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바이오 공격투자하고 신사업 발굴...'국익 위한 가석방'에 화답 의미도
3년간 4만명 직접채용 및 신입사원 공채 유지..."경제와 사회에 활력 높일 것"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11일 만에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 1월 반도체 EUV(극자외선) 라인을 점검하는 이 부회장의 모습. [사진=삼성전자]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삼성이 역대급 투자 보따리를 풀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11일 만이다. 이 부회장은 매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찾으며 각 사업부 담당자와 이번 계획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정부가 여러 비판 속 '국가적 경제상황'을 고려해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승인한 만큼, 삼성이 사회적 기대에 화답하기 위해 곧바로 계획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 3년간 240조 투자...반도체 리더십 강화한다

24일 삼성전자와 주요 관계사들은 이날 전략사업 주도권 확보와 미래세대 육성을 목표로 2023년까지 240조원을 신규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중 180조원은 국내 투자에 사용된다.

투자금은 글로벌 산업 구조 개편을 선도하고, 외부 기업과의 시너지를 위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가장 먼저 거론된 사업은 단연 '반도체'다.

계획안에 따르면 삼성은 주력사업인 반도체, 특히 메모리반도체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선단공정 조기 개발을 위한 선제적인 투자를 집행한다.

또한 중장기 수요 대응에 초점을 맞춰 반도체 연구개발(R&D)과 인프라 투자도 단행한다.

이외 '시스템반도체 1위'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선단공정 적기 개발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집행, 혁신제품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3나노 이하 조기 양산도 검토 중이다.

앞서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투자 계획도 조기 집행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K-반도체 벨트 전략 보고대회'에서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부문에 171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정 기술·인프라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사업장 [사진=삼성전자]

◇ 바이오 CDMO·시밀러 사업 강화...차세대 먹거리도 모색

바이오 산업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루기 위한 투자 계획안도 공개됐다.

삼성 측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바이오 산업은 '고부가 지식산업'을 넘어 '국가 안보산업'으로 변했다"라며 "바이오 주권이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만큼 자국 내 바이오 생산시설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향후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해, 바이오의약품 뿐만 아니라 백신·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사업에도 뛰어들겠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지 9년 만에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공장을 3개 완공한 상태다.

건설 중인 4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능력(CAPA) 62만리터를 달성해 CDMO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10번째 제품의 임상에 돌입했고, 파이프라인 지속 확대와 고도화에 집중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 밖에 차세대 통신 분야와 인공지능(AI), 로봇, 슈퍼컴퓨터 등 미래 신기술 분야에서도 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가 이루어질 방침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계획안과 관련해 "앞으로 한국 경제와 우리 사회가 당면할 과제들에 대한 삼성의 역할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은 이러한 계획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3년간 4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고 말했다. 신입사원 공채 제도도 유지된다.

국내 대규모 투자로 인해 56만명의 고용 및 일자리 창출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기대됐다.

업계에서는는 이번 계획안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국익 위한 가석방'에 부응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앞서 법무부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의 배경으로 악화된 국가적 경제상황을 꼽으며, 사실상 국익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투자는 단일 기업 사상 최대 규모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8년(180조원) 투자 계획도 뛰어넘었다.

한편 삼성은 이번 발표를 통해 재계의 우려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하면서 미국 인텔과 대만 TSMC 등이 파운드리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라며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가치사슬도 재편되면서 양극화 심화 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라며 "삼성은 투자와 고용, 상생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 전반에 활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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