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매체, LG·SK·도요타 물밑협상설 보도...애플의 '협력사 수평관계' 수용 여부가 관건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애플이 2024년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가칭) 생산을 위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기업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대만 경제전문지 디지타임스는 애플이 애플카의 양산 및 출시 시기를 2024년으로 못 박고, 한국과 일본의 주요 공급사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디지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한국의 LG·SK,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와 접촉해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소식이 신빙성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LG와 SK는 차세대 자동차에 필요한 전자장비(전장)와 배터리 등을 생산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특히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7월 점유율 24.2%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고, SK이노베이션은 5.4%로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7월 전장사업에 시동을 걸기 위해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사 '엘지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이하 LG마그나)를 공식 출범시키기도 했다.
앞서 애플 전문매체 애플인사이더 등 외신들은 애플 실무진이 지난달 애플카 협상을 위해 한국을 찾아 LG·SK 관계자들을 직접 대면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국내 기업들은 공식발표 없이 말을 아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미중 패권전쟁이 심화되는 만큼 애플이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협력사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일본 기업과의 협상도 가능성이 있다.
도요타는 완성차 기업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지난해 4월 파나소닉과 배터리 합작사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 앤드 솔루션'을 세웠다. 안정적인 부품 공급망 기반을 확보한 셈이다.
다만 협력사를 낙점하는 과정은 이번에도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과제는 애플이 협력사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수평적 관계'를 수용하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 2014년부터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인 '타이탄'을 추진하며 자동차 관련 특허 200여 개를 취득하는 데 성공했지만, 협력사 선정에는 이르지 못했다.
협력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했던 자세가 선정 불발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애플이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들을 일종의 하청업체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협력사로 물망에 올랐던 현대차·기아·폭스바겐·포드 등도 모두 이같은 이유로 애플과의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투자은행에서는 애플카 생산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애플이 의지를 가지고 전기차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케이티 휴버티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다른 회사에 비해 신제품 개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수년간 자율자동차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전기차 출시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