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아프간 철수 극적 종료...미국의 새 위기로 중국·러시아· 핵확산·사이버공격 꼽아
아프간 철군 정당성 거듭 강조...이슬람국가(IS) 자살폭탄 테러에 추가보복 예고

지난 8월 31일(현지시간) 생중계 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사진=AF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앞으로 타국이 아닌 자국의 이익에 집중한 외교 정책을 펼칠 것을 예고했다.

중국·러시아의 미국 견제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다는 기조를 다시 한번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3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대국민 연설에서 "어젯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어진 20년 전쟁을 종결했다"라며 "미국을 이끌어온 외교정책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우리는 우리의 실수로부터 배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타국을 위한 전쟁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며, 앞으로 미국이 두 가지 요소에 집중한 외교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첫 번째는 타국을 위한 미군 배치를 지양하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도달할 수 없는 것 말고 분명하고 성취 가능한 목표에 대해 임무를 설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프간에 대한 (미군 철수) 결정은 아프간에 대한 것만이 아니다"라며 "다른 나라들의 재건을 위한 중대 군사작전의 시대의 종료를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미국의 핵심 국가안보 이익에 초첨을 맞춘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가 변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며 "21세기의 경쟁에 있어 새로운 도전에 대응해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의 예시로는 중국·러시아·사이버 공격·핵 확산 등이 꼽혔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아프간에 10년 더 꼼짝 못 하는 걸 제일 좋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설 중 대다수의 시간은 철군 결정에 대한 정당성과 아프간 대피 및 보복공습 성과에 할애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을 계속 이어가라고 요구하는 이들에게 묻겠다. 핵심 이익이 도대체 무엇인가?"라며 "(미군 철수는) 올바른 결정, 현명한 결정, 최선의 결정이었다"라고 말했다.

아프간 전쟁에서 2461명의 미국인이 희생됐고, 2조달러 이상의 비용이 투입됐으나 분명한 목적과 아프간 정부의 협력이 없었다는 점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은 "우리는 12만 명 이상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며 역사상 최대 공수 작전을 완수했다"라며 "남은 이들도 대피시킬 수 있도록 경제 및 외교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불 국제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일으킨 IS-K(이슬람국가 아프간 지부)에 대해서 "끝난 게 아니다"라며 보복이 계속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희생된 미군 13명에 대해서는 "잊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카불 공항에 진입하고 있는 탈레반 조직대원들. [사진=AP/연합뉴스]

한편 외신은 미군이 공식적으로 아프간전 종식을 알리면서 아프간 현지에서 승리의 기쁨과 두려움이 뒤섞인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아프간을 함락시킨 탈레반은 "강대국으로부터 우리나라를 해방시켰다"라며 자축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감시와 구타 등의 위험에 빠져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한 아프간인은 "어머니와 함께 은행에 찾아갔을 때 탈레반이 군중 사이에서 여성들을 막대기로 구타하는 모습을 봤다"라며 "정말 무서웠다"라고 말했다.

미 CNBC는 "미국이 떠난 직후 탈레반은 현재 아프간의 모든 지역을 거의 장악하게 됐다"라며 현 상황을 '아프간의 붕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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