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조사 결과 발표..."사측에도 직간접 책임 있어"
유족 측 "노조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사실관계 규명할 것"

김태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택배대리점 소장 사망에 대한 택배노조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택배대리점 소장 사망에 대한 택배노조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최근 전국택배노조를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CJ대한통운 대리점주 사건과 관련해 유족 측이 노조 측을 비판했다.

노조의 책임이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주장이 고인의 죽음을 모욕하고 있다는 것이다.

2일 전국택배노조는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김포 택배 대리점장의 사망에 대한 조사 결과 발표했다.

택배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유서에 남긴 대로 일부 조합원들의 고인에 대한 괴롭힘 행위를 확인했다"면서 "노조는 사회적 비난을 달게 받을 것이고, 당사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 측은 사측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의 직간접 책임도 확인됐다"며 "CJ대한통운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CJ대한통운 측이 고인의 경제적 어려운 상황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분할대리점 영업권을 앗아갔다는 것이다.

노조는 "정황상 고인의 경제적 어려움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음을 원청이 알면서도 (김포지사장이) 대리점 포기각서를 강제한 상황이 확인된 조건에서 왜 모든 책임을 노조에만 돌렸을까 하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1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마련된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의 분향소에 영정이 놓여 있다. A씨는 노조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연합뉴스]
1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마련된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의 분향소에 영정이 놓여 있다. A씨는 노조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30일 CJ대한통운 김포 장기 대리점주는 노조를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업계에 따르면 그는 지난 4월 일부 택배기사들이 수수료율을 기존 9%에서 9.5%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그가 운영한 대리점의 택배기사는 임금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여서 택배 배송 건수에 따라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수수료율이 상승하면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택배기사들은 지난 5월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에 가입하고 택배 배송을 거부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노조와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배송 지연 사례가 늘자 대리점주가 직접 택배 배송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대리점의 운영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노조의 압박도 계속되자 그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 측이 공개한 유서에 따르면 그는 "처음 경험해본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 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파업이 종료되었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종철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김포 대리점 소장 사망에 대한 택배노조 노조 조사결과 발표 이후 취재진에게 유족측 입장문 등을 전달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철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김포 대리점 소장 사망에 대한 택배노조 노조 조사결과 발표 이후 취재진에게 유족측 입장문 등을 전달하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족 측은 이날 택배노조의 기자회견에 대해 "고인의 죽음을 모욕하는 패륜적 행위"라며 입을 열었다.

택배노조의 책임이 드러났음에도 이마저도 부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이 유족과 대리점연합회의 요청으로 공개한 유족 입장문에 따르면 "노조는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앞세워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마저 부정하는 파렴치한 태도를 보여줬다”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쏟아낸 헛된 말들이 마치 진실인 양 탈을 쓰고 돌아다닌다면, 고인을 다시 한번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 측은 노조의 갑질 행위를 명백히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유족 측은 “고인은 유언장을 통해 노조의 괴롭힘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이라고 명백하게 밝혔다”며 “고인은 죽음을 통해 노조의 횡포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극에 달해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족 측은 “공공연하게 자행된 집단 괴롭힘과 폭력을 밝히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고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고인의 유언을 통해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졌는데도 노조의 교묘한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진실을 덮으려는 노조의 파렴치한 행위를 정당화시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괴롭힘을 밝혀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유족 측은 "잘못도 인정하지도 않고, 고인의 빈소를 찾지도 않는 노조의 애도를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며 "노조는 택배기사들이 돌아가셨을 때도 이렇게 행동했는지 되돌아보고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은 장례를 마친 후 유언장 내용과 관련된 사실관계를 규명할 것"이라며 "이런 비극을 초래한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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