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화물사업서 최고 매출...아시아나도 화물매출 11% 상승에 흑자전환
제주·진에어·티웨이, 영업손실 쓴 맛...코로나19 장기화 속 성장동력 찾지 못해

아시아나항공의 A350 화물전용 여객기.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먹구름을 걷어내지 못한 항공업계가 지난 2분기 실적에서 온도차를 보였다.

대형 항공사들은 화물사업 호재에 '흑자'라는 쾌거를 달성한 반면, 여객사업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영업손실의 쓴 맛을 봤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국내 항공사 실적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2분기 매출은 1조9508억원, 영업이익은 1969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16%, 31% 늘어난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로 거론되던 15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실적 호조를 견인한 건 '화물 사업'이었다.

2분기 화물사업 매출은 1조5108억원으로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존 최대기록인 지난해 4분기 1조3609억원을 반년 만에 넘어선 것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 1일 화물전용 여객기 1만회 운항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인천-호치민 노선을 시작으로 화물 여객기를 운항한 지 딱 1년 5개월 만이다.

화물 사업은 부진한 여객 성적표를 상쇄하기에 충분했다. 대한항공의 2분기 여객 매출은 2146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5.2% 상승하는 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적자를 면치 못했던 아시아나항공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날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분기 실적에서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9335억원과 영업이익 94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4% 늘어났지만 영업익은 17.5% 줄어들었다. 다만 전분기 영업손실 112억원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1분기 만에 흑자 달성에 성공한 셈이다.

효자 사업은 단연 화물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매출은 전년보다 11% 증가한 7082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분기 기록을 다시 썼다. 미주·동남아·일본 화물 노선이 전년보다 13%·33%·23% 늘어나며 호조를 끌었다.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한 원인으로는 '유류비 증가'가 꼽혔다. 유류비가 지난해 2분기보다 123% 오르면서 관련 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여객기에서 직원들이 화물 수송을 위한 좌석 장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반면 LCC들은 화물 사업을 확대하지 못하면서 2분기에도 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제주항공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2분기 매출 751억원, 영업손실 71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108%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1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이 상승한 것은 지난해 2분기 매출이 급감한 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진에어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진에어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2분기 매출은 634억원, 영업손실은 48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2분기보다 173%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18% 감소했다.

국내선 여객 증가가 적자 폭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다만 국제선 여객 사업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흑자 전환에는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티웨이항공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2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568억원, 영업손실 347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지난해 2분기보다 130.4%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28.4% 감소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선 운항을 줄이고 국내선을 대폭 확대한 게 손실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LCC들은 잇따라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무착륙 비행 등 기타 사업을 모색해 하반기 반등을 노리겠다고 발표했다.

중대형 화물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대형 항공사들처럼 화물 사업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무착륙 비행이 확실한 성장동력이 될지는 미지수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대기하고 있는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의 여객기들.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항공사들의 운명이 화물 사업에서 갈리면서 양극화 우려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형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종식까지 화물 사업에 힘입어 주요 동력을 되찾은 반면, LCC들은 한계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LCC들은 자본잠식에 돌입하며 유상증자 추진 등을 통해 급한 불을 끄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도 여객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내부에서는 LCC들의 체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소형 항공사에서 무급휴직으로 버티고 있다는 김나희(가명·26)씨는 "동료들 사이에서 암울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라며 "하반기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가 '성수기 특수' 뿐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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