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발언에 여론 악화...CNBC "미군철수는 더 많은 비용 드는 중대한 실수"

1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탈레반 조직원들이 미국 포드사의 트럭에 앉아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와 관련해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가운데, 국제사회와 미 현지에서 날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는 "언제부터 미국 우선주의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최우선 과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라며 바이든이 강조해온 '진보적 국제주의'의 실체가 흐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미군 철수에 후회가 없고 미국의 '국익'이 가장 중요하다고 발언한 점에 대해 반발한 것이다.

전날 바이든은 미국이 아프간에 1조달러 이상을 지출하며 군대를 훈련했다며, 아프간 정부·군대와 전임 대통령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탈레반과 아프간의 전쟁도 '내전'으로 명명했다.

이에 CNBC는 미군 철수가 오히려 국익을 지키지 못한 '실수'라고 평가했다. 바이든이 인력과 예산 낭비를 내세웠지만, 오히려 안보 및 경제적 비용이 더 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매체는 지난 2019년 10월 트럼프 전 행정부가 시리아 쿠르드족을 비공식적으로 포기했고, 이제 아프가니스탄까지 내려놓으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행보가 대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미 CNN방송은 "탈레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미국 화물기에 매달린 아프간인들을 보며 모든 사람들에게 같은 궁금증이 생겼다"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정부·군대의 붕괴를 몰랐을까? 미국 첩보기관이 탈레반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을까? 대통령이 군사적 불행을 끝내고 정치적인 승리를 거두려고 했을까?" 등의 질문을 던졌다.

매체는 아프가니스탄의 함락이 미국에 있어 '비참한 그림'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스스로 글로벌 리더와 수호자로 칭해왔지만, 수일 만에 평가가 뒤집히며 외교 부문을 자신해온 바이든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저녁 전용 헬기 마린원을 타고 백악관에 복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방국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과 함께한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불가피했다"라며 "아프간에서의 성급한 철군 결정은 실책"이라고 꼬집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철군 결정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믿은 많은 이들, 특히 여성들에게 쓰라린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내 여론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에 의뢰해 13~16일 유권자 1999명에게 여론조사를 한 결과, 바이든의 미군 철수를 지지하는 답변은 49% 수준이었다.

이는 지난 4월 동일한 조사를 실시했을 당시보다 찬성표가 20%포인트(p) 떨어진 결과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철군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84%에서 69%로 하락했다.

반면 철군에 반대한다는 답변은 두 배 이상 증가한 37%를 기록했다.

현지 언론들은 당파를 떠나 유권자들이 바이든이 강조한 국익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봤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도 지난 13일(53%)보다 7%p 미끄러진 46%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미국이 결정적인 과제인 동맹·조력자 구제에 성공해야만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인식이 제고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푸엔테스 톰블리 전 CIA 요원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여전히 아프간 사태에서 무언가를 도울 기회가 있다"라며 "지상에 있는 모든 동맹국들이 아프간을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즉시 노력해야 하며, 신속한 비자 처리와 난민 국경 개방 등도 추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유엔(UN)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력해 아프간 국민들에게 필요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기반 시설 및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톰블리는 "미국이 이 재앙을 되돌리려고 하지 않는다면, 결국 바이든 행정부가 괴롭게 될 것"이라며 "미국이 옳은 일을 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세상에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1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활주로에 국외 탈출을 위해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사진=카불 AP/연합뉴스]

한편 미국은 이런 과제들을 수행하기 위해 뛰는 모습이다.

먼저 백악관은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이날 통화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논의하고 내주 온라인 G7(주요 7개국) 정상회담을 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영국 총리실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두 정상이 가능한 많은 사람이 아프간을 떠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탈레반과 소통하는 모습도 보였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공항 이동 과정에서 검문소 문제 및 폭력 사례에 대응하기 위해 탈레반과 접촉하고 있다.

탈레반의 접근을 막기 위해 아프간 정부의 수십억달러 자금도 동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프간 중앙은행은 4월 기존 94억달러(약 11조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금제한이 탈레반을 자극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의 마크 웨이스브로트 국장은 "미국 정부가 아프간 중앙은행의 자금을 쥐는 것은 큰 실수"라며 "미 정부가 탈레반과 아프간 경제를 파괴하고 싶어 한다는 메세지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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