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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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예전이나 지금이나 서점 진열대의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책은 기업이나 개인의 성공 스토리이다.

실제로 많은 사례를 통해 성공을 정리한 책도 있지만 최근에는 기업이나 CEO가 자사의 홍보를 목적으로 발간한 책도 있다.

후자는 제외하고, 전자의 가장 대표적인 서적으로 ‘짐 콜린스’의 책들을 들 수 있다.

짐 콜린스는 ‘Good to Great’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How The mighty Fall’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등 저서를 통해 많은 기업들을 분석하고 그 결과 공통점을 뽑아내는 귀납적인 방법으로 결론을 낸다.

아니면 작가 한 명이 붙어서 유명한 CEO나 기업을 전기 형식으로 서술하여 장점만을 발췌하는 식도 있다.

애플과 스티브잡스, 아마존과 제프 베조스에 관한 책 등이 좋은 예이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들은 한계점이 명확하다.

사실 기업이나 CEO가 성공한 요소들을 뽑아내게 되면 다른 요소들을 배제할 수 있거나 혹은 다른 요소들보다 성공요소가 통계적으로 더 분명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 증명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찾기가 힘들다.

즉, 성공요소와 성공 간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검증되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들이 생략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회사나 CEO의 성공은 전략을 잘 수립하였다거나, 마케팅을 잘했다거나 직원과 조직을 기가 막히게 관리했다는 데서 찾는 경우를 경영학에서는 많이 볼 수 있다.

마케팅 책에서는 성공기업의 측면을 마케팅에서 조명하고, 기업전략 책에서는 환경에 잘 적응하고 내부역량을 잘 키워낼 수 있도록 만든 기업전략, 사업부 전략 측에서 접근한다.

때에 따라서 어떤 연구에서는 CEO의 리더십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리더십도 어떤 책에서는 추진력, 다른 책에서는 포용력, 또 다른 책에서는 이런 저런 능력을 다 종합한 별개의 능력을 제시하기도 하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성격 중 무엇이 CEO 역할에 더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천차만별의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과연 무엇이 중요하고 어떻게 해야 성공할까?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는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가 아니라 어떻게 실패를 줄일 수 있도록 우리의 편향들에 대해 고민해보고 실패를 줄이는 방법들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편이 타당하다.

CEO도 사람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는 다른 사람에 비해 본인이 하고 있는 업에 잘 맞는 특별한 감각이나 능력을 지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누구나 겪는 편향에서 특별하게 자유롭거나 완전히 해방되어 있지는 않다.

따라서 다른 인간과 마찬가지로 여러 편향 속에서 행동하게 되는데, CEO가 가장 많이 겪는 편향 중 하나는 아무래도 자기과신 편향 (Overconfidence)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자수성가하여 기업을 일군 경영자라고 하면 그려지는 전형적인 패턴이 있다.

굉장히 어렵게 자라서 작은 성공을 거두었다가, 잘 나가는가 싶었는데 다시 한 번 추락하고, 극단적인 생각도 해보았다가 다시 마음먹고 벌떡 일어나 밤낮없이 일하다가 큰 돈을 벌고 어엿한 회사의 경영자가 되는 그런 스토리 말이다.

대개는 부풀려지게 마련인 이러한 과정을 조금이라도 거치다가 보면 가장 흔히 겪게 되는 편향이 자기 과신 편향이다.

자기 과신 편향은 나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을 일컫는 말이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우리가 잘해서 이룬 성과도 있지만, 운이 좋아서 이뤄진 결과도 있게 마련인데 이 또한 자신의 능력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창업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회사에서 안정된 루트를 통해 높은 상사의 자리까지 올라갔던 사람은 창업에 대해서도 자신만만해하곤 한다.

전혀 다른 업을 하는 것이 대해서는 자신감을 가져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작은 성공만으로 다른 일까지 잘할 수 있다는 과도한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다.

예전 글에도 언급했듯이 미국인의 60% 이상이 자신이 상위 20% 안에 드는 운전 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95% 이상의 MBA 재학생들은 자신이 상위 50% 이상 안에 들고 있다고 자신한다.

아마도 자신이 사회에서 말하는 다양한 ‘성공’이라는 기준에 근접할수록 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자기 과신이 심해지지 않을까 싶다.

뿐만 아니라, 기업연구의 대가로 알려진, 위에서 언급한 짐 콜린스조차도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도 위대한 기업 (The Mighty)의 몰락은 다섯 단계로 일어나게 마련인데, 그 중 가장 첫 번째 단계로 성공이 준 부작용인 교만 혹은 과도한 자신감을 꼽고 있다.

그리고 자기과신 편향은 그 자체로 다른 종류의 편향과 직결된다.

첫번째로 '통제의 환상' (Illusion of Control)을 들 수 있다.

통제의 환상 또한 심리학에서 자주 얘기하는 인간의 심리 중 하나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우연에 의해서 일어나는 일이나 혹은 환경의 변화마저도 자기가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심리현상을 일컫는다.

이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가능성은 매우 낮게 보는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 하나는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얘기한 계획 오류 (Planning Fallacy)이다.

보통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낙관적인 계획을 세우는 현상을 말하는데,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는 세계적으로 철도 건설 시 실제 철도 비용은 철도계획수립자들의 처음 추정보다 45% 더 늘어났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또 다른 계획오류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 검색만 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꼽는다.

최초 총 건설비 700만 호주달러로 예상했으나 실제 건설비는 1억 200만 달러가 들었다. 약 15배 가까운 돈이 든 것이다.

이러한 예는 수도 없이 많은데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그 원인을 ‘내부자의 시각’ (Inside View)으로부터 찾았다.

기업 역시 다를 바 없다.

특히 자수성가해서 성장한 기업이라면 보통 CEO의 한마디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데 내부자의 시각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고 단언한다.

왜냐하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내부자가 다수 있는 게 아니라, CEO의 의사결정이 바로 회사의 의사결정이 되므로 바로 경영자의 시각 자체가 바로 내부자 시각이 되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경영자의 과도한 자신감 편향은 내가 웬만한 것들은 다 통제할 수 있다는 통제의 환상과 비현실적으로 낙관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계획오류까지 낫게 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과도한 자신감이 적절한 낙관주의와 연결이 될 때는 무서운 힘이 발휘될 수도 있다.

다만 그럴 경우는 실제 통제 가능한 것들에 대한 자신감일 경우에 해당하지, 통제 불가능한 것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까지 해당하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런 오류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힘들겠지만 외부자의 시각과 관점을 계속 수용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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