 수 있다.

아동들을 사교육의 굴레에서 해방시킴과 동시에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경우 진짜 당국이 절실히 원하는 출산율 제고가 가능하다는 관변 연구소의 연구 결과 역시 분명히 있다.

이에 대해 초등 6학년 아이를 둔 상하이(上海)의 학부모 쑨잉례(孫英㤠) 씨는 “나는 정말 당국의 조치에 박수와 격려의 말을 보내고 싶다. 사교육에 부모 허리가 휠 정도로 큰돈이 들어가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만약 유사한 조치가 조금 더 앞당겨 내려졌다면 나도 아이를 하나 더 낳을 생각을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라면서 당국의 조치가 출산율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부작용이 아닐까 싶다.

우선 사교육 관련 시장이 정말로 사라지거나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

미 나스닥에 상장된 학원 그룹 신둥팡(新東方)의 위민훙(兪敏洪) 회장이 최근 급거 마련된 자사 대책회의에서 체면불구하고 통곡을 한 것은 절대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가만히 앉아서 망하게 생겼으니 분명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위축은 자연스럽게 과외 교사들을 포함한 업계 종사자들의 실업도 촉진시킬 것이 확실하다.

실제 업계 사정에 밝은 소식통들은 1000만 명 이상의 실업자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벌써부터 우려하기도 한다.

업계에 약 3000만 명의 인력이 종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3분의 1이 실업자가 된다는 계산은 아주 자연스럽게 나온다.

최근 나스닥에 상장된 B2C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가오투(高途)그룹이 1만여 명의 직원 감원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소문이 파다한 것을 보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하기 어렵다.

사교육이 음지로 파고들 가능성 역시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닌가 보인다.

여기에 향후 필연적으로 도래할 학생들의 전반적인 학력 저하 현상 역시 사교육 금지의 부작용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사교육 관련 시장에 주목하면서 큰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진 외국인들의 피해 역시 거론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이는 당연히 중국 기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외국인 투자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이미 당국에서 결단을 내린 만큼 조치를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 사교육 시장은 이제 존망의 기로에 내몰리게 됐다고 단언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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