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대외 홍보창구인 문화위원회 간부, 연합뉴스와 문자메시지 인터뷰

탈레반 문화위원회 소속 간부 압둘 카하르 발키. [압둘 카하르 발키 제공=연합뉴스]
탈레반 문화위원회 소속 간부 압둘 카하르 발키. [압둘 카하르 발키 제공=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고위 간부가 연합뉴스와의 문자메시지 인터뷰를 통해 한국으로부터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23일 진행된 해당 인터뷰에서 탈레반 대외 홍보창구인 문화위원회(Cultural Commission) 소속 간부 압둘 카하르 발키는 새 정부 준비 구성 상황 등을 밝혔다.

발키는 이번 인터뷰 내용이 과거 집권기(1996∼2001년) 국호인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The 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의 공식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문화위원회는 다른 나라 정부의 공보문화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발키는 "우리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부터 아프간의 합법적인 대표 정부로 인정받기를 희망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국 등 각국과 교류를 원하느냐'는 질문에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우리를 아프간 국민을 대표하는 합법 정부로 인정해주기를 바란다"며 "아프간 국민은 오래 계속된 싸움과 큰 희생 후에 외국 지배에서 벗어나 자기결정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발키는 "아프간에는 리튬 등 손대지 않은 광물자원이 풍부하다"며 "한국은 전자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아프간과 함께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정부도 아프간의 미래 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며 경제교류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 지도자 및 경영인과 만나기를 원하며 경제적·인적 교류를 강화하기를 강력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CNN방송은 아프간 전역에 묻혀 있는 철, 구리, 금 등 광물을 비롯해 희토류와 충전용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 등의 가치가 1조달러(약 1170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과 탈레반의 악연에 대해 사과하겠느냐는 질의에는 "당시 우리나라는 외국군에 의해 점령된 상태였다"며 "이제 과거 속에서 살지 않고 미래를 바라봐야 하는 게 시급한 문제"라고 답했다.

탈레반은 2007년 아프간 바그람 기지에 주둔하던 한국군 고 윤장호 하사를 폭탄 테러로 숨지게 했고, 같은 해 분당 샘물교회 자원봉사자 23명을 납치했다가 이 가운데 2명을 살해한 바 있다.

과거 한국 관련 기관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출국을 제한당하고 안전을 위협받는 현지인들에 대해서는 "우리는 외국인과 일한 모든 이들에게 사면령을 내렸다"며 "우리는 그들이 떠나지 않고 나라의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원하지만, 떠나기를 원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선택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북한과 교류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으며, '손목 절단 등 잔혹한 형벌 체계를 갖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우리의 법은 성스러운 종교에서 비롯됐다"고 답했다.

민간인들을 향한 잔혹행위와 학살이 이어진다는 외신 보도에 대해서는 "그런 보도들은 꾸며낸 것들이고 진실이 아니다"면서 "가해자가 구금됐다는 매우 드문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그도 재판소에서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 정부 구성 상황에 대해서는 "포괄적 정부 구성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우리는 이슬람 법체계 안에서 모든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존중하고 모든 국제 규범도 충실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레반은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는 샤리아 법(이슬람 율법)을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치했지만 재집권을 앞둔 최근에는 대외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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