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단곡리 은행나무

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영주 단곡리 은행나무는 긴 세월 동안 마을을 지켜온 수호목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영주 단곡리 은행나무는 영주시 단산면에서 지방도로 931호선을 타고 순흥 방향으로 가다 보면 마을 어귀에서 촛대 모양으로 우뚝 서서 마을을 지키고 서 있다.

단곡리 은행나무는 보호수 기록에 수령이 500년으로 돼 있지만, 마을에서 전해오는 대로 입향조 곽진이 심은 나무라면 400년이 조금 넘은 나무로 보아야 한다.

나무는 명실상부한 마을의 지킴이이자 상징이다. 

나무가 어귀를 지키고 있는 마을은 단곡리 질막마을이다.

질막은 원래 진막(陣幕), 즉 병사들이 진을 치고 머무르던 막사가 있던 곳이라는 뜻으로, 고구려와 신라가 전쟁을 벌이던 때에 병사들이 이 마을에 진을 쳤다고 한다.

마을 앞 들판 건너편 낮은 산은 무기고가 있었다 하여 ‘병장산(兵藏山)’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고구려 장수왕 때에 고구려 군대가 순흥 지역까지 왔다.

그때 신라의 임금은 21대 소지왕이었는데, 신라의 군대가 그해 가을 이곳 단곡리에 들어와 머물렀다는 이야기다.

의상대사가 부석사를 창건한 것도 고구려의 남은 세력을 몰아낸 이때쯤이라고 한다.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마을 이름을 단곡리(丹谷里)라고 한 것은 마을의 선조인 곽진(郭瑨:1568~ 1633)의 호를 따른 것이고, 단곡리 은행나무는 그가 심은 나무다.

곽진은 처음에 은행나무 두 그루와 느티나무 두 그루를 심었다고 한다.

그중에 두 그루는 죽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나무가 단곡리 은행나무이고, 느티나무 한 그루가 단곡3리 마을 어귀에 있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영주 단곡리 은행나무를 심고 마을을 지킨 곽진은 본관이 현풍(玄風), 자는 정보(靜甫), 호는 단곡(丹谷)이며, 권우(權宇)의 문하에서 수학한 문인이다.

임진왜란 때에는 학봉 김성일(金誠一)의 초유문(招諭文)을 읽고 인근에서 의병을 모집하여 화왕산성(火旺山城)에 들어가 왜적과 싸웠다.

1621년에 영남 유생을 대표하여 인조반정 즈음에 폐모론을 주장했던 이이첨(李爾瞻)을 탄핵하기 위해 상소문을 올린 적이 있다.

마흔한 살 때인 1608년에 소수서원 원장으로 취임해 영주 순흥 지역의 학계를 주도했다.

소수서원 원장 시절에는 근사록(近思錄), 주서절요(朱書節要) 등을 강론했고, 서원을 보수하면서 여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시와 문장이 출중했으며, 장현광(張顯光) 정경세(鄭經世) 등과 문우 관계였다.

'단곡문집(丹谷文集)' 3책을 남겼다.

마을에서 내다보는 들녘의 풍광을 좋아해서 이를 시로 지어 남겼지만, 곽진은 후손을 남기지 못했다.

결국 마을 뒷산에 남은 그의 묘지는 외손 쪽에서 돌보고 있다.

단곡리 질막마을 사람들은 마을 어귀에 마을의 내력을 담은 표지석을 세웠다.

은행나무 곁에는 정자를 지었고, 마을의 역사를 기억하는 은행나무를 넣어 ‘행루정(杏樓亭)’이라는 현판을 걸었다.

은행나무와 정자가 어울리며 빚어내는 풍경은 평안하고 아름답다.

마을 이름이 될 만큼 마을을 사랑했던 선조 곽진은 떠났지만, 그가 심은 은행나무가 옛이야기를 전하며 서 있다.

<영주 단곡리 은행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28-12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10. 26.
·나무 종류 은행나무
·나이 500년
·나무 높이 26m
·둘레 5.2m
·소재지 영주시 단산면 단곡리 391
·위도 36.948669, 경도 128.598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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