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박민수 대표이사】 우리 속담에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날벼락 맞는다’는 말이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느닷없이 날벼락 맞았다. 초선 의원인 국민의 힘 윤희숙 의원의 되치기 ‘선빵’에 수십년 역사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 양대 정당이 어쩔 줄 모르며 난감한 상황을 연출 중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윤 의원이 ‘모진 놈’이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부친의 부동산 위법 의혹이 제기되자 미련없이 내던진 윤희숙 발 ‘의원직 사퇴와 대선 불출마 선언’의 후폭풍 종착지가 어디를 향할지 자못 궁금하다.

정작 윤 의원 본인은 ‘이게 내 정치’라며 국회의원 배지 떼겠다는데 여야 의원들은 ‘어 이거 왜이러시나? 이게 아닌데’라며 허를 찔린 듯 화들짝 놀란 모습이다.

단순 의혹 제기에 기꺼이 의원 배지 반납하겠다는 마당에 재판 받으면서도 의원직 사퇴는커녕 악착같이 배지 움켜쥐고 있는 여야 비리 연루 의원들로서는 ‘당신들은 뭐야?’ 낯 두껍네‘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인지 얄팍한 유·불리 계산에 속내가 드러날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윤 의원의 정면 돌파 선언이 영 마뜩찮은 표정들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요즘 여의도 돌아가는 뽄새로 봐서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는 유야무야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가 가결될 경우 부동산 의혹이 제기된 여야 의원들 모두 처신에 난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 의원을 사퇴안을 가결시킴으로써 불똥이 튀는 것을 굳이 자초할 이유가 있을까?

국민권익위는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여야 의원 24명의 의원들에 대해 부동산 위법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모두 권익위발 부동산 투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투기 의혹이 제기됐던 12명 의원들에 대한 탈당을 권고한 바 있다. 윤미향과 양이원영 비례대표 2명에 대해서는 출당 조치를, 김주영·문진석·서영석·윤재갑·임종성 의원 등 5명으로부터는 탈당계를 제출받았다.

김수흥·김한정·김회재·오영훈·우상호 등 나머지 5명 의원에 대한 징계는 아직 뚜렷하게 이뤄진 게 없다. 결국 비례대표 윤미향·양이원영 두 의원에 대한 제명 조치만 이뤄졌을 뿐이다.

나머지 10명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조치는 두 달이 넘도록 유야무야돼 이제 겨우 잊혀질만한 한데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로 다시 소환돼 주목받게 생겼다.

최근 권익위로부터 부동산 비위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의원들도 머쓱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위법 의혹이 제기된 소속 의원 12명 중 비례대표인 한무경 의원을 제명하기로 했고 강기윤·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 의원에 대해서는 탈당요구 처분을 내렸다. 나머지 6명(안병길·윤희숙·송석준·김승수·박대수·배준영 의원)은 본인의 문제가 아니거나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당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윤 의원이 의원직 사퇴의 뜻을 굽히지 않아 부동산 위법 의혹에 놓인 나머지 국민의힘 의원들도 처신이 곤란한 상황이다.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가 불편한 지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윤 의원은 산업단지 예비타당성 조사 정보를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의 우원식 김용민 김남국 김영배 전재수 장경태 양이원영 신현영 민형배 한준호 의원 등의 이름을 한명 한명 거론하며 ‘평생 공작정치나 일삼으며 입으로만 개혁을 부르짖는 정치모리배들의 자기고백’이라고 몰아세웠다. 이 불똥은 유력한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까지 튈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특히 이재명 캠프를 겨냥, 선거대책위원장인 우원식 의원, 수행실장인 김남국 의원, 남영희 대변인이 음해에 가장 앞장선 것을 비난했다. ‘캠프 자체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앉아 더러운 음모나 꾸미는 캠프’라며 ‘이 모의의 꼭대기엔 캠프의 우두머리 이재명 후보가 있고 만약 무혐의로 결론나면, 이재명 후보 당신도 당장 사퇴하고 정치를 떠나라’고 칼날을 겨눈 것이다.

역시 누가 무슨 소리를 하든 그의 길을 가겠지만 방송인 김어준도 윤 의원이 타깃으로 삼은 만큼  윤 의원을 사퇴 선언을 마냥 반기기엔 그렇다.

윤 의원 아버지의 땅이 무려 6배나 올랐다고 공격하고 나선 김씨에 대해 윤 의원은 ‘김어준이라는 인물은 우리 정치의 가장 암적인 존재'라며 ’김어준 당신 역시 이재명 후보와 함께 공적인 공간에서 이제 사라지라‘고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야 의원들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안은 그래서인지 본회의 상정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법상 현직 의원의 사퇴는 국회의장이 부의하면 본회의에서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표결로 결정된다.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 의석수는 180여석이다.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윤 의원에 대한 의원직 사퇴안을 가결할 수 있다. 하지만 여당은 공세를 퍼붓는 것과 별개로 윤 의원의 사퇴안을 가결시킬 생각은 없어 보인다. 아예 대놓고 ‘윤의원의 사퇴에 들러리 서지 않겠다’며 사퇴안 처리에 부정적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윤 의원 사퇴를 가결했다간 ‘그럼 나머지 여야 부동산 위법 의혹 의원들은 어쩔래?’라는 비난과 자칫 역풍에 휘말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민주당으로서는 윤 의원의 의원직 사태에 비난을 퍼붓기도 그렇고 쾌재를 부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윤 의원의 의원직 사태에 대해 사퇴가 아니라 탈당이 먼저라면 성실히 수사받는 게 도리라는 주장을 제기하지만 이 또한 정치적 공격을 위한 궁색한 주장이다. 아무리 정치인의 말은 낮밤이 다르고 수시로 말이 바뀌어 어제 오늘이 다르다지만 정도가 심하다.

지난해 국민의힘 전봉민 의원이 편법 증여 의혹 및 부친의 보도 무마 논란으로 탈당을 선언하자 민주당은 탈당이 아니라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당시 여당은 본인의 재산 증식 과정에서 제기된 편법 증여 의혹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며 전 의원이 국민들께 진정으로 사죄한다면 당적이 아닌 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탈당이 아니라 의원직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던 여당이 이번에는 의원직을 내려놓자 배지 떼지말고 탈당부터 하고 수사를 받으란다. '그 때 그 때 달라요'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윤 의원이 국회의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여론의 관심이 더 집중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나도 임차인’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윤 의원과 국민의힘을 향해 역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당의 이 같은 공세에도 윤 의원은 공수처에 셀프 수사의뢰를 하면서 '날 발가벗겨 수사받겠다'고 반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처럼 윤 의원 사퇴를 둘러싸고 여야 각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상황에서 여의도 정치꾼들이 호락호락 윤 의원의 배지 반납에 '박수 칠 때 떠나라'며 쉽게 동조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서 윤희숙의 ‘이게 내 정치’는 아직 여의도에서 먹히기엔 시기상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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