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영주 병산리 회화나무는 낮은 지붕의 살림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 한가운데에서 높이 가지를 뻗고 있다.

병산리 회화나무가 있는 마을은 고려 공민왕 때 중랑장(中郞將)을 지낸 창원황씨 황승후(黃承厚)가 이곳에 자리 잡으면서 일으킨 전형적인 반촌(班村)이다.

회화나무는 높이가 18m쯤이고, 가슴높이 둘레는 4m가 약간 안 된다.

높이와 비교해 줄기가 가는 편이다. 

영주 병산리 회화나무를 누가 심었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고 마을 사람들도 나무의 내력을 아는 사람이 없다.

다만 병산리 회화나무는 마을의 중심에 우뚝 서서 이 마을이 고려 때부터 700년 동안 대대로 벼슬자리를 이어간 명문가의 터전이라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준다.

회화나무는 선비들이 좋아해 많이 심어 키웠으며 선비를 상징해 ‘선비수’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영주 병산리 회화나무를 만나러 가려면 먼저 만나게 되는 나무가 있다.

천연기념물 제285호인 갈참나무다.

회화나무는 마을 안쪽에 있고, 갈참나무는 마을 어귀의 동산에 서 있기 때문이다.

영주 병산리 갈참나무는 수령이 600년쯤 되고, 높이가 14m, 가슴높이 둘레는 3m를 훌쩍 넘는 큰 나무다.

마을 어귀 야트막한 동산의 평평한 언덕마루에 우뚝 서 있어서, 지나가다가 저절로 발길을 멈추게 하는 아름다운 나무다.

창원황씨 황전(黃纏:1391~1458)이 1426년(세종 8)에 조회와 의식(儀式)을 담당하는 ‘선무랑 통례원 봉례(宣撫郞通禮院奉禮)’ 벼슬을 할 때 심었다고 한다.

이는 마을에서 구전되는 이야기이고, 기록이 없어서 확실치 않다.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정월 대보름에 나무 앞에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동제(洞祭)를 올린다.

조선 후기 정시술(丁時述)이 저술한 '동국만성보(東國萬姓譜)'에 따르면 황씨(黃氏)의 도시조(都始祖)는 황락(黃洛)이다.

한(漢)나라 장군이었던 황락은 중국 저장성 사람으로 서기 28년(신라 유리왕 5)에 교지국(交趾國; 베트남)에 사신으로 다녀오던 중 풍랑을 만나 경상북도 울진군 평해읍에 표류하였다고 한다.

훗날 황락의 셋째 아들인 병고(丙古)가 창원백(昌原伯)에 봉해지면서 창원 황씨를 이루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확한 고증을 할 수 없어 창원 황씨는 황석기(黃石奇), 황충준(黃忠俊), 황양충(黃亮沖)을 각각 시조로 하는 3파가 있다.

황전은 황양충의 후손이다.

병산리 회화나무가 서 있는 마당 한쪽에는 ‘숭보사(崇報祀)’라는 이름의 사당이 있다.

숭보사는 천연기념물인 병산리 갈참나무를 심은 황전을 배향한 사당이다.

황사우(黃士祐:1486~1536)가 국가에 공헌한 대가로 그의 증조부이자 마을 입향조인 황전이 가선대부(嘉善大夫) 공조참판(工曹參判)에 증직(贈職)되었다.

‘증직’은 죽은 뒤에 상징적인 품계와 벼슬을 주는 일이다.

이에 후손들은 1735년에 황전을 배향(配享)하는 사당인 숭보사(崇報祠)를 지었다.

숭보사 대문 안쪽 담장 곁에 또 다른 보호수인 병산리 향나무가 있다.

제사를 올리는 사당에 제격이다.

향나무의 생육상태는 그리 좋지 않다.

줄기 아래쪽이 썩어 동공을 메워주는 처치를 해주었는데 그 크기가 줄기 대부분을 차지한다.

향나무는 숭보사 대문 쪽으로 줄기를 비스듬히 뻗어 숭보사의 운치를 더해준다.

영주 병산리 회화나무와 갈참나무, 향나무는 옛사람들과 마을의 역사를 떠올리게 해주는 소중한 나무들이다.

<영주 병산리 회화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28-9-1-68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10. 26.
·나무 종류 회화나무
·나이 500년
·나무 높이 18m
·둘레 3.7m
·소재지 영주시 단산면 병산리 315
·위도 36.926022, 경도 128.607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